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간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18일 바티칸으로 향했습니다. 교황은 떠났지만 이 땅에 남긴 한반도 평화와 화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청년에 대한 관심 등 그 울림이 작지 않습니다. 한국사회가 ‘프란치스코 효과’, ‘프란치스코 신드롬’에 뒤덮이고 있습니다.

교황은 이 땅에서 청년들과 장애아들을 만났습니다. 무엇보다도 세월호 유족을 비롯해 일본군‘위안부’ 할머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 송전탑 반대 밀양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등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집약된 약자들을 만나 위로했습니다.

특히, 우리의 관심인 한반도 평화, 남북 화해와 관련해 교황이 던진 메시지는 가볍지 않습니다. 교황은 떠나면서도 남북 화해를 촉구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마지막 날이자 떠나는 날인 18일 오전 서울 명당성당에서 마지막 공식 행사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습니다. 교황은 분단 상태에서 갈등과 무력충돌마저 일어날 수 있는 남과 북을 향해 “죄 지은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또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교황의 빛나는 여운은 계속됩니다. 이날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전세기 안 기자회견에서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난 소감을 묻는 말에 “한국민은 침략의 치욕을 당하고 전쟁을 경험한 민족이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았다”면서 “오늘 할머니들을 만났을 때 이분들이 침략으로 끌려가 이용을 당했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세심함과 구체성을 지닌 놀라운 역사관입니다.

교황의 디테일은 남북 문제에 대한 대목에서도 빛납니다. 전세기 안에서 교황은 “분단으로 많은 이산가족이 서로 상봉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라면서도 “남북한은 자매처럼 같은 언어를 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어머니가 같다는 말”이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얼마나 놀라운 통찰력입니까? ‘남북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에 어머니가 같다’는 말은 남과 북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것입니다. 민족의 징표 몇 가지 중에서 언어가 매우 주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통상 같은 언어를 쓰면 같은 민족일 경우가 높습니다. 남북의 경우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로 ‘하나의 민족’이 됩니다. 교황이 이를 꿰뚫어 본 것입니다.

이외에도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 공항에서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며 일성(一聲)을 밝혔고, 청와대 연설에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게 아니라, 정의의 결과”, “한국의 평화 추구는 절실한 대의(大義)”라고 명확히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남기고 떠난 프란치스코 교황의 여운이 울림이 되어 한반도를 감돌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감 없이 교황의 메시지를 받아 안아야 합니다. 북측은 교황의 방한에 관심이 없다고 밝히긴 했으나 한반도 문제와 남북관계에 던진 메시지에 귀 기울일 것입니다. 교황의 메시지를 매개로 해 남과 북이 화해와 대화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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