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천안함이 반파돼 침몰했다. 40명의 장병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의 ‘1번 어뢰’에 의해 격침당했다는 군당국의 공식발표로 마무리된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도 벌써 4년이 됐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당시부터 지금까지 의혹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 사건을 이유로 정부가 취한 ‘5.24조치’는 여전히 ‘유효’해 남북 간 교류가 원천적으로 가로막혀 있는 상태도 지속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사망한 46명의 장병과 유족들은 물론, 많은 이들에게는 아직 천안함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이 사건으로 인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당해 재판이 진행 중인 신상철 전 <서프라이즈> 대표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을 맡기도 했던 신상철 전 대표와 천안함 사건 4주기를 맞아 서면인터뷰를 통해 현황과 과제를 짚어보았다.

“세계 군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

▲ 2012년 1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에 앞서 포즈를 취한 신상철 전 대표.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통일뉴스 : 천안함 사건 4주기를 맞습니다. 개인적인 소회는 어떠신지요?

■ 신상철 전 대표 : 천안함 사건이 2010년 3월 26일이었고 오는 26일이면 꼬박 4년의 세월이 흐른 셈입니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었고 지금 역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뭐랄까요... 느낌이 참 묘하군요. 작년 천안함 3주기 때에는 ‘아, 3년상이 끝나는구나...’하는 어떤 매듭이 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면, 4주기를 맞는 지금은 ‘천안함 사고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다르다고나 할까요.

□ 건강상의 이유로 천안함 재판이 잠시 중단된 걸로 아는데, 건강 상태는 어떠신지요?

■ 2012년 겨울 건강검진에서 대장암이 발견되어 작년 1월과 3월 두 번에 걸쳐 수술을 하였고 4월부터 6개월간 12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항암치료가 너무나 힘들어서 그 기간동안 재판을 하지 못하였지요. 10월 중순 치료가 끝나고 11월부터 중단되었던 재판이 재개되어 오는 4월에는 23차 공판이 열리게 될 예정입니다.

□ 천안함 사건 관계자들이 대부분 승진한 것으로 압니다. 함정이 완파되고 장병들이 대거 사망했음에도 이들이 승진된 것은 이례적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참으로 아이러니이지요. 국방부의 주장에 의하면 ‘한미 양국 이지스함 3척과 수십 척의 함대가 합동훈련을 벌였던 키리졸브 훈련, 그것도 대잠수함 훈련이 진행되던 중 북한의 잠수함 한 척이 NLL을 넘어 와 경계 중이던 초계함을 어뢰 1발로 격침시키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것은 ‘경계에 실패한 군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지요. 그런데 관련자 대부분이 진급하고 영전을 했습니다. 세계 군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겁니다.

국방부가 경계근무 실패의 1차적 책임자인 천안함 함장을 징계하려고 하니 함장은 조용히 변호사를 선임합니다. 그러자 국방부는 없던 일로 하고 덮어버려요. 2함대 사령관을 징계하려고 하니 행정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러자 또 국방부는 슬그머니 징계를 거둡니다. 황당한 일이지요. 그 자체만으로 그 분들은 천안함 조사결과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셈이지요.

참고로 소위 ‘노크귀순’으로 알려진 동부전선에서의 북한군 귀순 사건 있지 않습니까? 그 사건으로 육군에서는 수뇌부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지요. 경계작전에 실패하여 46명이 사망한 사건과 한 명의 북한군이 귀순한 사건에서의 징계 내용만 대비해 보더라도 어느 사건이 거짓이고 어느 사건이 진실인지 오롯이 드러나는 거지요.

“집단지성의 힘에 놀라게 된다”

▲ 사건 발생 초기인 2010년 6월, 건강한 모습으로 의욕적으로 인터뷰에 임한 신상철 전 대표.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사회적 관심도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최근의 진실 규명 운동에 대해 소개해주십시오.

