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9월 19일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28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손광호 북측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측이 우리 응원단이 나가는 것을 우려하면서 시비하고 바라지 않는 조건에서 우리는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응원단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종료됨에 따라, 북측 응원단 파견 문제와 2차 고위급 접촉 문제 등 향후 남북대화 재개 여부가 주목됐는데 일단 전자가 무산된 것입니다.

북측의 응원단 불참 통보는 한마디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날 손광호 부위원장이 응원단 불참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 7월 17일 열렸다가 결렬된 남북 실무접촉 내용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손 부위원장은 “지난 7월에 진행된 북남 실무회담에서는 우리 응원단의 규모가 어떻다느니, 우리 응원단이 응원할 공화국기 크기가 크다느니 작다느니 하면서 시비를 걸고 또 지어 우리가 입 밖에도 내지 않은 비용 문제까지 꺼내들면서 북남 실무회담을 끝끝내 결렬시키고 말았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생명보다 중히 여기는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측은 7월 20일 언론을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축구대표팀의 평가경기를 관람했다는 보도를 했으며, 또한 7월 23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선수단과 응원단을 내보내는 문제’에 대해 “인내성 있게 대할 것”이라고 밝혀, 대회 참가의지를 재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북측이 이 정도로 성의를 보였다면 남측이 긍정적 응답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응원단 참가를 위한 추가 실무접촉을 먼저 제안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자 여지가 없어진 것입니다. 결국 북측은 내부적으로 응원단 불참 결정을 진작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손 부위원장이 이날 중앙TV에서 지난 20일 아시안게임 조 추첨을 위해 인천에 온 북측 대표단이 남측 당국에 불참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으며, 남측 당국도 이날 이를 뒤늦게 공개한 것에서 확인됩니다.

이에 따라 9년 만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던 북측 응원단의 남측 방문은 일단 무산됐으며 북측은 이번 대회에 선수단만 보낼 것으로 예측됩니다. 손 부위원장이 “우리는 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아시아 경기대회 참가와 관련한 준비를 빈틈없이 완료하고 경기장들마다에서 더 많은 금메달을 쟁취해서 우리 남홍색 공화국기를 창공에 더 높이 휘날리겠다”는 각오를 밝혔기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북측 응원단이 인천에 와서 아시아인의 축제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또 민족적 단합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남북간 기싸움도 원인(遠因)이지만 무엇보다 남측이 북측 응원단 참가를 위한 추가 실무접촉을 먼저 제안하지 않겠다고 부린 오기가 근인(根因)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최 측이 손님을 초대하지 않는 불찰과 오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낮은 차원의 체육·문화 교류인 인천아시안게임에 북측 응원단 파견이 무산됨에 따라 높은 차원인 2차 남북 고위급 접촉도 그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UFG가 끝난 만큼 차분히 기다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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