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희생자 전국합동추모제’가 12월 13일 서울시청에서 전국의 유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이하 ‘한국전쟁유족회’)가 주관한 ‘2014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희생자 전국합동추모제’가 12월 13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전국의 유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추모제는 살풀이춤과 국악공연 등 1부 식전행사에 이어 전통제례와 주제사, 내빈 추모사와 결의문 낭독, 헌화 및 분향 순으로 2부 추모의식이 진행되었다. 추모제를 마친 유족회는 서울광장을 도는 만장 행진을 벌이며 민간인학살의 온전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김광년 공동대표의장은 주제사를 통해 “전쟁이 나자 한강다리를 끊고 혼자 도망갔다 서울 수복 후 돌아온 이승만이 백만 민간인을 학살했다. 살인마이자 만고역적인 그를 일부에서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고 여전히 종북(빨갱이) 소동을 벌이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강하게 질타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영령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이 땅에 평화와 인권을 정착시키기 위해 유족들이 더 굳게 손잡고 함께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덕산 스님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희생된 선조들의 아픔과 유족들이 감내했을 피맺힌 세월 앞에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불신과 증오를 녹여내고 얽힌 과거를 풀어내는 위령제와 추모제를 통해 영령들이 편히 쉬시기를 기도했다.

이어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이 나서 대만과 나치의 예를 들며 “지구상에서 자국 군대가 같은 민족에 대량학살을 저지르고 이렇게 60여 년이나 은폐한 역사가 없다. 이것이 나라인가?”라고 분노를 표시하고, “그 이유는 민족을 배신하고 거리낌 없이 학살을 자행한 친일파들이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강정구 평통사 상임대표는 갑오농민혁명과 해방정국의 역사를 상기하면서, “외세의 농락에 의해 한반도가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진 전철을 다시 밟지 않도록 민간인 학살에 대한 과거역사 바로세우기와 더불어 미래역사 바로세우기도 함께 펼쳐나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05년 출범한 진실화해위원회는 4년여 활동 기간에 8,468건을 진실규명하고 2010년 12월 미완의 활동을 종료했다. 2012년부터 여야 의원들이 추가 발의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 등은 안전행정위원회에 기약 없이 계류되어 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희생자는 최대 백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1부 식전행사에서 불교의식을 진행하는 완도 유족 정성민 사무국장.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축문을 올리는 유족회원들. “아버지... 생전에 효도 한 번 못해 본 게 천추의 한이 되어 불효자는 이렇게 통곡하며 가슴을 칩니다. 오늘 우리는 이 모든 잘못을 두 손 모아 용서를 빌며 회한과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속죄하는 마음으로 오로지 님들과 함께 영원히 가겠다는 다짐을 하고자 합니다... 두루 흠향하시옵소서!”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합장하는 유족, 내빈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진혼무(살풀이춤)를 추는 문진선 씨.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묵념하는 참가자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피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역사적 과제입니다.” 김광년 공동대표의장의 주제사.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추모사를 하는 덕산 스님과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74), 강정구 평통사 상임대표(왼쪽부터).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부친과 삼촌을 학살로 잃은 의성 유족 임헌영 소장은 “아버지가 끌려가시면서 며칠 뒤 집안 제사에 쓸 제수를 준비해 오겠다고 했으나 소식이 끊겼다‘며 ”아무리 가난한 집에서도 수의를 입혀 저승길을 보내는데, 이유도 없이 끌려가 수의도 신발도 없이 구천을 헤매고 있다”고 목이 메었다.

또한,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 가장 깊은 곳에는 민족 배신자들이 갇혀 있다”며 아직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뿌리를 지적하고, “유족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고 다시 한 번 호소했다.

▲ 민중가수 이성호 씨가 추모가 ‘잠들지 않는 남도’와 ‘마른 잎 다시 살아나’를 부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중단된 과거사 청산 재개,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문을 제창하는 500여 참가자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최사묵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등 내빈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결의문 일부]
하나, 정부와 국회는 중단된 과거사 청산을 즉각 실시하라!
하나, 정부와 국회는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
하나, 억울해서 못살겠다.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와 가족을 살려내라!
하나, 유해를 발굴하고 편히 모실 수 있는 추모공원을 즉각 조성하라!
하나, 민간인 학살에 대해 기억하고 추모하는 추념일을 즉각 제정하라!

▲ 헌화하는 김광년 의장 등 유족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이 간절함이 하늘에 닿을까?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대전 산내유족회 문양자 총무(왼쪽)가 잔을 올리며 울먹이고 있다. 51년 1월 부친이 학살 당한 산내 골령골에는 아직 수습 못한 유골들이 ‘짐승 뼈다귀처럼 나뒹굴고 있다’고 한다. 진주 유족 조말상 씨(오른쪽, 66세) 역시 일가족 6명이 희생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전국에서 올라 온 유복자와 아비를 그리는 딸들, 주름이 패인 팔순의 유족들이 분향, 헌화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유족들도 어느덧 노년이 되었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탄원서를 들고 있는 해남 유족 곽정례 님(74세). 50년 7월 26일 후퇴하던 나주순경에 의해 부친이 집 마당에서 총살되는 장면을 목격, 1년 뒤 모친마저 홧병으로 세상을 뜨자 재산도 가족도 잃은 채 통한의 삶을 살았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추모제 후 참가자들이 만장을 앞세워 서울광장을 돌며 정부에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추모곡> 잠들지 않는 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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