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까지 예정된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한 북의 로켓 시험발사로 한반도의 긴장이 서서히 고조되는 가운데, 개성공단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이후 남북관계 개선의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내에서는 ‘통일대박론’을 밝히고 통일준비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며 통일담론을 선점해 가고 있지만, 외교에서는 일방적인 북핵 폐기와 북의 병진노선 필패론 등을 설파하며 남북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주문에 따라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크림자치공화국 합병을 규탄하여 러시아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통일뉴스>는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대북밀사이자 북방정책의 입안자였던 박철언 한반도복지통일재단 이사장(전 청소년체육부 장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 그리고 주변국에 대한 올바른 외교노선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인터뷰는 정성희 <통일뉴스> 기획위원(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이 3월 21일(금) 오전10시30분 서울 역삼동 박철언 이사장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편집자 주

▲ "원래 문학도였는데 난데없이 검사가 되고 법조계에서 정치의 격류에 휘말리다 2000년 정계 은퇴해 귀거래사라고 할까, 문학으로 돌아왔지요."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정성희 소장 :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 박철언 이사장 : 백수 과로사 한다고 바쁘긴 바쁜데 건강은 좋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가려서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여 나이에 비해 좀 젊게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공직생활 30년의 긴장과 초조, 진흙탕 같은 정치권에서 벗어나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만 하니까 바빠도 기분이 좋고 건강도 좋습니다.

하는 일은 서울에서 ‘한반도복지통일재단’을 26년째 운영하고, 고향에서 사단법인 ‘대구경북 발전포럼’을 통해 초중고 학생들 장학금 지급, 장애인 지원 봉사활동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6공 황태자에서 시인으로

법조인 출신이니까 변호사 개업도 하고 있는데, 지난 14년간 유료 변호나 기업 유료 자문, 로펌 소속 월급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나라운영의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후배들의 재판 업무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애초부터 무료 법률상담만, 억울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법률상담을 왔을 때 무료로 해주고 있습니다.

또 작년까지 5년간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석좌교수로 강의를 했고 전국 여러 대학이나 모임의 초청 특강을 다녔습니다. 1995년에 시인으로 등단해 지금까지 시를 쓰고 문인모임에 나가는데, 이번에 세 번째 시집을 냅니다.

□ 정성희 소장 : 세 번째 시집 제목이 뭐지요? 학창시절부터 시를 좀 썼습니까?

세 번째 시집 <바람이 잠들면 말 하리라> 곧 출간

▲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대북밀사이자 북방정책의 입안자였던 박철언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21일 서울 역삼동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박철언 이사장 : <바람이 잠들면 말 하리라>라는 제목의 세 번째 시집입니다. 고교시절에는 문학을 전공하는 교수가 되고 싶어 <청맥>이라는 문학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대학 들어가서도 <독우회>라고 독문학을 공부하는 모임에 참여했어요. 당시 전혜린 여사가 지도교수였는데, 헤세, 니체 등의 작품 원문을 주 1회 읽고 얘기를 나누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검사가 되고 법조계에서 정치의 격류에 휘말리다 2000년 정계 은퇴해 귀거래사(歸去來辭)라고 할까, 문학으로 돌아왔지요.

운이 좋아 상도 여러 개 받았습니다. 2004년 서포 김만중 문학상 대상, 2008년 순수문학 작가상, 2011년 순수문학 시 부문 대상, 2013년 말에는 세계문학상 시 부문 대상, 2014년 초 세계다문화 문학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운이 없었는데, 문단에서는 운이 좋은 셈이지요. 많은 분들이 저의 시를 사랑해주셔서 용기를 갖고 세 번째 시집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 위한 6년간 차관급 비밀접촉

□ 정성희 소장 : 전두환 정권 시기의 남북 비밀접촉을 시작으로 노태우 정권의 남북관계 개선과 북방정책 구현에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1988년 7.7선언,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등 당시 상황을 회고해주시고 오늘에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시지요.

