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공동선언 14주년을 맞아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과 12일 서울 시청 인근 한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6.15공동선언 14주년 기념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2008년 금강산대회를 마지막으로 6년째 6.15민족공동위원회가 주최하는 남북.해외 공동행사는 분산 개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답답한 당사자는 아마도 민간통일운동단체의 총결집체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원회)일 것이다. 정부는 최근 6.15남측위원회가 신청한 개성 실무접촉을 위한 방북마저 불허했다.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12일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분산 개최하는 결과가 됐는데 참 불행한 일”이라며 “통일을 앞당기는데 걸림돌이 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6.15남측위원회가 15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분산 개최하는 14주년 기념행사에 대해서는 “형식은 단독으로 하는 셈이지만, 그 내용과 정신은 함께하는 행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남북.해외 3자가 공동으로 합의한 공동성명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동성명에 대해 “아직 문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남과 북의 관계개선을 촉구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서로 노력하자고 다짐하고, △일본의 극우반동적인 군국주의화를 경계하는 내용이 담겨질 것으로 예상했다.

6.15남측위원회의 이후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오는 9월 북측 대표단이 참여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공동 응원단을 구성해 공동 응원을 펼치는 것과 일제시기 강제 징용.징병자들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는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6.15남측위원회 본부 중심의 사업은 각 지역본부와 부문본부를 방문해서 상황을 청취하면서 조직과 조직 간의 결합력을 제고하는 일에 중점을 두어왔다”면서 “6.15남측위원회 본부가 6.15와 10.4 등 계기적 투쟁을 하는 조직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제는 상시적 활동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무실도 얻어 보고, 상근자도 배치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진보정당과 재야단체, 이른바 진보진영에 대해 내부 분열 문제를 우선적인 문제점으로 꼽고 “조직의 통폐합이 이뤄져야 하고, 통폐합이 안 되면 연대활동이라도 강고하게 이뤄내서 활동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정말 허심탄회하게 반성하면서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열망이 높아진 상황에 대해서는 “대결 국면을 포기하고 북쪽의 경제투자를 활성화시키고 결국 8천만 민족의 화해협력 방향으로 간다고 하면 우리 사회가 통일과 관련돼 상당한 변화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 정권으로 하여금 정책을 변화시키도록 촉구하는 것, 그러면서 통일의 길을 넓혀나가는 것, 이런 것들이 현실적인 방안 아닐까 생각한다”고 고민의 일단을 밝혔다.

다음은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과 12일 오후 1시 서울 시청 인근 한 커피숍에서 가진 6.15공동선언 14주년 기념 인터뷰 내용이다.

“결국 분산 개최, 참 불행한 일이다”

▲ 이창복 의장은 일성에 "지난 1년, 정말 답답한 한해였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진 - 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통일뉴스 : 6.15공동선언 발표 14주년을 맞았다. 소회는?

■ 이창복 상임대표의장 : 지난 1년, 정말 답답한 한해였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문제에 대해서 정책 전환을 예상했는데 전혀 빗나갔다. 남북관계가 경직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답답하고 힘을 얻지 못한 상황에 있다. 그러나 우리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추스르고, 조직과 조직 간의 결합력을 제고하는 일을 해온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 5.24조치 등을 이유로 민간교류가 차단당해 올해도 6.15민족공동위원회의 공동기념행사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먼저 올해 공동행사 추진 경과를 소개해달라.

■ 6.15북측위원회에서 남북.해외 3자가 함께하는 공동행사를 개성에서 하자는 제안이 왔고, 그것을 위해 실무접촉을 하고자 했는데, 정부의 협력을 받아내지 못해 이뤄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분산 개최하는 결과가 됐는데 참 불행한 일이다. 통일을 앞당기는데 걸림돌이 되는 조치다.

□ 분산 개최되는 올해 6.15 기념행사에 대해 소개해달라.

