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6·15한마음통일산악회 회원)

 

▲ 도봉산 중턱에서 시산제를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제공-6.15산악회]

꽃나무 끝에서 터져 나오는 불그레한 새순이 봄을 재촉하는 3월 셋째 주 일요일. 6·15한마음통일산악회(회장 권오헌, 이하 산악회)는 정확히 서른 명 회원이 도봉산에 올랐다.

등산하기에 더할 나위없는 날씨와 새순이 움트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봄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 이미 겨울 기운은 전혀 찾을 수 없는 도봉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옷차림부터 가벼워 보였다.

이날 산행은 시산제가 예정되어 있어 집행부가 준비한 과일과 떡, 고기, 전 등이 회원들의 가방을 기다리고 있었다.

▲ 6.15산악회 회원들이 꽃나무 끝에서 터져 나오는 불그레한 새순이 봄을 재촉하는 3월 도봉산행에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6.15산악회]

등반을 하기 전 회원들은 준비된 음식을 서로 나눠지고 산악회 깃발과 류기진 선생님, 박희성 선생님, 권오헌 회장님을 선두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도봉산을 향해 등산을 진행하였다. 양원진 선생님은 불편한 몸이시지만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등산지팡이 두 개에 의지해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걸음을 내딛으셨다.

등산한 지 한 시간여가 흐르자 목이 컬컬한 회원들이 가방을 열어 막걸리를 꺼내 목을 축이고 뒤처진 회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몇 몇 회원은 시산제와 산상강연을 진행할 장소를 물색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함께 오신 여성회원의 건강이 걱정되어 더 이상의 산행은 무리라는 판단 때문에 하산 방향으로 길을 잡아 장소를 찾아 다녔다. 더욱이 시산제 때문에 권오헌 선생님도 덩달아 장소 물색에 공을 많이 들이셨다. 장소는 도봉역 방향 하산길 옆 마른 계곡 사이의 잔나무가지가 군데군데 핀 비좁은 구릉이었다.

‘민족을 사랑하자’ 시산제

▲ 시산제에서 제문을 읽고 있다. [사진제공-6.15산악회]

회원들이 모두 모이고 준비해 간 음식과 과일로 제상이 준비되자 시산제가 시작되었다. 김재선 산악회 총대장님 사회로 시작된 시산제는 등산에 온 모든 회원들의 절이 끝나서야 마칠 수 가 있었다. 회원들은 절과 함께 작은 정성(!)을 통해 마음을 모아 돼지머리를 대신한 돼지저금통을 현금으로 가득 채웠다.

▲ 현금 가득한 돼지저금통을 안은 권오헌 회장. [사진제공-6.15산악회]

시산제를 마치고 단체 사진을 찍느라 부산을 떨다 현금이 가득한 돼지저금통을 권오헌 회장님에게 안기자 계면쩍어하는 소년 같은 모습에 웃음꽃을 피웠다. 시산제는 산악회의 안녕을 기원하였으며 6월에 예정인 체육대회의 성사도 빌었다. 그리고 6·15, 10·4선언의 이행과 평화협정 체결을 바라는 마음도 빼놓지 않았다.

회원들은 서로 점심을 나눠 먹고 난 후 따스한 봄볕아래 오침을 즐겼다. 식곤증과 피로가 싹 가시는 오랜만에 가져보는 햇살아래서의 낮잠은 더할 나위 없는 보약같이 느껴졌다. 기지개를 펴며 잠을 털어내고 굳은 몸을 풀며 산상강연을 맞이했다.

▲ 식사 후 오침시간에 잠시 눈을 붙인 양원진 선생님에게 짓궂게 포도알을 건네는 한 회원. [사진제공-6.15산악회]

알토란같은 산상강연, 뉴라이트란 무엇인가

이날 산상강연은 범민련에서 섭외한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이하 박 실장)이 뉴라이트 탄생배경과 보수와 수구를 주제로 진행하였다. 모처럼 알토란같은 강연이라 다시 듣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박 실장은 한국의 뉴라이트는 수구의 기득권 연장 구원세력라고 설명하며 “수구세력이 자신들의 정통성을 유지하고자 교과서 개정을 통해 역사를 왜곡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서울대 경제학과 안병직 교수(뉴라이트재단 이사장)와 이영훈(식민지근대화론 주장)그룹”이라며 “그들은 일제강점기를 60~70년대 근대화를 위한 대한민국의 임신기간이라고 규정하고 한반도의 역사를 분단체제로 전제하였다”고 설명했다.

▲ 알토란같은 산상강연을 하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교육홍보실장. [사진제공-6.15산악회]

그는 남한의 보수는 1945년 해방 후 자본주의를 수용하고 거기에 반공이데올로기를 앉힌 형국이었는데 특히 5·16 이후 파시즘으로 치달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환되지 못 했다고 주장하였다.

이어 박 실장은 6·15공동선언 발표와 효순이·미선이 촛불과 광우병촛불 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는 반북, 친미를 통한 기득권 유기가 어려워지자 교과서 왜곡과 뉴라이트 생산, 일부 기독교 세력 편입을 통해 자신들의 권력 연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수구는 자신들의 기득권과 정당성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사실 무근의 주장을 당연시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어 “우리가 이들을 막기 위해 그들보다 계획적으로 힘을 모아내고 치밀하게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뒤풀이에서도 안줏감 된 뉴라이트

한 시간여의 강연을 마치고 공식 마지막 일정인 뒤풀이를 향했다. 술자리에서도 뉴라이트 문제와 수구의 이야기는 좋은 안줏감이 되어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던 중 박 실장이 얼큰한 얼굴로 국민교육헌장보다 1년 늦게 발표된 아프리카 탄자니아 교육헌장을 설명하며 함께 선창할 것을 요청하였다. 생소한 나라의 교육헌장이라는 말에 낯설음이 있었지만 그 내용은 전혀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탄자니아에서 교육을 받는 청년들은 자신의 교육을 가능케 하기 위해 이 땅의 노동자, 농민의 치러야했던 희생에 대해 보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일 자신의 지식을 노동자, 농민에게 되돌리지 않는다면 그는 조국 탄자니아를 배반한 것이다’

시산제 때 기원했던 민족을 사랑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감사할 줄 아는 것과는 정반대로 흐르는 역사와 철학이 부재인 교육, 배움과 환원이라는 사회성이 사라진 현실 앞에 우리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글로 다가왔다.

지난 여러 번의 산행은 즐거움과 웃음으로 피로를 가시는 산행이었다면 이날은 산상강연 내용과 맞물려 무겁지만 매우 유익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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