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미국과 쿠바가 국교 정상화에 합의한 것입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오늘 미국은 쿠바 국민들과의 관계를 바꾼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날 거의 같은 시간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미국과 쿠바는 53년 만에 국교 정상화에 나서게 됐습니다. 미국은 지난 1959년 1월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혁명에 성공하자 2년만인 1961년 1월 쿠바와 외교관계를 단절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1962년에는 옛 소련이 미국의 턱 밑에 있는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 한 이른바 ‘쿠바 미사일 사태’가 발생했고, 이 사태로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전쟁 위기까지 겪을 정도로 쿠바는 미국의 적대국 중 하나였습니다.

‘세계의 헌병’을 자처해온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눈엣가시’는 이란과 쿠바 그리고 북한일 것입니다. 이를 의식했던지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취임 전 이들 세 나라의 정상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공언했습니다. 이제 그 하나가 성사된 것입니다. 미리 받은 노벨평화상에 조금은 화답한 것도 되었습니다.

이란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관계개선의 물꼬를 텄습니다. 이후 이란과 서방 6개국(P5+1)과의 핵협상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자연히 북한입니다. 미국과 쿠바가 관계 개선에 들어간 만큼 눈길이 북미관계로 쏠리는 것도 당연합니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tough and direct diplomacy)’로 북핵문제를 풀겠다고 천명한 바가 있기도 합니다.

물론 미국을 상대로 한 북한과 쿠바의 상황은 다릅니다. 북한과 쿠바 간 가장 큰 차이점으로 쿠바는 과거의 일이지만 북한이 현재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점, 쿠바는 미국의 일방적 제재를 받았지만 북한은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점 등을 열거합니다. 후자보다는 전자가 더 근본적인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북한과 미국이 관계 개선을 못할 것도 아닙니다. 같으면 같은 데로 다르면 다른 데로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핵을 가진 인도와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역시 핵을 가진 파키스탄과는 대테러 전쟁의 중요한 동맹국이었습니다. 물론 같은 핵이라도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은 양자 사이의 산물임에 비해 북한 핵은 북미관계의 산물이기에 그 순도가 다르긴 합니다.

마침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선언하면서 밝힌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주목을 끕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그동안 쿠바의 고립을 목표로 한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쿠바 정부가 자국민들을 억압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1961년 이후 취해온 대쿠바 봉쇄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것입니다.

미국도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북한을 고립, 봉쇄해 왔습니다. 북한은 이를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라 부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도 적대시정책의 변종일 뿐입니다. 그런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도 실패했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북한 핵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산물입니다.

새로운 관계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꾸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미국이 쿠바와의 관계에서처럼, 먼저 대북 적대시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대북 화해정책으로 바꾼다면 북핵 문제도 그 해법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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