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L858기 사건의 범인 김현희씨가 15일 밤 <MBC> 특별대담에 출연했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115명의 희생자를 낸 KAL858기 사건의 범인 김현희(52) 씨가 25년 만에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요구서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혀 국가정보원(국정원)과의 관계가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9일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던 김씨는 15일 밤 <MBC> 특별대담에서 “나갈 의지가 있었다”며 “출석 통보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종편 <TV조선>에 출연하는 등 일부 공개활동을 해오고 있어 이같은 상황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국회 방송통신위 실무자는 16일 “새누리당 위원들에 의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주소를 확인하지 못해서 출석요구서를 송달하지 못했다”며 “국정원을 통해 알아보려 했는데 안 알려줬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경찰이 직접 신변보호를 하고 있지만 최종적 책임은 우리가 같이 지게 돼 있다”면서도 “국회에서 주소를 요구하더라도 신변보안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김현희씨는 경찰과 국정원의 보호 아래 자신이 원하는 방송 출연 등은 자유롭게 하면서 국가기관의 증인 요청 등은 피해갈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한 야당의원 보좌관은 “MBC 사장하고는 연락되고 국회 문방(방통)위 위원장하고는 연락이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위치에 살고 있다”며, 신변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국회만큼 안전한 곳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김현희씨가 우리(국정원)에게 굉장히 원망을 많이 하고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하고는 전혀 상관없이 출연한 것이다”고 확인했다.

김현희씨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2003년 방송 3사가 앞다퉈 KAL858기 사건의 의혹을 재조명하고 자신의 증언을 청취하려 한데 대해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김현희씨는 이날 방송에서도 “당시(2003년) ‘PD수첩’ 제작진은 남편이 없는 우리집을 급습해서 촬영했다. 그건 한 마디로 테러였다”며 사실상 국정원이 언론에 자신의 주거지를 알려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PD수첩’이 김현희씨 집을 알아낸 것은 기자들이 대충 어디 사는지 알고 있었고, 취재진이 아파트마다 뒤지면서 경비들 라면도 한 박스씩 주고 물어물어 알아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리 그게 아니라고 설명을 다 했는데, 그렇다고 김현희를 명예훼손으로 해서 우리가 고소하고 그럴 처지는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는 솔직히 속이 끓는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내가 가짜라면 대한민국이 테러범이 되고, 당사자 북한은 누명을 쓰는 것”이라며 자신이 ‘진짜 범인’임을 재강조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김 씨의 이야기는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며 “MBC 대주주로 경영 감독 권한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의 일부 여당측 이사들이 노골적으로 프로그램 편성과정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MBC>가 '100분 토론'이 예정된 15일 밤에 김현희씨 특별대담을 긴급 편성, 방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KAL858기 가족회’는 “김현희는 25년간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도우며 살겠다’고 한 약속을 내팽개치고 안기부 직원과 결혼하여 호의호식하며 살아왔다”며 “김현희는 KAL858기 가족회가 3차례에 걸쳐 요구한 공개 토론회에 당당하게 응하라”고 촉구하고 방송 출연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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