■ 박철언 이사장 : 1985년 7월부터 1991년까지 약 6년 간 전두환-노태우 정부에 걸쳐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통일을 촉진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차관급 비밀접촉의 남측 수석대표로서 42회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북으로 가서 김일성 주석과 많은 북측 요인을 판문점 북측 판문각, 개성, 평양의 주석궁, 모란봉 초대소, 백두산 아래 삼지연 별장 등 여러 곳에서 20여 차례 회담을 했습니다. 또 허담 대남비서, 한시해 북측 수석대표 등 북측 대표단 일행이 남으로 내려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서울의 워커힐 특별숙소, 신라호텔, 제주도 한라산 정상, 삼청각, 남산 타워,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등 여러 곳에서 회담하고 구경시켰습니다. 제3국 싱가포르에서도 남북 비밀접촉을 한 바 있었어요.

이런 비밀접촉을 통해 남과 북의 신뢰가 축적되고 상호 이해 증진이 이루어졌습니다. 아웅산 사건 이후 극도의 남북 긴장과 대결로 안보 및 군사비 부담, 전쟁위기에 따른 외국인 투자위축과 관광객 격감 등 민족역량이 엄청나게 소모되었습니다. 1984년 북측 수해지원을 남측이 받아들이고 남측의 비밀회담 제안을 북측이 수락하면서 시작된 거지요.

짧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길면 3박4일을 함께 하면서 많은 얘기를 하고 많은 것을 눈으로 보면서 신뢰를 쌓았지요. 그래서 1985년 가을,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고향방문단, 예술단, 기자단이 서울과 평양을 왕래했고, 1990년 남북 축구경기를 교환했으며, 청소년 축구 탁구 단일팀을 구성해 세계무대에 진출시켰습니다.

핫라인으로 무력충돌 예방

▲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기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비밀접촉의 남측 수석대표로서 42회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또 저와 북측 수석대표 사이에 핫라인(비밀전화)을 개설해 여러 가지 문제를 상의했습니다. 한번은 동해상 우리 영해에 북측 군함이 넘어와 사격하느냐 마느냐 할 때, 핫라인을 통해 기관고장에 의한 표류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무력충돌을 예방한 적도 있었습니다. 또 대화가 잘되던 1985년 12월에는 북한이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에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비밀회담의 많은 대화와 이견 절충을 바탕으로 1991년 공개적인 총리급 회담이 이뤄졌고 우리 분단극복의 역사에서 최초로 평화공존, 평화통일을 향한 구체적인 이정표라 할 수 있는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되었습니다. 이어 1992년 2월 비핵화 공동선언까지 발표하게 됩니다.

또 제가 팀장이 되고 관계 부처 실무자들을 모아 입안했습니다만, 대북 포용정책과 공산권 수교를 위한 이념적 기초로 되는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대통령 특별선언>, 이른바 ‘7.7선언’이 발표됩니다. 남한은 소련, 중국 등 공산권과 수교하고 북한은 미국, 일본 등과의 수교를 지원하고 국제무대에서 과당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게 그 요지였습니다.

7.7선언의 정신에 따라 헝가리, 체코, 소련, 중국, 북한 등지로 비밀 출장을 다녔는데, 노태우 대통령 임기 동안 39개국과 외교관계를 맺어 과거의 반쪽 외교에서 공산권까지 세계 전방위 외교시대를 개막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의 경제활동 범위도 대폭 넓어졌고 오늘날 중국이 우리의 제1 무역파트너가 되지 않았습니까?

