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4일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이날 북측 국방위원회는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을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실명 비난을 한 것입니다. 북측이 남측 대통령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은, 그것도 직접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북측은 그동안 박 대통령에 대해 ‘청와대 안방주인’, ‘남조선 당국자’ 등의 간접 화법으로 비난해온 바 있지만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한 적은 지난 5월과 7월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 북측의 경제 건설 및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비난한 것에 대한 비난인 셈입니다.

지난 5월25일 북측 국방위원회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실명을 꺼냈습니다. 당시 박 대통령이 한 포럼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그런 도박을 했고, 경제발전과 핵개발을 동시에 병행하겠다는 새로운 도박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그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발끈한 것입니다.

이때 북측 국방위원회는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내고 박 대통령의 호칭을 생략한 채 실명으로 “우리는 박근혜를 비롯한 남조선의 현 괴뢰집권자들의 차후 움직임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7월1일에는 북측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 기간에 한 발언을 문제 삼아 호칭을 생략한 채 ‘남조선의 박근혜’로 표현하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습니다. 조평통은 박 대통령이 방중 기간 정상회담과 면담, 기자회견, 대학특강 등에서 북핵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을 뿐만 아니라 북측의 병진노선에 대해 “애당초 불가능한 일”, “스스로 고립만 자초하는 길”이라며 악랄하게 헐뜯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북측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최근 박 대통령이 북측한테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변화의 길을 옳게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박근혜와 그 일당은 그 누구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핵을 내리워보겠다고 함부로 덤벼들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핵무력과 경제 건설의 병진노선을 굳게 틀어쥐고 변함없이 전진해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는 “변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니라 민주화의 길에서 탈선하여 유신의 길, 독재의 길에 들어서고 있는 박근혜의 정치 아닌 정치”라고 역공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통일부는 이날 곧바로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이 우리 국가원수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실명으로 비난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초보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는 비이성적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어쨌든 북측이 지난 7월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실명 비난은 최근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북측은 개성공단 정상화까지는 남북대화에 적극적이었으나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논의과정에서 더 이상의 남북관계 개선에 한계를 느낀 듯합니다.

북측의 이번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은 남북관계의 악화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보입니다. 북측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의 정책국 성명이란 점이 그 무게감을 더해줍니다. 이렇게 보면 북측에 있어 병진노선 비판은 마치 ‘최고 존엄’에 대한 비판마냥 금기사항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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