■ 매달 한 번씩 이어지고 있는 천안함 공판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고, 천안함 진실규명에 있어 그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검찰측과 변호인측이 합의하여 신청한 증인이 무려 80여명에 달합니다. 그 분들을 법정에 불러 심문하는 일이야말로 진실규명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과정이지요.

그리고 많은 네티즌들이 인터넷 칼럼 혹은 댓글 토론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이 사실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한데요 천안함 사건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않고 있는 많은 불특정다수의 국민이 아직까지도 적지 않다는 사실에 놀랍고 또 제가 발견하지 못한 정보나 자료 혹은 묻혀졌던 진실의 단편들이 집단지성의 힘에 의해 조각조각 모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 천안함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데, 재판 경과와 현황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십시오.

■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고 이후 제가 여러 가지 의혹에 관한 글을 칼럼 혹은 인터뷰 형식으로 게재를 하자 국방부의 고소고발로 인해 그해 5월부터 검찰조사를 받아 8월에 기소가 되었고 2010년 9월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후 준비기일을 거쳐 한 달에 한번 꼴로 공판이 열려 2012년 말까지 18차 공판이 이어졌고 2013년 1년간은 저의 병치료로 쉬었다가 2013년 11월 다시 공판이 재개되어 현재까지 21차 공판이 끝난 상태입니다.

그 기간 동안 총 80여명의 증인 가운데 50여명이 법정 증언석에 섰고 현재는 재판부가 교체되는 과정에 있어 오는 4월부터 다시 재판이 재개될 예정입니다.

▲ 2012년 6월 11일 천안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원일 천안함 전 함장. 재판정을 나서며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천안함 소나는 어뢰를 탐지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현재까지 재판을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과 향후 주요 사안에 대해 짚어주십시오.

■ 실제 재판과정에서 많은 의혹들에 대한 실체가 다루어지고 있고, 사건의 당사자 혹은 관련자들의 법정 증언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만,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물론 인터넷언론을 비롯한 진보매체 조차도 천안함과 관련된 사안을 일체 보도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국민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중요한 사실들이 천안함 재판을 통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천안함 함수가 무려 16시간 22분동안 가라앉지 않고 떠 있었다는 사실이 해경 501부함장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고, 사고 다음날 함미를 해경이 찾았지만 국방부가 묵살했다는 사실, 그리고 천안함 사고 순간 최초의 보고 내용이 ‘좌초’였고 국방부, 합참등 상부에도 ‘좌초’로 보고했다는 사실이 해군작전사령부 심승섭 준장의 법정증언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후타실의 마지막 장면이라며 국방부에서 공개한 CCTV 영상 가운데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났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철저히 통제된 언론의 침묵 속에 전혀 알려지지 못하고 파묻혀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기껏해야 칼럼 형식으로 써서 외치는 것이 전부인데 대부분의 언론들이 외면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는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한 것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덮고 감추려고 해도 진실은 반드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야만다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그 때까지 지치지 않고 차분하게 많은 역사적인 사실과 진실의 기록들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지금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고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고 순간 최초의 보고 내용이 ‘좌초’

▲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천안함 사건 진실 규명을 위한 이후 논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우리는 키리졸브 훈련이 한국과 미국 두 나라만이 참여하는 ‘한미 연합훈련’으로만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단 1척의 잠수함만 파견했다 하더라도 제3국의 해군 역시 참여했다는 사실에 대한 진실규명입니다.

그것은 소위 ‘제3의 부표’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던 잠수함에 대한 진실규명인데요, 실제로 함수와 함미가 아닌 곳에 잠수함의 구조와 형상을 한 시커먼 물체가 가라앉아 있었다는 사실은 그곳에서 구조활동을 벌였던 UDT 동지회 회원의 증언과 그 모두를 육성녹음과 함께 꼼꼼하게 취재한 KBS 기자들의 취재기록과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비록 국방부에서는 정정보도를 강제하고 사실을 왜곡하기에 급급하였지만 하늘을 두 손으로 가릴 수는 없어서 취재기록으로 혹은 법정 증언을 통해 그 진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과정입니다.

