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인적 쇄신이 관심이었습니다. 10일 박 대통령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국무총리로, 이병기 주일본대사를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두 후보자의 면면을 보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교훈과 지방선거 결과의 교훈을 망각한 듯싶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국가 시스템 개편과 관피아 척결 등을 통해 국민안전과 국민통합을 이루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방선거의 교훈은 국민이 여야 어디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았기에 정치권 모두가 패배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박 대통령에겐 예정된 인적 쇄신을 통해 국민안전과 국민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야 할 책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인 출신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대체로 극우보수 내지 수구 성향에다 대북 강경 입장을 지난 인사로 평가됩니다. 그는 칼럼 등에서 북핵에 맞서 핵무장을 주장했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이는 박 대통령의 ‘핵없는 한반도’와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도 어긋납니다.

무엇보다 그가 총리에 내정됐다고 하자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뜻밖이다”는 반응을 보이며, “지금 시점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등의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가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병폐를 고치고 관료조직을 개혁할 수 있는 개혁형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민통합형이나 남북화해형도 아닌 것은 명백합니다.

답은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의 덫에 걸려 후보직을 사퇴한 게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한마디로 청문회포비아에 빠진 것입니다. 그러기에 아무런 기준도 없이 청문회 통과만을 1순위로 따져 문 후보자 지명에 급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외교관 출신이지만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부에 걸쳐 정치권에 있었으며, 특히 1995년 국가안전기획부장(현 국가정보원장) 제2특보로 있다가 1996년부터 98년까지 국가안전기획부 제2차장을 지냈습니다.

그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5년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취임했으며,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부터 박 대통령에게 정치 현안에 대해 조언했고, 2012년 대선 기간에도 박 대통령 핵심 측근 중 한 명이었다고 합니다. 통상 ‘친박(친박근혜)’ 원로 핵심 그룹의 한 명으로 인식됩니다. 말하자면 그는 늘 지금의 여권 주변에 있다가 특히 박 대통령 수첩에 이름이 올라와 있던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6.4지방선거의 결과를 잘못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국회 청문회 통과만을 위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깜짝 발탁했으며,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를 수첩 인사 했으니 말입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고 이후 줄줄이 있을 정부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심히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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