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합동군사연습, 9월 인천아시안게임과 유엔총회, 10월 한미안보협의회의 악재들로 여전히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서광이 비치지 않고 있다.

진정 평화가 ‘밥’이고 통일이 ‘일자리’인가? 긴장과 대립, 분열과 분단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을까?

<통일뉴스>가 노동자들의 대표체인 한국노총의 김동만 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노동자 통일운동을 평가하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동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보았다. 대담은 9월 15일(월) 오후 2시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정성희 <통일뉴스> 기획위원(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이 진행했다. / 편집자 주

▲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정성희 소장 : 먼저 지금까지의 한국노총 통일운동을 개괄해주시고 그 성과와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 김동만 위원장 : 한국노총 통일사업은 남북노동자 연대교류사업, 통일운동단체와의 연대사업, 독자적 통일사업, 이렇게 세 가지인데요.

한국노총의 남북노동자 연대교류사업은 2000년 10월 북측의 초청으로 사회 각계 인사들과 함께 방북하는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해 12월 금강산에서 남북노동자통일대토론회, 다음 해 5월 남북노동자통일대회가 개최되면서 남북노동자 교류사업이 본격화되었습니다. 그 후 거의 해마다 2~3월 남북노동자대표자회의, 5월 남북노동자통일대회를 추진했고 6.15나 8.15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습니다. 그리고 북측 '직총'(조선직업총동맹)과의 협의 아래 해마다 쌀, 비닐장막, 아스팔트 피치, 비료 등 대북 지원사업도 대규모로 추진해왔습니다. 삼지연 공항에 아스팔트 피치를 가져가서 남북노동자들이 백두산에서 만나기도 했지요.

초기에는 남북노동자 연대가 빠르게 성장했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었던 사업은 2000년 남북노동자통일대토론회와 2001년 결성된 '통노회'(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의)의 결성입니다. 자주와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을 위해 6.15공동선언 이행에 앞장서자는 남북노동자선언은 당시 전체 민간 교류와 연대에 방향키가 되었습니다. 특히 2007년 경남 창원 남북노동자통일대회는 남쪽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역사적인 남북노동자 공동행사였습니다. 또 남북노동자 교류를 산별조직으로 확대하는 노력도 기울여졌습니다.

정권 입맛대로 남북노동자 연대와 교류 불허, 매우 유감

▲ 김동만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9월 15일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이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그러나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남북노동자 연대와 교류는 계속 차단되고 있어요. 박근혜 정부도 남북민간교류에서 노동을 불허하는 '선별적 배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조선직총과의 만남은 물론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팩스 교환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실정입니다. 정권이 저들의 입맛대로 민족의 숙원사업을 재단하고 민간교류를 끊어버리는데, 매우 유감입니다. 민간교류가 남북관계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에 한국노총은 앞으로도 남북노동자 3단체의 연대교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통일운동단체와의 연대사업이나 한국노총의 독자사업은 남북 관계가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중요합니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뿌리깊은 반북이데올로기도 상쇄되고 일반 조합원의 통일운동 참여도도 높아지는데, 남북관계가 나쁠 때는 그 반대거든요. 정세에 따라 그 부침이 높습니다. 그래서 지속적인 연대를 통해 맥을 이어가야 하고 자체의 교육과 실천을 통해 조합원들의 관심과 결합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노총은 통일선봉대, 8.15대회 참여, 6.15남측위 겨레하나 민화협 등의 연대단체 활동, 평화학교 등의 독자적 사업을 지속적으로 병행해나가고 있습니다.

□ 정성희 소장 : 요즘 평화와 통일에 대한 노동자들의 관심이나 의식상태는 어떠합니까? 예전에 비해 저조하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까요? 노동자들이 고용-임금 문제와 경제문제와 평화-통일 문제에 대한 통일적 인식, 그리고 평화와 통일에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데 좋은 방안이 없을까요?

6.15선언의 연합연방제, 민족경제 균형발전은 노동자의 삶을 어떻게 바꾸나 연구해야

▲ "통일문제를 2차적 대상이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 게 관건이지요."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김동만 위원장 :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통일문제는 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임금-고용 문제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노동자의 일상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문제로 느끼지만 사회적 의제, 특히 통일의제는 2차적 문제라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남북교류협력이 차단되고 종편 등 보수언론이 탈북자를 앞세워 반북캠페인을 벌여 관심과 참여가 더 저조해집니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노동자의 관심이나 의식상태가 2000년대 초중반에 비해 후퇴해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겁니다. 통일문제를 2차적 대상이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 게 관건이지요. 그 동안 노동자들은 고용-임금문제, 나아가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통일의식을 확장시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통일은 나와 상관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남북경협의 전망, 통일경제의 밝은 미래로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일정한 성과가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남과 북이 교류협력하면, 통일하면, 경제적으로도 훨씬 좋아진다, 특히 남북경협의 활성화, 북의 지하자원 활용, 남북철도 연결과 유라시아 구상, 시베리아 가스관 설치가 남과 북의 공동번영과 일자리 창출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지요.

