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이 27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다음달 17일부터 22일까지 금강산에서 열자고 북측에 제안했습니다. 이 기간은 북측의 명절인 광명성절(2.16)이 지나고, 2월 말에 시작될 예정인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감안한 것입니다.

이에 앞서 북측은 지난 24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이미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합의한 대로 금강산에서 진행하되, 날짜는 준비기간을 고려하여 설이 지나 날씨가 풀린 다음 귀측(남측)이 편리한대로 진행할 것”을 제의한 바 있습니다. 상봉 날짜를 남측에게 일임한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 볼 대목이 있습니다. 사실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6일 남측이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북측은 9일 “곧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겠는데 총포탄이 오가는 속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마음 편히 할 수 있겠는가”고 넌지시 반문하면서 “좋은 계절에 마주앉자”고 정중히 거부했던 것입니다. 그런 북측이 이번에 제안을 해온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되며 남북관계 개선이 무망해질 즈음, 북측이 16일 △설 계기 상호 비방 중상 중단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지 △한반도 핵 재난을 막기 위한 상호 조치 등의 내용이 담긴 ‘중대제안’을 남측에 보냈습니다. 북측으로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회심의 카드였습니다. 그런데 남측이 중대제안에 대해 ‘위장평화공세’라고 즉각 거부하며 엇박자를 냈습니다.

사실 이때 중대제안은 북측의 최고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정부, 정당, 단체들의 위임에 따라 남측에 보낸 것인데, 남측이 역공을 취하며 거부하자 북측은 내심 스타일이 구겨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 가만있을 북측이 아닙니다. 북측은 23일, 중대제안을 남측이 즉각 거부한 것에 대해 “뚜껑도 펼쳐보지 않고 볼 것이 없다는 식으로 좋은 책을 내던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하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중대제안이 ‘위장평화공세’가 아니라며 그 진정성을 강하게 호소하고 나선 ‘공개서한’을 발표했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 공개서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인민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최고지도자의 특명에 따른 것임을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남측의 모든 오해와 편견을 풀고자 북측의 최고지도자가 나선 것입니다. 그리고 북측은 24일 전격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했습니다.

그렇다면 북측의 의도는 밝혀졌습니다. 최고기관의 ‘중대제안’과 최고지도자의 ‘공개서한’이 더 이상 남측에 의해 거부되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존심이 강한 북측으로서는 최고지도자의 제안이 거부되기 전에 남측이 받을 수밖에 없는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해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로 만들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써 북측의 ‘중대제안’과 ‘공개서한’은 생명력을 얻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돼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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