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태극기가 게양되고 남측의 애국가가 연주된 것입니다. 지난 1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대회 주니어 남자 85㎏급에서 남측 선수들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란히 목에 걸었습니다. 이날 애국가가 울러 퍼지자 경기장을 찾은 북측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시상대에 선 남측 선수들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고 합니다.

이에 앞서 12일에 열린 이번 대회의 개막식에서는 남측 선수단이 ‘대한민국, KOR’이라는 국호명과 태극기를 앞세우고 입장했습니다. 북측 지역에서 열린 공식 체육행사에서 ‘대한민국’ 국호와 ‘태극기’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간 남북 체육교류를 통해 북측에서 축구, 농구 등의 경기를 펼친 적은 있었지만 ‘대한민국’ 국호와 애국가를 그대로 사용한 적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북측이 남측의 애국가와 태극기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 온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북측 내부에서도 감지됩니다.

북측이 지난달 28일 열린 남자축구 4.25팀과 선봉팀과의 결승경기에서 우승한 선봉팀이 부정선수를 출전시켰다고 11일 언론에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입니다. 북한 체육성의 체육경기규율심의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선봉팀의 ‘부정행위’가 확인됐다며 이 팀의 국내외 대회 출전자격을 6개월간 박탈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스포츠 부정행위에 대한 징계 사실을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은 당시 이 결승경기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당.정.군 고위간부가 총출동해 관람했으며, 특히 경기 후 우승한 선봉팀이 김정은 제1위원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최고 지도자가 관람하고 ‘손수’ 기념사진까지 찍어 준 팀의 우승을 무효화하고 징계까지 내린 것입니다.

이른바 ‘혁명의 수도’ 평양에 남측 애국가가 연주되고 태극기가 게양된 것. 그리고 체육강국을 추구하는 북측이 축구 부정선수를 공개해 내부 치부를 드러낸 것. 모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알다사피 북측은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끊임없이 변모를 보여줘 왔습니다. 이번 이 두 가지 변화도 이미 그 징조가 있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5월 프랑스 파리 탁구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에서 남북 대표팀이 맞붙었을 때 태극기 그래픽을 그대로 내보냈으며, 또한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대회 때 남북 여자대표팀의 맞대결을 중계하며 태극기와 남홍색 공화국기 이미지를 나란히 내보낸 바 있습니다.

그리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난해 4월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북한의 국토관리사업과 관련한 글인 이른바 ‘4.27담화’에서 중앙이 지방을 너무 통제하지 말라고 지적했으며, 또한 지난해 5월 평양의 한 놀이공원에서 잡풀을 직접 뽑으며 “일꾼들의 눈에는 이런 것이 보이지 않는가”하며 일꾼들에게 관리 부실을 들어 호되게 질책했습니다.

북측이 남측의 국가상징물을 그대로 보여주고 또 내부 치부도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북측의 ‘변화’가 이보다 더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남측이 북측의 이 변화에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습니다.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모든 건 변화하고 발전하게 되어있으니까요. 북측은 ‘우리식’ 변화를 계속 추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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