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결렬되자, 남과 북은 그 책임 공방을 하고 있습니다. 결렬의 책임을 따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하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측의 선수단과 응원단이 내려오는 일입니다.

결렬 후 북측은 아시안게임 참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선언했기에, 남측이든 북측이든 실무회담을 다시 제의하지 않는다면 북측의 참가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남북은 어느 쪽도 실무회담을 먼저 제의하지 않겠다고 기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보아왔듯이, ‘기싸움’이나 ‘힘자랑’은 공허한 경우가 많습니다. 허송세월을 보내기도 합니다. 마침 이럴 때 북측에서 바람직한 신호가 나왔습니다.

<조선중앙통신> 20일발에 따르면, 북측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국가종합팀 남자축구 검열경기를 지도하면서 “조선선수들이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북남사이의 관계를 개선하고 불신을 해소하는데서 중요한 계기로 된다”면서 “신성한 체육이 불순세력들의 정치적 농락물로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조선의 원칙적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북측은 자존심이 센 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의도를 비유나 은유를 통해 적절히 전달하기도 합니다. 북측 언론이 최고지도자의 입을 빌려 이같이 보도할 정도라면 이는 남북 실무회담의 결렬과 관계없이 북측은 여전히 참가하고 싶다는 바람을 강력히 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마침 하루 앞서 19일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남북 실무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이 “북측 참가의 유무는 남조선당국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요지의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공을 남측에 넘기기도 했습니다.

북측의 남측에 대한 요구는 한마디로 “응답하라”는 것입니다. 남측에서 실무회담을 제의해 달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남측이 뭔가를 더 요구하거나 묵묵부답이면 북측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영영 물 건너 갈 것입니다.

단순히 북측이 아시안게임에 참여하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남측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까지 비화됐습니다. 남측이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실무회담을 제의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혀야 합니다.

이제 남측이 응답할 차례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