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2의 여파 때문일까요? 이산가족 상봉이 잠깐 출렁이더니, 급기야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의 석방을 위한 미국 국무부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이 무산됐습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알다시피, 지난 6일 북한이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판문점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합의를 하던 그 시각에 미국 공군의 B-52 전략폭격기가 서해 직도 상공에서 타격 훈련을 했다고 발표하면서, B-52의 한반도 훈련과 이산가족 상봉이 연계되는가싶어 뜨악했습니다.

B-52의 서해 직도 훈련은 곧바로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우리 군 당국이 사실을 인정했고 미 태평양 사령부도 입장자료를 내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B-52 전략폭격기는 최대 항속거리가 1만6000㎞로서 6400㎞ 이상의 거리를 날아가 재급유 없이 폭격 후 돌아올 수 있으며, 또한 최대 상승고도가 5만ft(1만5166m)로 고고도 침투가 가능하며, 핵무기는 물론 수소폭탄도 탑재할 수 있어 ‘하늘을 나는 요새’로 불릴 정도라고 합니다.

북한은 B-52의 출현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와 같은 성능 때문만이 아니라 6.25한국전쟁에서 융단폭격을 맞은 ‘B-29 트라우마’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B-29의 임무를 오늘날 B-52가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지난해 3월 한반도 상공에 미국의 B-52를 비롯해 B-2, F22가 출현하자 북한은 이에 대응해 대미 전략미사일부대에 사격 대기상태를 지시하고 남북관계 전시상황을 선언하면서 한반도 위기가 최정점을 찍은 바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궁금한 것은 북한이 전북 군산 앞바다로부터 50~60km 떨어진 직도 상공 일대에서의 B-52 훈련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아울러, 우리 군이 미 공군 B-52의 직도 훈련을 제때에 알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우리 군은 6일 B-52 훈련에 대해 “한반도 내에서 미군의 자산운용은 한.미가 긴밀하게 협의를 하고, 또 내용에 대해서 사전에 논의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군사적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들이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도 보도자료를 내고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태평양지역에 전략폭격기를 순환 출격시켜왔다”고 짤막하게 해명하긴 했습니다.

아무튼 이번 B-52 출격 여파에서 드러난 게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B-52의 한반도 출격으로 미국이 남북대화를 반대하는 것으로 비쳐진 것입니다. 그러기에 북한은 위의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에서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우리의 애족, 애민의 적극적인 노력에 유형무형의 갖가지 장애를 조성하고 찬물을 끼얹고 있는 훼방꾼이 바로 미국”이라고 지적한 듯싶습니다. 그래서 킹 특사의 방북을 철회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북측은 의도적으로 남측을 배려하고 미국 측을 응징한 게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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