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의 원칙이 신뢰인지 대결인지 밝히라고 공개 질의했습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은 25일 ‘공개질문장’에서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과 차이, △한반도 긴장 격화 장본인 여부, △신뢰인가 대결인가, △외세인가 민족인가, △누가 도발자인가, △비방 중상 책임은 누구인가, △선택은 누가 바로 해야 하는가 등 7개항을 던졌습니다.

모두가 가슴 뜨끔한 질문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세 번째인 ‘신뢰인가 대결인가’가 가장 아플 듯싶습니다. 그 이유는 박 대통령의 ‘신뢰’ 이미지가 최근 국민들 사이에서 훼손되는 듯싶더니, 이제는 북측으로부터도 조롱과 공격의 대상으로 되니 말입니다.

물론, 우리 정부가 26일 “조평통 서기국의 공개질문장은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우리 정부가 일일이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

알다시피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신뢰는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로서 지난 대선에서 여러 공약들을 제시하며 그 이미지 덕에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어 재미를 톡톡히 봤습니다.

대선 때 내걸었던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 지급,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2014년까지 반값 대학 등록금 실시’ 그리고 경제적 약자의 권익 보호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 근절 등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공약 등이 지연, 축소되거나 사라질 운명에 처했습니다.

이로 인해 최근 박 대통령의 ‘신뢰’ 이미지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대선 1주년 맞이 여론조사들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 국민들의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추월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원칙과 신뢰’의 대통령이 아닌 ‘고집과 불통’의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 북측에서 박 대통령에게 ‘신뢰’ 문제를 들고 나오니 여간 당혹스럽지가 않습니다.

북측은 공개질문장에서 박 대통령이 “그 무슨 ‘신뢰조성’을 떠들며 ‘남북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가겠다’고 하였다”면서 “그러나 돌아앉아서는 ‘북의 체제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느니, ‘진정한 변화의 길에 들어서야 한다’느니 하는 망발을 줴치면서 우리의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해 나섰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에서는 박 대통령이 “민심을 거역하였다가 수치스러운 죽음을 당한 선친의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아픈 기억을 들추고는 “지금이야말로 최후의 선택을 바로 해야 할 때”라면서 ‘신뢰인가 대결인가’ 양자택일을 요구했습니다.

북측으로부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신뢰’로 공격을 당한데다가, ‘신뢰인가 대결인가’ 하고 최후 선택을 요구받는 박 대통령의 처지가 딱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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