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라는 말이 있다. 임제 스님의 유명한 살불살조(殺佛殺祖)이다. 부처란 불교의 창시자로 완벽한 존재다. 조사(祖師)란 어떤 학파를 처음 세운 사람으로 교조(敎祖)나 종조(宗祖)에 비유될 듯싶다. 그런데 최고 존재인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최고 권위인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고 하니 대체 이 무슨 말인가?

◆ 불교에서 말하는 인생의 최고 목표는 해탈이다. 부처라는 존재, 조사라는 권위에 속박되면 해탈에 이르지 못한다는 경고이다. 임제 스님의 살불살조는 이렇게 계속된다. “...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척권속을 만나면 친척권속을 죽여라. 그래야 비로소 해탈하게 된다...” 좀 과격한 표현이긴 하지만 어쨌든 해탈을 하려면 부처를 죽이고 부모를 죽이라고 했다. 깨달음을 얻고 참 진리에 도달하려면 허명과 우상, 권위와 경험 등 나를 얽어매는 것은 무엇이든지 부셔버리라는 뜻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제2의 새마을운동’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20일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새마을운동은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이었고, 그 국민운동은 우리 국민의식을 변화시키며 나라를 새롭게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서 “미래지향적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키고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알다시피 새마을운동은 박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 초 추진한 농촌 근대화 운동이다. 농촌 발전 등에 일정한 기여를 했지만 유신독재 정당화에 이용됐다는 비판을 받는 등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이른바 ‘부친 따라하기’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부친 따라하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취임 초부터 부친의 유신체제를 상기시키는 시스템과 인사를 선보여 왔다. 박근혜 정부가 유신체제의 근간을 이룬 ‘육법당’(陸法黨)을 재현한 것이다. 육법당이란 과거 군사정권 때 육군사관학교 출신과 법률가 출신들이 결합해 정권을 지탱해주던 체제를 말한다. 박근혜 정부의 안보라인은 육사·고위급 장성 출신인 대북 강경파들이, 사정라인은 서울법대·공안검사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 정점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투톱 체제다. 특히 전자는 유신헌법의 기초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후자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NLL대화록 공개 등으로 정치 일선에 나와 있다.

◆ 박 대통령은 정치적 성장과정에서 부친 덕을 톡톡히 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그랬다. 그 정도면 됐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나서도 여전히 ‘부친의 늪’에 빠져 있다. 국민통합은 새마을운동으로 하는 게 아니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국정원 대선 댓글 사건을 엄정하게 처리하는 데서 시작된다. 국정원 대선 댓글로 국론이 분열된 상태에서 새마을운동으로 국민통합을 하자는 건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그러기에 박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면서 박정희를 만나면 박정희를 죽여야 한다. ‘박정희 유혹’에 빠져선 안 된다. 부친의 유산과 허명, 권위를 모두 부셔버려야 한다. 자기 것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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