▲  "통일운동 연구사업을 본격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그러나 경제적 접근은 당장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좋은 방식입니다만,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경제적 접근 이외에도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접근까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노동운동에서 통일문제가 하나의 전략으로 포함될 수 있고 통일을 가로막는 정치군사적 문화적 장애를 극복하는데도 나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통일운동이 연구사업을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는 6.15남북공동선언에 명시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연방제안의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과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정도입니다. 물론 이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단계,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 풍부하고 생생한 연구 검토 정리가 아직 부족합니다.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만, 통일의 상과 경로에 대한 종합적 접근, 그 가운데 노동자의 삶과 역할이 분명하게 밝혀질 때 통일운동의 역동성이 살아날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은 다른 어떤 의제보다 더 전략적 전망을 밝히고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반도 평화 수호, 긴장의 원인을 제대로 알리는 것부터

▲ 때로 김동만 위원장은 여유를 가졌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정성희 소장 : 북미 또는 6자회담은 재개되지 않은 채, 한미합동군사훈련은 계속되고 북의 맞대응으로 한반도 긴장은 여전합니다. 여기에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 ‘사드’ 한국 배치, 한미연합사 창설과 용산 잔류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어떤 입장으로 어떤 실천을 해야 합니까?

■ 김동만 위원장 : 평화를 지키기 위한 일상활동과 함께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을 갖고 민족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한국노총으로서는 기자회견 및 캠페인 등 평화 수호를 위한 실천에 적극 연대하고 한반도 긴장의 원인과 해결 과제를 교육선전하며 남북노동자 연대교류를 다시 재개해야 합니다.

특히 현재와 같이 반북 정서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는 긴장의 원인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지요. 평화교육을 많이 추진해야 합니다. 그러나 행동에서는 남북노동자 연대교류를 재개하는 게 더욱 효과적입니다. 노동자들 속에서 북한방문의 열망이 큽니다. 서로 가려고 합니다.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이든, 공동입장 표명이든, 3단체 직접 만남이든, 공동행사 개최든, 정부의 선별적 배제를 넘어 실질적 연대교류를 이루는 문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 정성희 소장 :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을 주장하고 ‘통일준비위’를 구성했지만, 여전히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도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로 남북관계 개선해야

▲ "대통령은 단순한 통일구호가 아니라 상생의 통일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김동만 위원장 : 헌정 사상, 어떠한 정권도 통일을 안 하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모두가 통일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모두가 통일대통령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이제 1년 반을 지났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 개방 3000’이 왜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북이 이렇게 하면, 우리가 이렇게 해주겠다'는 식의 입장을 거두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교훈을 주지 않았습니까?

단순한 통일구호가 아니라 상생의 통일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통일대박을 외치고 드레스덴선언을 발표했으면 최소한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관광 재개는 실행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남북 민간교류를 자꾸 확대하고 지원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통일준비위에도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남북 민간교류 추진단체들을 폭넓게 참여시켜야 일도 잘 되고 북도 신뢰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지난 14년간 연대교류의 경험을 가진 민간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남북 민간교류를 지렛대로 삼아 남북관계의 국면 전환을 이뤄야 합니다. 이것이 통일대박을 이루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조건 없는 대화, 상생을 위한 협력, 6.15선언 존중, 이 세 가지가 남북관계 개선의 기본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성희 소장 : 9월 19일~10월 4일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은 참가하고 응원단은 못 온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됐을까요? 응원단이 못 오더라도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화해협력 분위기를 높이기 위해 한국노총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북 응원단 불참과 단일기 응원 차단, 인천아시안게임 흥행 실패

▲ 김동만 위원장은 가끔 깊은 사색에 잠겼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김동만 위원장 : 이번 아시안 게임에 참가한 북측 선수단의 옷차림을 보고 여러 느껴지는 바가 있었습니다. 북측 선수단은 파란 셔츠에 하얀 겉옷을 입고 있더군요. 딱 봐도 단일기를 상징하는 디자인이었습니다. 남측에서 단일기 게양을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디자인 그대로 입고 온 북측 선수단을 보면서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통일준비위까지 구성하면서 당장 남북관계의 숨통을 트는 인천 아시안 게임 남북 공동응원을 놓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인공기를 이유로 북측 응원단도 못 오고 참가국 국기 게양도 못함으로써 아시안 게임 자체의 흥행도 남북화해 분위기 형성도 국제적 위상 제고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경기장 관람석에 들어가는 남쪽 응원단의 단일기 지참도 불허한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많은 단체들이 인천 아시안 게임 응원단 사업을 제안하고 우리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참여하고자 합니다. 그보다 교착된 남북관계를 뚫어낼 수 있는 사업을 각자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부문이 ‘민족의 맏아들’로서 이에 앞장서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부가 못하면 민간에게 맡겨 교류협력을 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긴장과 대립도 완화되고 당국간의 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됩니다. '직총'과의 만남 등 남북 노동자교류의 허용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 정성희 소장 : 마지막으로 긴장과 대립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평화와 통일에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전국의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당부의 한 말씀을 해주십시오.

노동존중 평화통일 세상 위해 남북 노동자 하나 되어야

▲ "남북의 노동자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김동만 위원장 : 노동자는 하나입니다. ‘하나’라는 단어에는 미래지향적인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노동자는 앞으로 보고 나아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노동이 존중 받는 세상, 평화롭고 통일된 세상이 노동자가 바라보고 가야 할 미래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의 노동자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지난 7년간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노동자 연대교류도 차단되었습니다. 해마다 긴장과 위기가 조성되어 그 피해가 막심합니다.

그러나 노동운동은 눈에 보이는 것, 피부에 직접 와 닿는 것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됩니다.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 평화롭고 하나된 사회를 위한 노력이 함께 전개되어야 합니다. 노동운동은 비단 오늘을 위한 것이 아닌, 미래를 그려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노총은 다시금 6.15시대, 화해와 단합이 물결 치던 시대를 열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고, 개성공단이 확장되며, 서해평화지대가 열릴 날을 위해 실천할 것입니다. 5월 서울에서 남북 노동자통일대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조합원은 물론이고 전체 노동자들이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