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은 말할 수 없이 답답한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고립되어 있었다.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마다 변호사가 달려올 수도 없었다. 변호사가 온다고 해도 감옥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이고 세세한 문제까지 다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좋겠지만, 감옥에는 인터넷은커녕 컴퓨터 자체가 없다. 이럴 때 나의 권리를 가르쳐 주는 책이나 자료들이 있다면, 내가 억울한 일을 구제받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그런 것이 있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힘이 될 것이다."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의 말이다.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시대에 '불가피하게' 수용자의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천군만마가 될 책이 나왔다.

▲ 천주교인권위원회엮음 『수용자를 위한 감옥법령집』(도서출판 경계) 표지. [사진제공 - 도서출판 경계]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최근 교도소, 구치소 등 감옥 수용자들의 처우를 규정하는 법령을 모아 '수용자를 위한 감옥법령집'을 발간했다.

10여년 전 인권운동 사랑방에서 당시 행형법 및 관련 법령을 모아 '감옥관련 법령자료집'과 '감옥관련 훈령예규집'을 발간했었으나, 지난 2007년 행형법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됨에 따라 하위 법령, 훈령, 예규 등의 체계와 내용이 거의 전부 바뀌었다.

이 법령집의 발간이 필요했던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나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이 법령집을 발간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조금 더 근본적인데 있다.

그것은 '수용자 처우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인권 침해를 받은 수용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것', 그에 앞서 '자신에게 가해지는 처우가 인권 침해임을 수용자 스스로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믿음이다.

감옥은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있는 폐쇄적 공간이기 때문에 수용생활의 모든 면을 교도관이 결정하고 통제한다.

징벌, 보호장비, 의료, 접견, 서신, 호송, 분류처우 등 수용자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지만, 외부와의 접촉이 극히 제약되어 있어 효과적인 법적 구제와 도움을 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번 법령집은 실제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필요할 때 수용자가 스스로 찾아보고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 책에는 2013년 7월 9일 기준으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수용자들의 처우를 규정하고 일상을 규율하는 현행 법률.시행령.훈령.예규 등 모두 46건의 법령이 수록돼 있다.

또 △정보공개청구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고소·고발 △국가배상청구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 권리구제 제도에 대한 세심한 설명과 함께 기존 판례·결정례를 함께 수록해 법률에 익숙하지 않은 수용자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은 '국제인권규범', '법령', '훈령예규', '소년', '보호감호와 치료감호', '권리구제' 등 총 6부로 구성돼 있으며, 필요할 때 수용자들이 스스로 찾아볼 수 있도록 법무부 소관 훈령·예규 전체 목록과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인권사회단체와 변호사 단체 주소록 등이 부록으로 수록돼 있다.

출판사는 이 책을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아니라 감옥을 관리하는 법무부에서 마땅히 만들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처우를 규정하는 법령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만 생활해야 하는 수용자들 앞에서 법치주의를 운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엮음, 『수용자를 위한 감옥법령집』, 도서출판 경계, 754면, 3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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