앞으로 그 부분이 가장 민감하고도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제3의 부표 아래 무엇이 가라앉아 있었는가, 그것이야말로 ‘천안함 조작사건’의 열쇠인 것이지요.

□ 천안함 사건으로 5.24조치가 취해진 뒤 남북교류가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출구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천안함 사건은 ‘교통사고’입니다. 교통사고를 살인사건으로 바꿔놓은 것이 바로 천안함 사건의 딜레마입니다. 천안함 사건 직후 북한에서도 우리 정부에 제안을 한 것으로 압니다만 미국과 한국 그리고 중국과 북한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천안함의 진실을 둘러싼 가장 첨예한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가장 진실된 규명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지요. 하지만 조작의 당사자들이 그것에 동의할 리가 만무한 것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그만큼 해법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 현실적 한계인 것이지요.

최근 남북 이산가족 재회를 통한 남북 간 갈등의 벽을 일부 허물고 있는 것이 긍정적이긴 합니다만, 글쎄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그리고 진정한 해법에 대한 노력 없이 어떠한 논의도 곁가지를 맴도는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합니다.

“가장 어두운 터널 지나고 있는 중”

▲ 2010년 5월 24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유명환 외교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왼쪽부터)이 대북 교류를 전면 중단하는 5.24조치를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천안함 사건은 과연 진실 규명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하지요. 진실이라는 놈은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언제든 주머니를 뚫고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얼마나 시간이 더 흘러야 할지의 문제이지요.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뜻입니다.

합참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천안함 사건의 징계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진실의 일부를 밝히려고 했던 오병흥 육군준장의 사례에서 보듯 이미 진실의 강물은 지표면 아래를 도도히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천안함 사건 조작을 위해 국방부에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분들의 고뇌에 찬 목소리 또한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진실이 드러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러한 양심의 소리들이 국방부라는 거대한 둑에 난 조그만 구멍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한번 흐르기 시작한 물은 곧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둑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제는 더 진실을 밝힐 것도 없다고 할 정도 수준의 진실이 이미 밝혀져 있습니다. 그것을 완벽하게 입증할 증거들이 국방부의 베일 속에 있기에 다소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요.

□ 천안함 사건에 대한 언론들의 취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며, 바라는 바는 무엇인지요?

■ 한 가지 예를 들어 드리지요. 천안함 사건 불과 한 시간 뒤에 “천안함이 작전 중 미상의 물체와 충돌하여 침몰하였다”는 기사를 쓴 언론매체와 기자가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아 실명을 밝힐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덮어 두지요.

제 입장에서는 그 분을 법정의 증인으로 신청하여 법정 증언석에 세운 후, “천안함 사고 불과 한 시간 뒤 증인이 보도한 기사에서 ‘천안함이 미상의 물체와 충돌하여 침몰하였다’는 내용을 알려 준 해군의 관계자는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저에게 그러한 갈등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그 기자를 법정에 불러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분이 법정에 나와서 진실을 말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그 분이 법정에 나와 진실을 증언한다 하더라도 국방부의 적극적인 차단에 힘입어 진실은 땅 속에 묻여버리고 진실을 말한 그 분은 99% 직장에서 짤리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천안함 사건에서 특종으로 진실을 보도한 기자들 상당수가 지방의 한직으로 쫓겨났거나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이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현실이 기자들로 하여금 아예 취재자체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악순환 - 조작 당사자인 국방부 입장에서는 진실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재수단 -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세월이 흘러 4년차에 접어든 천안함 진실규명의 현장이며 오늘의 모습입니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지요. 완벽하게 장악되고 통제된 언론, 과거 이승만, 박정희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과하면 넘치는 법이고, 고무줄도 소성이 다하면 터지는 법이지요.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지금 우리가 그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을 늘 하며 삽니다. 그것만이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은 사람이 사람의 모습을 하는 것만큼이나 쉬우면서도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밥줄을 틀어쥐고 있는 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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