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측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남북관계에 아연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새해 들어 남북 사이에 부는 훈풍은 그 이전 남북 사이에 불던 찬바람과 비교해 보면 실감이 날 것입니다.

이미 남측은 지난달 29일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남북간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당국간 회담을 1월 중 갖자고 제의해 분위기를 띄었으며, 31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가자’고 호소해 대북 대화를 기정사실화했습니다.

이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측의 신년사 발표에 당일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고 밝혔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정부는 통일이 이상이나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준비와 실천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다짐해, 전날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화답을 한 셈이 되었습니다.

신년사 발표 5일째가 되면서 북측에서도 드높은 남북대화 의지가 확연히 느껴집니다. 다름 아닌 김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한 1일 이후 북측 언론매체가 지금까지 닷새째 대남 비방을 자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북측은 아주 단순합니다. 북측이 대남 비방을 자제하는 것은 남측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진지한 신호이자 분위기 조성입니다. 우리 정부가 이를 군더더기 없이 북측이 남북대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걸림돌이 돌출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북한을 소니 해킹의 배후로 지목하고 북한 정찰총국·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조선단군무역회사 등 단체 3곳과 관련 인사 10명을 제재 대상으로 공식 지정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아울러 백악관은 이를 ‘첫 번째 조치’라고 밝혀 추가적인 보복 조치가 예상되고 있는 판입니다.

이에 북측 외무성 대변인이 4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가진 문답에서 “미국의 대북제재는 우리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적대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태의연한 조치”라고 미국 측을 점잖게 꾸짖었는데, 이는 북측이 다소 황당해 하고 있다는 감을 주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북측은 소니 해킹 배후설을 부정했으며, 오히려 미국에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제안한 상태입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순항할 것 같던 남북관계 상황이 꼬일 기미입니다. 그러기에 북측의 기류를 대변해온 재일 <조선신보>가 “미국의 대조선 제재조치는 민족화해의 기운에 찬물을 끼얹고 북과 남의 대화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며 ‘미국 훼방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남측 당국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5일 “미국의 행정명령 발표는 이미 외교부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밝힌 대로 우리 정부는 적절한 대응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상황을 예단해 이것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우리 정부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다소 애매하고 난처한 입장이 읽힙니다.

그러나 어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한미동맹’과 ‘민족공조’를 놓고 어느 한쪽을 택하라고 상투적으로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분명한 건 미국의 대북 제재로 남북이 대화를 못할 정도가 아니며, 또한 남북이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한미관계에 이상이 오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그냥 우리 당국이 마음먹은 대로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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