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통일준비위원회 정부측 부위원장 자격으로 29일 북측에 전격 대화를 제의했습니다. 류 장관은 “통일 준비위원회는 내년 1월 중에 남북간 상호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가질 것을 북측에 공식적으로 제의한다”며 “이를 위해 통일준비위원회 정부 부위원장인 유길재 통일부 장관과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이 서울이나 평양, 또는 기타 남북이 상호 합의한 장소에서 북측과 만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사전에 무슨 특별한 낌새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남측의 이번 대화 제의는 나름대로 평가할 만한 것입니다. 먼저, 대화제의의 비중으로 보아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정부.민간측 부위원장과 위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대화제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나름 무게가 실렸습니다. 그리고,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에 북측이 호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이 먼저 고위급 대화를 제의했다는 점에서, 기존 남측 정부가 보여온 ‘아쉬운 건 북쪽’이라며 시간을 허비하던 방식을 과감히 벗어던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난 10월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당일 북측의 황병서.최룡해.김양건의 전격 방남의 교훈입니다. 올해 2월 1차 고위급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지만 그 이후 개성공단 문제로 티격태격하면서 세월만 허비하고 남북관계는 더욱 멀어졌습니다. 이같은 답답한 상황에서 북측 고위급 인사들의 이례적인 방문은 단번에 남북관계에 훈풍을 몰고올 듯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정상화되지 못했고, 오히려 꼬여만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북측 고위급 인사들의 방남이나 남측 통준위 부위원장급의 대화제의는 모두 전격적이고 비중있는 남북관계 개선 의지의 표명입니다. 문제는 그 불씨를 살리기 위한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입니다. 물밑조율이나 사전조율 없는 남북 공식회담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머무는지는 박근혜 정부 들어 몇 차례 열린 남북대화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니터 앞에 앉아 지켜보고 있을 서울과 평양 지도부를 의식해 뒷꼭지가 당기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협상과 논의가 이루어질 리 만무합니다. 심지어 남측은 협상과정에서 수석대표를 갈아치우기까지 했습니다.

물밑이나 비밀접촉을 현 정부가 꺼려한다면, 사전접촉이나, 공개회담과 병행하는 실무회담 등을 고려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적인 조치보다는 무엇보다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려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끌고야 말겠다는 남북 양측 지도부의 의지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류길재 장관이 “내년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이 되는 해가 적어도 이 분단시대를 우리가 극복하고 통일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여야만 되는 그런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을 했다”는 말이 진심이길 바라며, 류 장관보다 위에 있는 공직자들의 생각도 그러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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