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14주년이 지나갑니다. 6.15공동선언을 내온 김대중 정부와 10.4선언을 내온 노무현 정부 때 같았으면 지금쯤 6.15민족공동위원회가 주최하는 남북.해외 공동행사가 평양이나 서울 또는 금강산에서 열렸을 것인데, 올해는 6.15남측위원회 주최로 남측 행사가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열렸습니다.

2008년 금강산에서 열린 6.15남북.해외 공동행사를 마지막으로 벌써 6년째 분산 개최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정부 차원에서의 기념대회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지난 12일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이희호 여사를 비롯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 관련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6.15 남북정상회담 14주년 기념식’이 열렸으며, 이 자리에 정부 측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다는 게 다소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12일 한반도평화포럼이 김대중도서관에서 개최한 ‘통일, 6.15에서 길을 찾다’라는 학술회의와 6.15남측위원회 학술본부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최한 ‘6.15선언 14주년 기념 학술토론회’, 13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의 6.15남북공동선언 14돌 기념행사 그리고 전주와 대구 등 지방에서 열린 6.15관련 행사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약소한 6.15행사들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일입니다.

문 후보자는, 언론에 나온 것만 봐도 “일본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고 “6.25는 미국을 붙잡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해, 친일과 친미 성향을 보였습니다. 사대주의의 극치일 따름입니다. 그러니 우리 민족이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는 식의 ‘우리민족 비하론’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입니다.

마침 남북.해외가 함께하는 6.15민족공동위원회는 15일 발표한 ‘6.15남북공동선언발표 14돌을 맞으며 해내외 온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광복 70돌을 1년 앞둔 올해를 ‘제2의 6.15시대’를 여는 획기적인 전환의 해”로 만들어, 광복 70돌인 내년을 ‘제2의 6.15통일시대의 출발의 해’로 기어이 만들어 나가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제2의 6.15통일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판에 사대주의적이고 반민족적인 성향을 지닌 한 개인이, 이 나라의 고관이 되겠다며 벌이는 처세와 변명을 물끄러미 바라봐야 하는 이 기막힌 상황은 비극인가요, 희극인가요.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