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L858기 사건 27주기 추모제가 29일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렸다. 희생자들의 명단 앞에 헌화하고 있는 가족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KAL858기 가족회는 사고 발생 27주기를 맞이하여 이 사건이 전두환과 안기부에 의해 조작되었음을 국민들에게 밝히면서 진상이 밝혀지도록 정부와 민간인이 참여하는 재조사 실시를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1987년 11월 29일, 중동 근로자와 승무원 등 115명의 승객을 태운 채 아부다비에서 서울로 향하던 KAL858기가 사라진 지 27년째 되는 날, 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전히 진상규명 요구의 목소리를 높였다.

‘KAL85기 가족회’(이하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2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7층 체칠리아실에서 ‘KAL858기 사건 27주기 추모제’를 가졌다.

시민대책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대 신부는 인사말에서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보게 된 것 같다”며 “진상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노력, 그 고통을 그냥 사적인 부분으로 치부하고 있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피해자 가족들을 빨갱이니 이런 식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최근 세월호 사건의 추이에 우려를 표했다.

김정대 신부는 “KAL858기 사건도 역시 마찬가지”라며 “27년 동안의 큰 고통을 우리사회는 여전히 사적 영역으로 본다. 거기에 대해서 진실을 밝히라고 하면 역시 사상적으로 이상한 사람들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일하는 것이니까 힘들더라도 같이 당장의 어려움들 인내하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 김호순 가족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김호순 가족회 회장은 “저희들을 위해 일부러 추운 날씨에도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27년이라는 세월을 저희 가족들은 잊지 않고 오직 진상규명 하나만을 위해 살아왔다”며 “저희들이 죽을 때까지 할 거다. 여러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인 신성국 신부는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압력으로 해외로 발령나 6년 반을 해외에서 “전전긍긍”했다면서도 “12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한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성국 신부는 “2005년 경주시청 기자회견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KAL858기 사건은 전두환의 지시에 의해서 조작된 사건이다’라고 했다. 전두환이는 아직도 10년이 지났지만 나를 명예훼손으로 걸지 않았다. 김현희에게도 ‘너는 북한 공작원이 아니고 안기부가 만든 공작원이고 안기부 사람이다’라고 했는데 김현희도 저를 아직도 고소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이 조작사건임을 다 인정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온 신성국 신부가 활동 경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신 신부는 “제가 12년동안 끊임없이 거짓말을 파헤쳐오다 보니까 이 사건이 100% 조작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비록 지금 우리가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좋지 못하지만 가족분들이 불씨를 마음에 품고 계속 산다면 이 불씨가 진상규명을 위한 큰 불로 타오를 것”이라고 격려했다.

나아가 “오늘 27주년 동안 여러분들이 인내롭게 기다리면서 살아오신 것이 반드시 열매를 맺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30주년 이전에 반드시 진상규명되기를 모두가 함께 마음으로 기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오광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는 성명서 낭독을 통해 “전두환 정권 말기에 발생한 대한항공 858기 사건 역시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개입 사실은 명약관화하다”며 “안기부에 의한 조작 사건임을 드러내는 명백한 근거는 무지개 공작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한 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 공작’이라는 제목의 이른바 ‘무지개 공작’은 2006년 8월 1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발전위)가 ‘KAL858기 폭파사건 조사결과 중간 보고서’에서 존재 사실을 공개하고 <통일뉴스>가 행정정보 공개를 받아내 보도한 바 있는 KAL858기 사건을 87년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공작 계획서다.

▲ ‘안중근 의사 청년합창단’이 추모가를 공연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성명은 “무지개 공작 실행일은 사고 발생 3일후로서 실종기의 사고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 시점”이라며 “전두환 안기부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KAL858기 사건을 조작하는데 심혈을 기울였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안기부와 사법부가 밝힌 김현희의 신원은 모두 거짓”이라며 “김현희는 자신의 북한 사람임을 간단히 입증할 수 있는 공민증 번호도 모르고, 노동당원의 신분이라고 하면서도 노동당원번호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성명은 “김현희는 왜 가족회의 공개 면담과 토론회를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와 민간인이 참여하는 재조사 실시”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심재환 변호사가 ‘KAL858기 사건의 법률적 검토’를 주제로 발언했으며, 이 사건 초기부터 사건의 의혹을 파헤쳐온 『파괴공작』의 저자 노다 미네오 일본 저널리스트의 <통일뉴스>와의 서면인터뷰가 소개되기도 했다. 노다 미네오 씨는 2004년 6월부터 한국입국이 거부된 상태다.

▲ 가족들은 '마르지 않는 눈물'과 '지치지 않는 진상규명 노력'으로 27주기를 맞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윤원일 안중근 평화신학연구원 부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추모제에는 피해자 가족들을 비롯해 평화연대 윤영전 공동대표, 추모연대 김명운 의장 등이 참석했으며, ‘안중근 의사 청년합창단’이 <아베 마리아>와 <철망 앞에서>를 합창했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딛고 이 자리에 왔다”는 윤호상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해학살자전국유족회 회장은 “한국전쟁 당시 무려 130만 인명이 학살됐지만 지금도 진실규명은 턱 없이 부족하다”며 “유족님들 용기 잃지 마시고 진실의 길을 가달라. 더디고 험할 지라도 반드시 그 길은 열리게 돼 있다”고 연대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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