■ 올해는 6.15남측위원회가 형식은 단독으로 하는 셈이지만, 그 내용과 정신은 함께하는 행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장소는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행사가 끝나면 시청역까지 행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천여 명 정도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날 행사도 많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 분산 개최되는 올해 기념행사의 주요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 우선 남북.해외 3자가 공동으로 합의한 공동성명을 낼 것이다. 그 속에는 남과 북의 관계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서로 노력하자는 것과, 일본의 극우반동적인 군국주의화를 경계하는 내용이 담겨지지 않을까 예상된다. 아직 문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 정부의 계속된 불허로 사실상 남북교류나 공동행사 등이 가로막혀 있다. 돌파하거나 우회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돌파라든가 우회라는 말을 안 쓰고 자연스럽게 공동행사가 되면 얼마나 좋겠나. 그렇게 안 됐을 때 돌파해 내는 방법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들이 대정부 투쟁을 해봤지만 우리들의 힘이 약했을 때는 왕왕 소수 정예화되어 가는 과격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소수 정예화된 과격한 행동 전략을 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 생각해서 우리들의 힘을 키워서 그 힘에 의해서 정부에 영향을 주고 정부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자기들의 생각대로만 갈 수 없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대중의 힘을 모아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물론 우회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사실은 해외에서 만난다든지 학술세미나를 해외에서 한다든지 이런 방법으로도 할 수 있겠으나 그렇게 하는 것은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될 수 있으면 정책의 변화와 함께 우리가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 주어진 상황을 돌파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 같다. 실제로도 최근 그러한 시도나 성공을 보지 못한 것 같다.

■ 돌파가 어려운데, 우리가 과거의 활동 행태를 보면 돌파 중심의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그렇게 싸울 수밖에 없었고 싸워왔다. 우리 스스로의 평가는 소수정예화 되니까 과격한 방법으로 싸우게 됐고, 그 결과 희생이 상당히 많았다. 물론 성과도 없잖아 있었지만 더 많은 대중과 함께, 더 많은 시민과 함께 하기는 어려웠던 경험을 되살려가면서 많은 국민대중과 함께 민중과 함께 해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인천 아시안게임 공동응원단 구성

▲ 지난해 7월 5일 6.15민족공동위원회는 중국 베이징에서 공동위원장 회의를 갖고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역시 이 자리에서 합의한 8.15공동행사는 성사되지 못했다. 왼쪽부터 김완수 6.15북측위원회 위원장, 이창복 의장, 곽동의 6.15해외측위원회 위원장.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최근 공동행사가 성사되지 못하자 6.15남측위원회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안 보인다. 최근 6.15남측위원회가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 조용한 가운데서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정중동의 활동양태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6.15남측위원회 본부 중심의 사업은 각 지역본부와 부문본부를 방문해서 상황을 청취하면서 조직과 조직 간의 결합력을 제고하는 일에 중점을 두어왔다.

이제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은 인천에서 개최되는 9월 아시안게임에 북의 축구단부터 경기단체들이 오는데, 그때 공동으로 응원단을 구성해서 함께 응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일본과 관련된 문제인데, 징용.징병 문제에 대한 조사부터 확대하고 철저히 해서 배상을 받는 운동, 그리고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는 운동을 관련된 단체들과 함께 펼쳐나갈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반드시 사죄와 배상까지 받아내려 한다.

지역과 부문에서는 학술본부는 학술세미나를 몇 번 개최하고 정책토론을 벌여서 좋은 정책을 개발해서 제공할 수 있고, 광주나 전북본부에서는 통일마라톤대회를 대중적으로 열어서 성공하는 사례가 있다. 청년학생본부에서는 6.15통일문학상을 시상해서 많은 청년학생들을 결집시키는 운동을 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다 거론할 수 없지만, 여성본부는 남북과 해외가 모여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회의도 해왔다. 이처럼 아주 괄목할만한 활발한 활동은 못했지만 조용한 가운데 조직을 끌어안으면서, 확대해나가면서 활동을 해오지 않았나 평가한다.

특히 저희들이 교육훈련사업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진보연대를 보면 자체적으로 수백 명씩 모여서 연찬회도 하면서 활동을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조직을 강화시키고 확산시키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교육이다. 이것을 본부차원에서도 그렇고 다른 지역본부 차원에서도 열심히 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진행하고 있다.

□ 6.15남측위원회에 소속된 각 부문본부나 지역본부는 굉장히 포괄적인 조직이다. 언론본부만 하더라도 한국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협회 등을 모두 망라하고 있지만 대북 보도를 보면 형편없다. 지역이나 부문이 포괄하고 있는 범위나 규모에 비해서 우리 사회에서의 영향력이나 조직화 정도가 너무 낮지 않은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것 같다.

