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국제평화대행진단’이 3일 제주에서 발대식을 한 후 4일부터 제주 강정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출발한다. 대행진은 동진과 서진으로 서로 나뉘어져 서울로 향하는데, 7월 27일까지 25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통일뉴스>는 국제평화대행진단의 여러 통신원들의 도움을 받아 행진 과정을 게재한다. / 편집자 주

▲ 평화대행진단 서진 9일째에 들른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전봉준의 고택. [사진 - 국제평화대행진단]

7월 11일, 전북 정읍에서 평화대행진단 서진 9일째 실천이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정읍 도심 행진 및 선전전을, 오후는 동학농민항쟁의 현장인 우금치 일대를 답사하였다.

정읍은 인구 12만의 작은 소도시이지만 동학농민혁명이 시작된 역사적인 현장으로, 지역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정읍에서의 평화대행진을 주관한 정읍농민회는 매우 전투적으로 투쟁을 하여 전북지역 경찰들이 두려움을 호소할 지경이라고 하니, 농민항쟁의 후예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읍에서의 행진은 정읍시청 앞에서 출발하여 교육청을 거쳐 가장 번화가인 명동거리, 터미널을 지나 정읍역까지 7.7Km 구간에서 진행되었다. 평일 오전시간이었기 때문에 명동거리, 터미널 등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그외 도심 구간에서는 행진을 위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 평화대행진단 서진 9일째 실천은 정읍시청 앞에서 선전전으로 시작되었다. [사진 - 국제평화대행진단]

▲ 정읍행진의 종착점인 정읍역 앞에서. [사진 - 국제평화대행진단]

오전 행진을 마무리 하고 오후에는 황토현 일대의 동학농민혁명 전적지들을 둘러보았다. 처음 도착한 기념관에서는 농민혁명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듣고, 고부봉기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사발통문’ 작성지, 고부 말목장터, 만석보 터 등을 둘러보았다.

들끓던 농민들의 분노에 불을 당겼던 고부군수 조병갑의 악행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소 1마리에 5냥을 하던 당시, 부친 공적비를 쌓겠다고 1천냥에 달하는 비용을 농민들로부터 수탈했는가 하면, 각종 죄목으로 사람들을 옥에 가두고 풀어주는 대가로 착복한 돈이 무려 2만냥에 달했다고 한다. 요즘 기준으로 본다면 일개 군수가 무려 100억대에 달하는 돈을 수탈한 것이다. 세금 비리, 군대 비리 등 권력자들의 못된 짓은 어쩌면 시대를 가리지 않고 이리도 똑같은지.

조병갑의 악행에 분노한 사람들은 사발통문을 작성하고, 거사를 논의했는데 1893년 11월 작성된 사발통문에는 고부성을 공격하여 군수 조병갑을 효수하고 군기창 화약고를 점령, 전주성을 함락하고 서울로 진격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조병갑의 악행을 처벌하는 것에서 머무른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조정을 직접 압박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운 것이다. 종교적 운동이 아니라 혁명이었고, 결국에는 일본군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발통문을 작성했던 죽산마을 대뫼녹두회관 앞에는 무명 동학농민군 위령탑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수십만의 농민군들이 조정의 군대와 일본군에 학살당한 것으로 전해지는 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름도 남기지 않고 스러져간 무명의 농민군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되었다고 한다.

▲ 동학농민혁명 시 사발통문을 작성했던 죽산마을 대뫼녹두회관 앞에는 무명 동학농민군 위령탑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 - 국제평화대행진단]

평화대행진단의 안내를 맡아주신 계승사업회 이사장님께서는 동학농민혁명이 새 세상을 지향하였던 혁명이었으며, 일본과 싸운 반외세 전쟁이었음을 강조하셨다.

분단과 전쟁을 넘어서기 위한 우리 평화대행진단의 활동 역시 혁명정신과 잇닿아 있다는 점에서, 전적지 답사는 단원들 모두에게 깊은 감동으로 남았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주제로 한 평화대행진단이 정읍에서 활동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는데, 정전 60년을 맞아 정읍에서도 7월 26일에 국제평화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읍에서의 국제평화대회는 120여년 전의 반외세 자주정신이 오늘날 활짝 꽃피어 모든 외세의 간섭과 개입이 없는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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