42회 비밀회담 바탕으로 남북기본합의서 채택까지

1989년 9월 역사적인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발표했는데, 사상 처음으로 남과 북이 구체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통일방안이었습니다. 요지는 신뢰구축하고 교류협력해서 연합단계를 거쳐 단일국가로 가자는 것입니다. 북측의 느슨한 연방제와 남측의 연합제를 잘 절충하면 통일을 이룰 수 있지 않겠나 해서 비밀접촉에서도 북측에 알리고 공감해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이런 깊은 대화가 있었기에 북방정책이 실현되고 남북기본합의서도 채택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대승적 시대정신이 김영삼 정권 이후 20년간 실종되어버렸습니다. 김영삼 정권 5년은 갈팡질팡하다가 엉망진창이 되었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은 가시적 성과가 있었으나 NPT 탈퇴나 핵개발에 속수무책이었으며, 이명박 정권은 ‘비핵. 개방. 3000’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 사이에 북한은 1~3차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까지 끝내고 향후 1~2년 내 핵무기를 경량화, 소형화해 실전배치를 완료할 것이라고 합니다. 단.중거리 미사일 1000여기, 이동발사대 100여기, 핵무기 8~10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고요. 북한의 핵무기는 대남, 대미 전략의 핵심이고 세습체제의 근간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에 새 활로 열어주고 핵 포기 촉구해야

▲ 박 이사장은 인터뷰 중간 커다란 제스처를 취했다. "박근혜 정부의 단편적 원칙주의의 관철은 남북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을 위한 근본문제 해결의 단초가 되지 못합니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남한은 정치보복으로 대북 채널과 신뢰관계를 단절하고 과거 남북대화의 성과를 무위로 돌리며 국제적 고립 압살에 앞장서니까 북한이 외교적 경제적 우위에 있는 남한에 맞서 체제를 지키기 위해 살 길은 오직 핵과 미사일뿐이라며 죽기 살기로 지난 20년을 달려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북한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고 핵을 포기하라고 해야 합니다. 활로를 열어주지도 않은 채 단편적인 원칙주의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1년 이상을 마치 원칙주의로 북한을 길들이고 있는 듯이 얘기하지만, 제가 보건데 이는 정말 피상적인 관찰입니다. 북한은 지금 자기 페이스대로 하고 있는 겁니다. 단편적 원칙주의의 관철이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을 위한 근본문제 해결의 단초가 되지 못합니다. 이것을 아직 박근혜 대통령이나 그 핵심 참모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어 참 걱정스럽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맹방인 중국, 소련, 헝가리, 체코 등 39개 나라와 수교를 했는데, 북한은 미국, 일본과 외교관계를 맺었습니까? 김영삼 정부 등 역대정권이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의 길을 열어주었어야 했습니다. 동구권 붕괴 이후 지난 20여 년간 미국 일국 패권주의가 동북아를 지배하고 우리의 외교안보군사정책이 친미극우 일변도이기 때문에 고립된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잘 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처지를 이해하는 바탕에서 문제해결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남은 중, 소 등 39개국 수교, 북은 아직도 미, 일 수교 못해

□ 정성희 소장 : 오는 4월 중순까지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훈련이 진행되고 있는데, 방어적 정례적 훈련이라 하지만 사실상 북침을 가상한 대규모 전쟁연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습 직전인 지난달 21일 B-52 미 전략 핵 폭격기가 등장했고, 핵잠수함까지 부산항에 입항했고 북한은 수십 발의 미사일 발사로 대응하는 등 긴장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미국의 대북 정책이 수정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을 앞세워 동북아 패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 박철언 이사장 : 저는 올해만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 4년 동안 국가적 안보위기, 전쟁의 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이조 말기에 세계정세의 변화를 모르고 있다가 먼저 깨달은 일본에 먹혀버렸습니다. 이미 산업화, 근대화를 이룬 서구와 선진문물을 수용해 힘을 키운 일본으로 세계파워가 이동했는데, 우리는 중국에 계속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은 5세 동치제를 앞세워 서태후가 섭정하고 조선은 11세 고종을 앞세워 대원군과 민비가 싸우고 있었어요. 그러나 일본은 15세 메이지 천황을 앞세운 개혁청년들이 유신을 단행하고 국력을 키워 청나라와 러시아를 차례로 제패하고 우리는 1910년 치욕적인 한일합방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오바마, 동북아 패권 포기하고 중국역할 인정해야