■ 그래서 내가 조직과 조직 간의 결합력을 제고시켜야겠다고 강조했다. 조직형태를 보면 큰 조직이다. 그 조직을 좀더 견고하게 건설해서 대중적인 사업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내야한다. 그래서 대중의 힘을 끌어안는, 그래서 통일 열기도 고양시키고 정부에 대해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정책의 변화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직은 단군 이래 최대 조직이라고 하는데,(웃음) 그런데 활동은 아주 미미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나를 비롯한 지도부의 책임도 있겠지만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6.15남측위원회 본부가 6.15와 10.4 등 계기적 투쟁을 하는 조직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제는 상시적 활동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무실도 얻어 보고 상근자도 배치해 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더라. 또 돈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더라. 물론 돈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자체 내의 결집력, 활동할 수 있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런 것이 갖춰지고 재정적인 문제가 수반될 때 국가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계기적 투쟁의 활동을 해왔다고 본다면, 앞으로는 상시적인 활동, 운동주체로서 정착해 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무실도 얻어 보고 상근자도 배치해 보려고 한다”

▲ 12일 <통일뉴스>와의 인터뷰 직후 6.15학술본부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는 이창복 의장. 그는 지역과 부문본부의 활동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 - 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원래 재야운동 조직이 전공 아니었나? 전통 재야운동을 해온 경험이 많아서 그런 부분에 대한 기대가 있지 않나?

■ 조직을 통해 성장해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여튼 그렇게 노력하려 한다. 그런데 사실은 내 뜻만 가지고는 안 되더라. 구성원들이 다 고유의 사업을 하는 단위가 있기 때문에, 그 사업을 해가면서 시간을 내서 하는 일이라서 아주 시간맞추기도 어렵고 그렇다.

그러나 이런 제약된 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복해내고 더 열심히 일을 해야 될 것이다. 더구나 이 시기에 있어서 통일운동은 얼마나 중대한 과제인가. 민족적인 과제를 놓고 마치 부업으로 하는 식으로 일을 하면 되겠나. 우리가 전업체제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남북관계와 통일 분야에 있어서는 어떤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 어려운 질문이다. 정치적으로 통일운동적인 사고를 한다고 하면, 이 정부는 안보위기를 조장시키려 한다. 그러니까 대결국면으로 가는 정책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의 활로는 대북 경제협력 밖에 없다. 그래서 북쪽 지역에 투자도 하고 노동자들이 가기도 하고 그래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 있다. 대북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보면 남북 간의 이질성을 해소하는 문제도 있지만 8천만 민족이 대동단결해서 화해와 협력의 국면으로 가는 그러한 노력이 우리로부터 시작돼 아주 열심히,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대결 국면을 포기하고 북쪽의 경제투자를 활성화시키고 결국 8천만 민족의 화해협력 방향으로 간다고 하면 우리 사회가 통일과 관련돼 상당한 변화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 우리 사회가 뻔히 다 알고 있고, 너무나 상식적인 것조차도 잘 안 고쳐지는 고질적인 문제가 많다. 통일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예를 들어 남북경협을 하면 좋은 건데 안 하고 있다. 아주 뻔하고 쉬운 문제들이 실제로는 굉장히 높은 장벽에 둘러쌓여 있어 잘 안 되고 있다. 현존하는 정치지형, 사회.언론.문화 환경에서 6.15남측위원회가 앞장서서 우선적으로 변화시켜야 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 좋은 제안이다. 우리가 현재까지는 남북.해외 3자가 공동행사를 하는 것도 안 되는 마당에 더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못 가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런 분야에 대해서도 우리가 섭렵하고 고민해내야 하다.

아직은 그러지 못했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결국은 정치 분위기, 정치 환경을 바꿔야 되는 것 아닌가. 큰 것은 정권의 교체인데 그것은 앞으로 몇 년 더 있어야 하고, 현재 이 상황 속에서는 현 정권으로 하여금 정책을 변화시키도록 촉구하는 것, 그러면서 통일의 길을 넓혀나가는 것, 이런 것들이 현실적인 방안 아닐까 생각한다.

