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95주년 입니다. 열강의 각축과 간섭이 계속되는 오늘의 교훈은 무엇일까요? 이산가족 상봉 이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한국의 바람직한 대미 대중 대일 노선은 무엇입니까? 올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올바른 통일 논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에 <통일뉴스>는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을 거쳐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17대~18대 국회 통외통위, 남북관계특위에서 활동했으며, 지금은 평등 평화 통일 국민운동을 전개하는 사단법인 '권영길과 나아지는 살림살이'를 운영하고 있는 권영길 이사장에게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과 올해 계획을 들어보았다. 대담은 2월 28일(금) 오후 4시30분 나살림 사무실에서 정성희 <통일뉴스> 기획위원(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이 진행했다. / 편집자 주

▲ '권영길과 나아지는 살림살이' 권영길 이사장이 인터뷰에 앞서 환히 웃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정성희 소장 : 올해가 갑오농민전쟁 120주년이고 내일이 바로 3.1운동 95주년입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형태와 방식이 다를 뿐 우리나라에 대한 외세의 간섭과 지배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70년간 허리가 잘려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갑오농민전쟁, 3.1운동이 오늘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3.1운동의 교훈은 민주적 자주정부 수립과 평화통일

■ 권영길 이사장 : 민중의 뜻을 정치권력이 수용하지 못하거나 배신하면 역사의 비극이 온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또 주체역량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민중의 뜻과 정치권력이 일치해야 합니다. 오늘날 그것은 민주적 자주정부로 표현됩니다. 지금까지 한국에 민주적 자주정부가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 그러니 역사의 비극, 민중의 고통이 계속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민중이 이 땅에 민주적 자주정부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가장 먼저 평화와 통일을 위한 대중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성희 소장 :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통일대박'을 주장하고 얼마 전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설치를 밝혔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통일대박론에 대해 '과정 없이 결과만 강조했다', '비현실적인 북 붕괴와 흡수통일을 전제하는 거 아니냐.'라는 지적이 있고, 통일준비위 관련해서도 통일부, 민주평통과 기능이 중복되고 실천적 남북관계 개선조치 없는 통일 논의는 통치이념공세로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만.

■ 권영길 이사장 : 저는 박근혜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랐습니다. 박근혜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남과 북이 서로 대화하고 협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듯이, 남쪽에서도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를 가질 때만이 평화와 통일을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17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18대 국회 남북관계특위에서 8년 내내 한미관계, 남북관계, 정부 내부 역학관계 등을 살펴봤습니다. 그 때마다 느낀 점이 남남갈등 해소가 매우 중요하겠구나, 그것 없이 남북관계 개선 어렵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보수 세력 견인이 필요하고 박근혜정부가 그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솔직히 실망했습니다만, 기대를 완전히 접을 수 없기에 올바른 통일의 길로 나아가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떤 통일 어떤 경로’, 이미 남북 합의

▲ 대담은 2월28일 오후 나살림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대담자인 권영길 이사장(왼쪽)과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오른쪽).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이나 통일준비위 설치 입장은 통일 논의 확산에 기여하고, 소극적인 세력들을 통일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인 긍정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느닷없이 튀어 나온 거 아니냐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일이란 북쪽과 대화하고 장애물을 함께 넘어가야 하는 것인데,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을 얘기하고 더구나 가장 반통일적으로 인식되었던 세력들이 갑자기 통일만이 살 길이라 외치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합니까.

'어떤 통일, 어떤 경로'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통일의 내용과 형식이지요. 이미 남북간에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6.15남북공동선언, 10.4선언에 '어떤 통일, 어떤 경로'가 다 들어가 있습니다. 6.15선언 1항에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2항에 남쪽의 연합제와 북쪽의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성을 인정하고 통일하자, 10.4선언에 그 구체적인 길이 모두 나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가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과 노태우정권 시기의 남북기본합의서가 그 뼈대입니다. 이 선언들의 내용이 진보민주개혁세력만의 통일방안입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이 합의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먼저 6.15선언, 10.4선언을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6.15. 10.4선언 실천 없는 통일 논의는 허구

흡수통일은 새삼 거론할 가치도 없습니다. 미국을 업은 한국의 일방적 흡수통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추진해서도 안 됩니다. 대화와 협상하지 않고 북 붕괴를 전제로 흡수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영구분단의 길, 전쟁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영구분단이냐 통일이냐, 전쟁이냐 평화냐, 이 겁니다. 최근 조선일보와 환구신문이 북경에서 한반도 관련 토론회를 가졌는데, 주목할 내용이 나옵니다. '한국정부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통일이 아니라 북을 붕괴시켜 한국 주도의 통일을 추진하겠다면, 중국은 도와줄 수 없다, 북과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통일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좌시하지 않는다.'라는 겁니다.

□ 정성희 소장 : 키 리졸브-독수리연습이 시작되는 와중에 어렵사리 이산가족 상봉을 마쳤는데,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겠습니까? 또 한반도 평화는 실현될까요? 이를 위해 남북미 각각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겠습니까?