▲ "우리 정부가 오바마 정부와 담판하여 북한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줘야 합니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지금 세계 및 동북아 정세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동구권 붕괴 이후 미국 일국 패권주의가 도처에서 ‘콩 놔라 팥 놔라’ 개입하고 간섭했지만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2008년 미국 발 세계경제위기로 미국 패권이 약화되고 있는 반면,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세계 권력은 G1에서 G2로 가고 있습니다. 대미 채권과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도 중국이고 북한을 가장 많이 지원하는 나라도 중국입니다.

현재 북한이 사용하는 기름의 90%, 식량 부족분의 20%, 무역의 7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게 핵무기 갖지 말라고 하지만 북한이 중국과 등을 질 정도로 압박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을 미국이 C자형으로 포위하는데 이용당하기 때문입니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비롯한 대만, 필리핀, 호주로 연결되는 포위망을 좁혀오는 상황에서 북한까지 잃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협력하면서도 정치군사적으로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북 핵을 부각해 한반도 긴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북의 비핵화, 남북 평화공존과 통일번영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일국 패권주의를 포기해야 합니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중국의 역할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오바마 정부와 담판하여 북한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줘야 합니다. 친미극우 일변도의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은 모든 대북 지원을 끊고 붕괴시키면 우리가 먹을 수 있는데, 왜 교류협력하려 하느냐고 합니다. 참으로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얘기입니다.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이 앉아서 죽겠습니까? 안보불안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이기더라도 말할 수 없는 대재앙이 초래됩니다. 전쟁을 막아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담판해야

그런데 어정쩡한 대북 강경책, 예를 들어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이나 미국 핵잠수함 1~2회 입항으로 우리 국민이 발 뻗고 편히 잠 잘 수 있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담판해서 북핵문제 해결해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핵무기 만들겠다, 미사일도 800Km 제한을 풀어 3000Km까지 허용해라, 일본에게 허용한 핵폐기물 재처리를 왜 한국은 못하게 하느냐고 주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은 동북아에서의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중국은 북한에게 핵 포기를 설득하고 우리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고 북한과 미국, 일본과의 조속한 수교, 서방의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해야 합니다. 이런 활로를 제시하면서 국제적 설득과 압박을 가해야 북이 핵을 포기할 것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면 중국이 좋아하겠습니까? 따로 시진핑 주석과 만난다고 하지만,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통일하려면 우리는 중국과 잘 지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한 독일통일을 자꾸 생각하는데, 지금의 남북통일과 상황이 다릅니다. 북이 붕괴되어도 우리에게 안 옵니다.

독일통일과 한반도통일은 달라
통일을 위해 친중 외교 강화해야

▲ 박 이사장은 자신의 저서를 들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김정일 정권 때 북한 지하자원을 중국에 장기 임대했는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군을 진주시키거나 친중 정권을 내세울 것입니다. 동독이 무너질 때는 가장 강력한 맹방인 소련이 같이 무너져 아무도 도와줄 나라가 없었던 반면, 북한이 무너지면 가장 강력한 맹방인 중국이 도와주게 되어 있습니다. 중국은 한반도 친미 통일정권을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통일외교는 남북관계 개선과 동시에 친중 외교가 매우 중요합니다. 친미 일변도 외교를 지양하고 친중 외교를 강화해야 합니다. 중국의 핵심이익에 배치되지 않고 남북합의형 통일이란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 경제적 제재도 별 효과가 없습니다. '전략적 인내'는 ‘무기력한 방치’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에 끌려가 중국을 자극하고 북의 활로를 열어주지 않고 압박만 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인도적 지원은 계속 해야 하는데, 최근 비료조차 지원하지 않는 등 이런 단편적인 원칙주의로는 안보를 지킬 수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가 심히 걱정됩니다.