통일운동과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생각해본다면 우리들의 마음도 바뀌어야 한다. 이를테면 안 되는 건 전부 정부 탓이고 우리 탓은 없는 것인 양 생각하는 것도 너무 안주하는 소극적인 생각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가 활동해왔던 것을 냉정하게 성찰해 가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열심히 해야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가 야권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고 사실 그런 측면이 있지만 그것이 ‘대통령의 눈물’이니, ‘도와주세요’ 이런 흐름 때문에 상당히 희석된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진보교육감이 대거 진출했고, 광역자치단체장도 반은 우리가 차지한 걸 보면 국민들은 상당히 야권에 힘을 실어줬다고 판단하고 싶다.

특히 그런 판을 짜는데 40대 엄마들의 분노가 발동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자녀들의 교육에 대해서는 진보를 택했고, 일상적인 생계문제, 주택문제를 생각하면 보수를 택한 양면성이 있지 않느냐 본다. 그리고 젊은층들이 과거보다는 동참했다고 보여진다.

국민들이 야권에 상당히 힘을 실어준 결과라고 보고 싶다.

“우리들의 마음도 바뀌어야 한다”
 

▲ 이창복 의장은 상황을 돌파하거나 우회하기 보다는 국민의 힘을 모아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는 방향을 견지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박귀현 객원기자]

□ 선거 이후 박근혜 정부는 인사를 통해 이후의 정국 흐름을 예고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을 안보실장에, 이병기 주일대사를 국정원장에 내정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제자리걸음하는 변화는 없다. 변화는 진전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 성향의 사람을 그대로 두는 인사는 변화를 주는 인사가 아니다. 이번에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라든지, 국정원장 후보자 지명한 것을 봐도 변화를 기대할만한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답답한 점이 있다.

□ 군 출신이 물러나고 남북관계가 풀려야 한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다시 군 출신이 안보실장이 됐다.

■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김관진 국방장관이 안보실장에 내정된 것은 변화를 주려고 하는 노력이 전혀 없는 것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뒤에서 좌지우지하는 비서실장도 교체대상이어야 하는데 교체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국민의 여론을 무마시키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 그것도 똑바로 했으면 좋겠는데 변화를 주는 인사들이 나타나지 않아서 걱정이다.

□ 진보정당과 재야운동이 예전에 비해 현저히 위축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평가와 대안이 있다면?

■ 진보정당이나 재야, 합쳐서 진보진영으로 표현해보자. 진보진영이 ‘몰락했다’, ‘위상이 위축돼 있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그 이유가 뭔가 생각해보면, 우선 진보진영 내의 분열이 있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몇 개의 정당이 있지 않나. 사실 통합진보당을 비롯해서 진보정당들이 하나가 돼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재야도 보면 통일운동권과 시민운동권이 나뉘어 있고, 그 시민운동권 안에서도 여러 단체가 갈라져있다. 물론 연대활동을 하기는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위상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하려고 하는 여러 단체들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힘을 모으고 역량을 키우는데 있어서 거의 같은 뜻으로 활동하는 단체들이라고 한다면 조직의 통폐합이 이뤄져야 하고, 통폐합이 안 되면 연대활동이라도 강고하게 이뤄내서 활동해야 한다. 그래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돼야 하는데 아직 그 점이 상당히 약한 상태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극히 반성해야 한다. 남의 탓하기 전에 ‘너희들은 뭘 잘했어?’, ‘뭘 잘하고 있어?’라고 물어본다면 아무 것도 이야기할 게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정말 허심탄회하게 반성하면서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최근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는 듯 하고, 오히려 일본과 북한이 느닷없이 만나고 있다. 국제정세에 대해서 어떻게 전망하나?

■ 일본하고 북한하고 요새 접촉을 통해서 북한 제재를 약화시키면서 납치활동을 조사하기로 합의했는데, 이것은 한.미.일 간의 합의사항이 약화되는 거다. 이것이 뭘 의미할까. 결국은 북핵 저지를 위해서 힘을 합치자 했지만 국익을 위해서는 다 제 갈길 가는 거다. 제 나라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는 남북 간에 협력하고 교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게 우리 민족의 이익을 보장하고 남북 간에 평화와 한반도의 안정을 정착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