남북관계 개선조치 안하면 박근혜 지지율 떨어져

▲ 권영길 이사장은 인터뷰 중간에 일일이 메모를 하며 발언에 정성을 다했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권영길 이사장 :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길로 갈 것으로 봅니다. 지금까지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원칙과 신뢰를 앞세운 강경일변도였습니다. 승자가 패자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외교안보통일 요인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하면 남북관계 개선도 국정지지율 제고도 어렵습니다. 이제 금강산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 실질적 경협 확대, 개성공단 활성화 및 확장, 끊어진 철도 재개통 등 남북관계 개선조치를 실시해야 합니다. 통일논의만 무성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실제 성과가 없으면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미관계가 악화되는 것 아닌가 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미 국무장관 존 케리가 북 인권을 규탄하고 북을 악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부시정권 때와는 다르고 양면 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바마가 '전략적 인내'를 구사해왔으나 한계에 달했습니다. 미국의 여론은 '전략적 인내'로 상황을 악화시켰다, '전략적 형성', 즉 북과의 적극적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미국 전문가들의 주문과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6자회담의 미국 대표였던 크리스토프 힐 같은 사람도 "분노만이 정책이 아니다"며 북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평화체제-북핵의 일괄동시 타결만이 유일한 해법

북핵문제를 푸는 처방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미국에 촉구하는 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평화체제는 북미관계 정상화 없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선 북핵 포기는 실현 불가능하고 일괄적으로 동시에 타결해야 합니다.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 북 체제 보장이 함께 타결되어야 합니다. 이미 2000년 10월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워싱턴 공동코뮤니케에 그 내용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제가 2006년 미국의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강연할 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가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미국여론에 반영되도록 노력해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북미관계, 북일관계의 정상화를 도와야 합니다. 북쪽도 남쪽과의 관계를 북미관계의 종속변수로만 볼 게 아니라 중시해야 합니다. 남쪽의 입장이 미국의 대북 정책 입안과 추진, 북미관계에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남쪽이 발목을 잡는 걸 봐왔습니다. 남북관계도 북미관계처럼 중요하다는 점을 북쪽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남북미 삼각관계를 균형 있게 풀어야 합니다.

한국외교, 중소분쟁 시기 북의 등거리외교처럼

▲ "북핵문제를 푸는 처방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정성희 소장 : 미국은 여전히 대중견제, 대북억제를 통한 아.태 패권 유지에 집착하고 일본은 신군국주의 길로 나아가고 있으며 중국은 신형 대국관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주변 열강의 각축장이 되기 쉬운 한국의 바람직한 대미 대중 대일 정책은 뭘까요?

■ 권영길 이사장 :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일 군사동맹은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명박정부 때 이를 추진하고 동의해주었습니다만, 박근혜정부에 들어와 한일관계가 다소 악화되고 있으나 한미일 군사동맹은 여전합니다. 한국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묵인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도 한미일 군사동맹은 대중 견제, 대북억제를 위한 것이며, 신 냉전으로 나아갑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평화는 꿈도 못 꾸게 됩니다. 절대로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중소분쟁 시기, 북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등거리외교를 폈습니다. 곡예사처럼 줄타기를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실제로 절묘하게 외교를 풀었습니다. 지금 한국이 배워야 합니다. 등거리외교, 자주외교를 해야 합니다. 노무현정부 시기의 균형외교와는 또 다른 자주성에 기초한 호혜평등의 국제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중국이 과연 한반도 통일을 바라는가는 질문이 많습니다. 바랍니다. 단, 통일의 내용과 경로가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이 주도하는 북 붕괴, 흡수통일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북 붕괴, 흡수통일은 사실 미국이 주도하기에 중국이 반대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작계 5029는 자연재해의 경우까지 포함시켜 북 체제를 붕괴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북만이 아니라 중국도 좌시하지 않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전쟁상태로 갑니다.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전쟁을 머리 위에 이고 산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평화체제 위해 보수층 끊임없이 설득해야

□ 정성희 소장 : 박근혜정부가 통일 논의를 주창하는 조건에서 여야정당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올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올바른 통일 논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합니까?

■ 권영길 이사장 : 누차 강조했듯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운동을 구체적으로 열정적으로 벌여야 합니다. 보수 세력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종북으로 매도하고 있으나 이에 빼지거나 움츠려서는 안 됩니다. 평화체제, 북미수교 이외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보수층에 끊임없이 다가가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합니다. 이번 박근혜정부의 통일논의 국면을 활용하고 그 공간의 긍정적 측면을 살려 올바른 통일의 길이 뭔지 적극 공론화해야 합니다. 국회에서도 남북관계를 다루는 기구가 많은데,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논의하자는 판에 그에 부응하는 활동을 해야 합니다.

□ 정성희 소장 : 지금 운영하고 계신 '나살림'은 복지 평화 통일 국가 건설을 위한 국민운동을 전개하는 사단법인 성격의 단체로 알고 있는데, 그 취지와 향후 계획, 특히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사업계획을 무엇입니까?

평화통일의 저변 확대 위해 거리로 나설 것

▲ "올해 전국을 순회하며 거리캠페인, 대중강연회 등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사진-통일뉴스 박귀현 기자]

■ 권영길 이사장 : 평등 평화 통일 운동을 위한 단체 입니다. 평등은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입니다. 어떤 통일입니까. 한국은 현재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 비정규직이 60% 넘는 나라,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 나라, 출산율 저조 세계 1위 등 나쁜 것은 최고, 좋은 것은 꼴찌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런 사회로의 통일은 대재앙입니다. 복지는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이 그 지름길입니다. 이를 위해 평화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평화가 통일이고 통일이 평화입니다. 평화통일이 곧 밥이고 일자리이며 복지입니다. 이것이 나살림의 문제인식이고 설립 취지입니다.

올해는 평화통일의 저변 확대가 목표입니다. 대중적 운동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전국을 순회하며 거리캠페인, 대중강연회 등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통일전망대에 가서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했는데, 올해 휴전선과 백두산 기행을 통해 한반도, 동북아의 평화를 기원할 것입니다. 또 한중일 민간 국제평화연대를 추진할 생각입니다. 나살림 출범식과 지난 무라야마 전 총리 방한 때 일본 평화활동가들이 왔었는데, 저도 일본과 중국에 가서 동북아 평화연대활동을 전개할 겁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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