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4일 오전,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에 도착했습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측 고위급 대표들의 전격 방문이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게다가 황병서 총정치국장 일행의 방남을 계기로 남측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과의 오찬을 겸한 남북 고위 당국 간 회담 개최가 예정돼 있어 더욱 주목됩니다. 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남북관계 현안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 셈입니다.

이번에 서울에 온 북측 인사 세 사람은 문자 그대로 북측 각 영역의 최고 실세들입니다. 현 정부에서 지난 2월의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당시 수석대표는 차관급이었으며,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시 김기남 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이 방문했을 때보다도 그 비중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번 방남 의미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황병서는 군 총정치국장에다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입니다. 그는 공식 의전서열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 다음이지만 실제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제외하고는 가장 먼저 호명되고 있습니다.

최룡해는 군 총정치국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정치국 상무위원 등 요직을 모두 꿰찼다가 황병서에게 군 총정치국장을 내준 데 이어 국방위 부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났지만, 최근 장성택 후임으로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돼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김양건은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으로 오랫동안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해온 ‘대남통’으로 남북관계가 고비를 맞는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온, 남측에도 아주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만일 북측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만을 위한 것이라면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남북 교류 차원이라면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를 남측에 파견하는 것으로 족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왔습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의 방남은 남북간 근본문제 해결과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북측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상호 비방 중상 중지와 특히 최근 대북 전단 살포 문제 등 군사적 문제 말입니다. 따라서 그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할 친서나 구두 메시지를 가지고 왔을 공산이 큽니다.

그렇다면 북측은 10.4선언 7주년 기념일이자 아시안게임 폐막일을 계기로 북측의 남북관계 관련 영역에서 최고 실세들의 파견을 통해 남북간 근본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강한 대남 메시지를 던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측은, 당연히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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