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임명될 때부터 ‘편향적 시각’이 문제 제기돼 임명 철회 논란에 휩싸인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이 결국 사고를 쳤다. 그는 지난 15일 새벽까지 진행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말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친북’이었으며, 미국에 당당해야 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미’를 했다”는 식으로 발언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 이날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2009년 유 위원장이 한 보수 성향 주간지의 ‘우남 이승만 애국상’ 수상 당시 축사를 통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에 정부가 친북·반미정책을 추구했다”고 발언한 배경을 묻자, “햇볕정책은 친북정책이 아닙니까”라고 한 것이다. 아울러 우 의원의 “반미정책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유 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집권한 다음 ‘미국에 대해서 우리가 당당하게 나가야 한다’는 쪽으로 말했다”고 답했다.

◆ ‘햇볕정책이 친북정책’이라는 발언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때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낙마한 남주홍 경기대 교수의 “6.15공동선언은 대남 통일전선 전략용 공작문서”라는 파괴적 발언을 상기시킨다. 2000년 남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은 햇볕정책의 산물이다. 그해 10월31일 유엔총회는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을 환영하고 지지하는 총회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 유영익 위원장은 이승만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그는 강연과 저서에서 “이승만은 세종과 맞먹는 인물”이라고 격에 맞지 않게 비교하는가 하면, “이승만은 신분적으로 격이 높은 조선왕조 왕족 출신”이라고 봉건적 칭송을 하기도 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7일 안민석 의원이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유 위원장의 인사기록을 확인한 결과 유 위원장의 아들이 병역을 회피한 것으로 의심되며 한국 국적 또한 미국으로 바꿨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 ‘햇볕정책이 친북정책’이라면 이는 박근혜 대통령도 인정한 6.15공동선언을 부정하는 게 돼, 박 정부의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논란의 소지가 많은 이승만 대통령을 온 국민이 받아들이는 세종대왕에 견준다면 이는 역사학자로서는 치명적인 ‘편향적 시각’일 뿐이다. ‘미국에 당당하면 반미’라는 철학을 갖고 있고 또 병역 회피를 위해 아들 국적을 미국으로 바꿀 정도라면 그의 직분은 국사편찬위원장이 아닌 ‘미국사편찬위원장’이 더 어울린다. 이 모든 것은 그가 굳이 국사편찬위원장에 있을 이유가 없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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