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다소 놀랍기도 하고 의외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박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달 25일 대국민 담화에서 설치를 약속한 통일준비위원회가 이제 출범을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연초부터 강조한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고 이른바 ‘통일대박론’을 구현하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됩니다. 통일사령탑으로 ‘통일문제’를 진두지휘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의 집념과 의도가 명확해졌습니다. 한마디로 일각에서 나돌던 ‘통일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통일대통령이란 ‘통일을 이룬 대통령’ 또는 ‘통일의 초석을 놓은 대통령’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최근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 ‘통일시대’, ‘통일을 위한 초석’ 등의 표현을 자주 사용한 것에 비춰보면 어느 정도 연관이 되기도 합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의 경력에서 보면 ‘통일대통령’에 집착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을 듯싶습니다. 원인(遠因)으로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의 7.4남북공동성명에 영향을 받았을 테고 특히 2002년에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통일문제를 논의한 게 큰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통일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근인(近因)으로는 최근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 지지율이 60%를 상회하고 있는데, 작년의 개성공단 정상화와 올해 초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의 진전이 높은 지지율의 지렛대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한마디로 ‘남북관계를 개선만 시키면 인기가 올라간다’는 신화에 젖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장까지 맡으면서 통일문제를 직접 챙기려는 의지와 열정을 높이 사지만 동시에 그간의 행태에서 보이듯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일문제는 자칫 아집이나 한순간의 인기로 하는 일이 아닌, 문자 그대로 민족의 염원이 담긴 일이기 때문입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박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불통’(不通) 이미지가 아주 강합니다. 특히, 야당과 협의해야 합니다. 지금 야당인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북측과 만나 6.15공동선언와 10.4선언을 합의한 경험과 성과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측과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북측은 통일의 상대자가 아닌 동반자입니다. 북측은 그간 통일문제에 공들여 왔고 시대에 따라 통일방안도 다듬어 왔습니다. 특히 민족통일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 방안으로 6.15와 10.4를 내왔습니다.

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야당과도 협의하지 않고 그리고 북측을 무시한다면 통일은 대박이 아닌 ‘쪽박’이 날 것이고, 통일준비위원회는 ‘분단지속위원회’로 전락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통일시대가 아닌 ‘분단시대’가 혹독하게 유지될 지도 모릅니다.

이제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정부위원과 민간위원 5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통일준비위원회가 4월에 출범할 예정이라 합니다.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장으로서 국민과 야당에 귀 기울이고, 북측과 함께해 명실공한 통일시대를 준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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