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천주교 사제단과 기독교계에 이어 조계종 승려들도 박근혜 대통령의 참회와 특검 등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섰습니다.

조계종 실천불교전국승가회(승가회)는 2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정부의 책임 있는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조계종 승려 1012인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크게 보아 이들 종교계의 시국선언은 그 요지가 두 가지입니다. 승가회의 시국선언에서 보이듯, 하나는 국가 권력기관의 불법선거운동과 관련 “단순한 부정선거의 차원이 아닌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린 심각한 헌정질서 파괴’로 규정”했으며, 다른 하나는 현 정부가 “자신들과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는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며 정국을 극단적인 이념투쟁의 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해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어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기독교 공동 대책위원회’도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권을)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대다수 국민을 종북 좌파로 규정하고 척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부정선거에 의해 탄생한 권력은 결코 그 생명이 길 수 없다”며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전면에 걸었습니다.

다만 불교계는 ‘박근혜 퇴진’을 전면에 내걸지는 않았지만, “(정권퇴진에 대해) 앞으로 정부와 여당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말해, 정부와 여당의 태도에 따라 그 수위가 속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처럼 불교계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3대 종교가 본격적으로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사실상 ‘박근혜 사태’를 촉구한 것이어서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예상됩니다.

정부와 여당은 초기에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나왔을 때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정원 개혁에 나섰더라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정부와 여당의 고집과 독선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 것이고, 병을 키워온 것입니다.

특히, 천주교 사제단의 시국선언이 나오자 박 대통령이 바로 사제단을 겨냥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일을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나, 새누리당에서 사제단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한 것은 말문을 막히게 하는 대목입니다.

신의 영역과 피안의 세계를 성찰하는 종교인들에게 인간의 심보나 이념적 잣대로 재단하려는 우를 범해선 안 됩니다. 분명한 건 지금 한국사회는 종교인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태로까지 왔다는 것입니다. 눈덩이는 구르면 커지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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