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우(통일뉴스 논설위원)


지난해부터 일본과 북한간에 수교 이야기가 무성하다. 이웃한 국가끼리 반세기가 지나도록 국교가 없다는 것은 이유야 어떻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바람직하지 못한 관계가 긴 세월에 걸쳐 일본과 북한간에 형성되어 왔다.

얼마전 보도된 기사를 보면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는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교섭에서 최대 현안인 식민지배 배상과 관련해서 1965년 한국과 일본이 타결한 경제협력(재산청구권)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지난 달 31일 밝혔다. 모리 총리는 이날 도꾜 TV와의 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식민지 보상문제는 그간의 전례를 감안해 한일 두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해결한 것과 같은 방식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경제협력이 아닌 보상금 지급 방식의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그간 한국은 북한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를 극력 저지해 왔고 또 하더라도 지난 날 한국이 일본과 맺은 수준을 넘으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일본측에 강요해 왔다. 바로 이 점이 일본과 북한의 수교협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의 요구는 우리 민족이 실현해야 하는 헌법정신에도 어긋나고 민족적 양식에도 어긋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이익에도 어긋나는 정책이다. 오늘 우리 민족이 서로 나뉘어 불구대천의 원수로 지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 때문이다.

한국은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거치는 동안 엄청난 인적,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100여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으며 징용, 징병 등으로 당한 피해는 1000여만 명에 이르렀다. 수백만 동포가 살길이 없어 또는 독립운동을 위해 전세계 백수십개 국가로 흩어져 이국 땅의 외로운 고혼이 되었다.

재산상의 피해도 말할 수 없다. 일제가 베어간 나무만 해도 그들이 발표한 것만 수십 억불에 이르며 금은 등 현금 자원과 강탈해 간 광산물 등은 수백 억불이 넘는다. 쌀과 곡물 등은 가장 피해가 엄청난 부분이다. 문화재도 도굴과 강탈, 약탈한 것이 수백만 점에 이를 것이다. 인력과 인건비 손실은 너무 엄청나 계산이 불가능하다. 저금과 채권 등 현금 강탈만 해도 백 억불은 넘을 것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은 놔두고 돈으로 계산 가능한 것만 쳐도 적게 잡아 요즘 돈으로 3천 억불은 훨씬 넘을 것이다. 식민지배 손실중 경제적인 환산이 가능한 것만 따져도 아마 5천 억불은 잡아야 그나마 약간 근사치에 가까운 액수가 될 것이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정신적인 손실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우리 민족이 두쪽으로 나뉘어 그동안 소모한 군사비와 간접경비를 계산하면 역시 수천 억불이 넘을 것이다. 일본이 무역 등 기타의 방법으로 가져간 돈만 해도 엄청난 액수이다. 독재정치와 식민유산 때문에 민족이 겪은 고통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것인가. 모두가 일제 식민지배로 인한 엄청난 상처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민족적 고통과 문제점을 모두 덮어두고 1965년 일본과 무조건 외교관계를 맺는데 합의해 버렸다. 그리고서 그때까지 유지하던 바다의 여러 권리를 내어주고 한국 경제와 문화를 다시 일본 시장으로 내주었다. 일본은 한국을 침략, 약탈한 돈으로 근대화의 기반을 다졌으며 한국전쟁으로 2차대전의 폐허를 딛고 경제부흥의 토대를 마련했고 한일협정으로 한국 경제를 장악하여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전국민이 항의해 일어섰으나 계엄령으로 눌러 둔 채 협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켜 버렸다. 한국 헌법에는 임시정부의 법통과 정신을 잇는다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식민지 전통과 정신을 잇게 된 것이다. 한국이 일본과 잘못된 외교관계를 맺으니 일본은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침략사관을 되살려 전세계의 근심거리가 되었다. 한국은 인류가 피로 쟁취한 교훈을 짓뭉개 버렸다.

북한과 일본의 수교협상은 한국이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배상과 정확한 사과, 그리고 침략적인 문화정책의 시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봉우 논설위원 약력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한민족 독도찾기 운동본부 기획위원(현)
통일뉴스 논설위원(현)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