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할머니에 대해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현재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을 되묻는 다큐멘터리 <그리고 싶은 것>이 15일 개봉한다. [사진제공-시네마달]

여기 한 그림책 작가가 있다. 그리고 2010년 12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한 할머니가 있다.

1927년생인 할머니는 태평양전쟁이 한창인 1940년 무렵 열세살 나이로 일본군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은 '위안부' 할머니이다.

할머니의 애칭이 '꽃을 사랑하는 심달연'이다.

작가 권윤덕은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심달연 할머니의 삶을 담아 2010년 '꽃할머니'를 출간했다.

당초 이 책은 2005년 10월 일본의 그림책 작가들이 한.중.일 3국 작가들과 함께 '평화그림책'을 만들자는 제안으로 시작됐다.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평화란 어떤 걸까?', '경극이 사라진 날',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등 평화그림책 프로젝트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모두 출간되었으나, 가장 먼저 서울에서 출간된 권윤덕의 '꽃할머니'는 일본에서 여전히 미출간이다.

영화는 한국과 일본이 함께 처음 만드는 '위안부' 그림책 '꽃할머니'의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한 작가의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논쟁과 사건을 통해 피해자의 입장과 가해자의 입장에서 '위안부'를 바라보는 차이는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평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위안부'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되묻고 있다.

이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이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 지 여러가지 측면에서 진지한 성찰을 담아 보여주고 있다.

'국가 성폭력'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한국 출판사와 '불행한 경험을 극복하고 희망과 힘을 획득한 한 여성의 아름다운 삶'을 담아내자는 일본 출판사의 팽팽한 대립은 종전 후 7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일간 역사인식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또한 과거의 잔상으로 인해 힘겨워하는 작가의 모습은 누구에게도 상처를 꺼낼 수 없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과 겹쳐져, 그들의 아픔에 대한 깊은 공감을 자아내며, 그들의 고통스러웠던 삶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채 방관해 온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그리고 싶은 것>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아이들에게 증오의 역사가 아닌 평화의 역사를 물려줄 수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권효 감독은 "함께 평화를 주창하는 사람들 간에도 생각의 차이가 존재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현재와 미래세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15일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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