▲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과 17일 연구소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근현대사 140년의 획기를 이루는 시기다. 외세 침탈을 받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역사에 대해 제대로 진단해보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모색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본다.”

『친일인명사전』 발간이라는 대역사(役事)를 통해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던졌던 민족문제연구소의 조세열 사무총장은 올해를 ‘해방 70년’ 만이 아니라 ‘근현대사 140년’이라는 보다 큰 안목에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의 역사적 의미는 1875년 운요호 사건으로부터 일제 식민 36년을 포함해 일제 침략 70년 만에 해방됐고, 그 이후 불완전하지만 해방 70년, 분단 역사 70년이 되는 해”라는 것.

조세열 사무총장은 17일 서울 청량리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를 “을미사변 120년 되고, 을사늑약 110년, 경술국치 105년 되는 해”이자 “현대사에서 중요한 것은 한일협정 50년이 되는 해”라고 짚었다.

“굴욕적인 한일협정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든지, 영토 문제, 동북아 전후청산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에 “한일협정 50년 간의 변화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민족문제연구소는 ‘해방 70년’을 맞아 일회적 이벤트성 행사를 지양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며 “성과를 남기고 활용할 수 있는 사업에 치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자료실장이 광복 70주년과 한일협정 50주년 관련 주요 사업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김승은 자료실장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소장한 자료와 연구성과를 총망라해 해방 70주년 특별전 ‘운요호에서 야스쿠니까지 - 침탈과 부정의 역사, 해방전후 140년간의 기록’을 개최하고, 학교에 찾아가 독립운동사를 전시하는 ‘찾아가는 독립운동 이야기’ 순회전시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김 실장은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하면서 일제강점기 때의 실제 원본자료들을 수집해 식민지시대의 실상을 많이 소개해왔다”며 “식민지 시대를 재해석한 뉴라이트 역사관도 많아지고 있는 지금, 청소년들에게 꼭 사실을, 기록을 가지고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항일음악회’ 개최와 ‘한일 평화페스타’ 주최, 아베담화를 반대하는 ‘동아시아 시민선언’ 참여 등의 사업도 준비 중이다.

또한 지난해 11월, 『친일인명사전』 발간 5주년을 맞아 열린 편찬위원 전체회의에서 친일문제연구총서 10개년 계획을 확정한데 따라 『조선총독부 기구 사전』, 『재일조선인 단체 사전』을 출판할 예정이며, 『친일인명사전』2판을 2009년까지 발간하기 위해 작업도 착수하게 된다.

특히 한일협정 50주년을 맞아 8월 14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과 일본 단체들이 연대해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5월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일본, 대만, 독일 시민사회가 함께 야스쿠니반대촛불행동을 펼칠 계획이다. 지난 40년간 진행돼 온 한국인 피해자들의 대일과거청산소송운동을 소개하는 『대일 과거사청산 소송 자료집』도 발간한다.

조세열 사무총장은 “아직은 한국사회가 제대로 성찰 위에서 전진할 태세가 돼 있지 않다. 주로 유사보수세력, 극우세력 쪽에서 자신들의 치부이기 때문에 과거를 그만두고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한다”며 “근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미래에 대한 설계가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편찬 과정에서 3만여 점의 자료를 수집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실 내부에서 일부를 전시하고 있다. 가칭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은 현 단계 민족문제연구소의 주력 사업이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나아가 “해방 70년이 되었다는 나라에서 독립기념관은 있지만 일제 침략사 박물관 하나 없다”며 가칭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 추진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5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업은 시민역사관건립위원회(위원장 이이화)가 모금한 6억 1천만 원과 󰡔친일인명사전󰡕 판매 수익금 등 민족문제연구소 출연금을 모두 합해도 아직 2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그는 “작지만 옹골찬 역사관을 반드시 세워 일제침략과 식민지배의 잔혹상, 친일파의 죄상 등을 실증적으로 알려나감으로써 일본과 한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극우세력의 과거사 부정과 역사 왜곡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 조세열 사무총장은 근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그러나 남과 북, 일본 단체들이 함께 모여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할 예정인 국제학술회의는 남북 간 교류를 금지하고 있는 정부의 방침이 바뀌지 않는 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올해 또 하나의 중요한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은 ‘부민관 의거 70주년 기념 사업’이다. 당시를 재현한 연극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부민관 의거는 민족문제연구소 2대 이사장인 조문기 등 대한애국청년단 단원들이 1945년 7월 24일, 부민관에서 친일 어용대회인 아세아민족분격대회가 열리자 폭탄을 터뜨려 아수라장을 만든 사건으로 일제강점기에 행해진 마지막 의거로 기억되고 있다.

조세열 사무총장은 “『친일인명사전』 반향이 엄청났다. 7천 질을 찍어 거의 다 나갔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역사를 과거의 일로만 보지 말고 정권과 극우세력의 친일, 친독재 역사인식 확산에 경각심을 가져주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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