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국회 격인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의 9일 결과에 우리 당국과 언론이 머쓱해졌습니다. 애초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번 회의를 통해 ‘김정일 시대’의 통치시스템을 개편하고 그에 따른 세대교체를 하거나 또는 장성택 숙청 이후 인적쇄신이 필수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과 크게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퇴진과 박봉주 내각 총리의 경질이 점쳐졌습니다. 김 상임위원장은 86세의 고령이고 박 총리는 경제난 해결 부진의 책임을 진다는 시나리오였습니다. 특히, 김영남의 경우 우리 당국은 지난 3월9일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선거 결과를 공표한 직후 그가 대의원에 뽑히지 않았다며 퇴진 가능성을 거론했을 정도입니다. 그것도 ‘김영남’이라는 이름으로 뽑힌 대의원이 있는데 동명이인일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붙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유임됐으며, 김영대․양형섭 부위원장과 김영주 명예부위원장도 자리를 지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박봉주 내각 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경제부처 장관들도 대부분 유임됐습니다. 특별한 인적쇄신이 없으니 장성택 인맥 퇴진도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장성택 처형 후 대대적인 물갈이라는 표현도 실없는 소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당국과 전문가들이 이번 회의 결과와 관련해 ‘변화보다 안정 선택’이라는 하나마나한 평가를 내린 것까지는 그렇다고 칩시다. 오판에 대해 모르쇠 작전을 펴는 것도 그렇다고 칩시다. 그 이후가 가관입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예측불가능한 체제임이 드러났다고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이 무슨 강아지 풀 뜯는 소리입니까? 자칭 대북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자기가 오판해 놓고는 그게 맞지 않은 이유로 북한이 따라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세상에 적반하장도 유분수입니다. 오만의 극치일 따름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북한은 파워엘리트의 경우 인적쇄신이나 세대교체를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 북한은 혁명전통과 사회질서를 중히 여기기에 이른바 노․장․청(老․長․靑)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편입니다. 젊은피 수혈이니 세대교체니 하는 것은 드뭅니다. 하더라도 소리소문없이 하거나 유연하게 합니다. 북한의 파워엘리트에 대한 이 같은 입장만 이해를 해도 김영남 퇴진과 같은 무리한 판단은 안했을 것입니다.

놀랍게도 벌써 새로운 오판과 오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이번에 최룡해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른 것을 두고 세간의 일치된 평가를 보니 그렇다는 것입니다. 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최룡해가 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어 장성택의 빈자리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까지 3대 핵심 요직을 차지하면서 명실공한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 말입니다. 또 ‘2인자’ 타령이 시작된 것입니다.

북한에 2인자란 없습니다. 있다면 1인자만 있을 뿐입니다. 유일지도체제이기 때문입니다. “장성택이 2인자다”며 떠들다가 숙청당하자, “2인자도 처벌하나?” 하며 북한의 예측불가능성을 성토하는 우를 또다시 범해선 안 됩니다. 북한엔 김정은이 중심에 있고 그리고 숱한 김영남, 김영대, 양형섭, 김영주, 박봉주, 최룡해가 동일한 반지름으로 원을 그리며 위치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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