□ 정성희 소장 : 어렵게 이산가족 상봉을 마쳤지만, 남의 정례화 회담 제안에 북이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반응입니다. 또 기독교탈북인연합회가 대북 전단을 살포하니 북이 상호 비방 중상 중단 합의 위반이라고 문제제기하고 있습니다. 향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직속 통일준비위 설치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단편적 원칙주의로 신뢰 조성된다고 착각하지 말라

■ 박철언 이사장 : 박근혜 정부는 단편적 원칙주의 관철로 남북 신뢰가 조성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남북신뢰를 위해서는 상호 체제 유지 보장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자꾸 전단 살포를 하면 되겠습니까?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는 평화공존을 바탕으로 평화통일로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공존은 체제를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여당은 물론이고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도 법적 단속은 못하더라도 자제를 설득해야지요. 합의해놓고 민간이니까, 자유민주체제이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공존을 전제로 한 신뢰 구축의 자세가 아니지요.

북한이 비방 중상, 적대적 군사행위를 하지 말자, 먼저 보여주겠다며 한미군사훈련 중의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하는 대남 유화책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물론 전략적 의도가 있지요. 정치적으로 대북 심리전을 막고 경제적으로 금강산 관광, 비료와 쌀을 얻어내며 외교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미국과의 대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 이유는 북 핵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시간벌기이기도 하지요. 과거 미국이 인도, 파키스탄의 핵실험을 완강하게 반대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해외반출, 불순세력 이전 금지를 조건으로 묵인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이런 식을 기대하는 것이죠.

비방 중상은 평화공존을 부정하는 것

▲ 인터뷰 후 검은 안경을 끼고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박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남북화해,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의 기반 조성을 위해 남한 내 종북좌파를 단속하는 동시에 극우보수언론의 북한 지도자와 북한 체제에 대한 감정적 비난을 자제시켜야 합니다. 상호 비방 중상 금지도 진지하게 수용해야 합니다. 북이 위반하면 문제를 삼아야 하고요. 종편방송에서 탈북자를 동원해 김정은 욕을 얼마나 많이 했습니까? 또 대통령은 함부로 대북 비난에 앞장서면 곤란합니다. 점잖게 발언해야지요. 가령 작년 3월 육해공 합동임관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민은 굶주리는데 핵무기 만들면 결국 자멸할 것”이라 했습니다. 부적절한 표현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핵무기를 버려야 한다. 평화공존 통일번영으로 나아가자“고 하면 될 것을 말입니다. 참모들이 대통령 연설 원고를 똑바로 써주길 바랍니다.

통일대박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통일준비위를 구성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것도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또 자유민주체제로의 통일까지 거론하던데, 이렇게 얘기하면 북한이 받아들이겠습니까? 통일은 상대방이 있는 게예요. 공존을 생각하면서 통일준비는 조용히 해야지요.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고, ‘민주평통’에 민간을 더 합류시켜 대책을 조용히 마련하면 되는데, 준비 없이 떠벌리기만 하면 안보현실에 대한 국민의 무감각을 부채질할 따름입니다.

거국내각 구성으로 국민통합, 민족통합 추진해야

□ 정성희 소장 :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당부하실 말씀을 해주시지요.

■ 박철언 이사장 : 우리는 안보위기, 경제위기, 분열위기라는 삼중고에 처해 있습니다. 모두가 물질 위주의 극단적 이기주의로 나라의 현주소를 잘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거국내각을 구성해 국민통합, 민족통합을 추진하고, 자제 봉사 협력의 새 정신으로 아시아 태평양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 여야 정당과 사회단체들이 위의 세 가지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공존 평화통일을 추진하여 아시아 태평양의 주역으로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을 조정하고 인류의 공동선을 추구해 나아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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