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가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 ‘세대별 대결’로 눈길을 모았다. 선거전과 승부도 치열했다. 박 당선인은 보수세력을 대표했으며, 중장년층의 지지, 게다가 돌출한 지역대결에 힘입어 당선됐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한국사회에서 대선은 온갖 세력들의 가장 큰 결투장이다. 이제 그 후유증을 해소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대선 과정을 통해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에 작지 않은 편차가 표출됐다. 박 당선인은 후보시절 국민대통합을 외쳤다. 표차만큼 국민이 양분됐다. 승자가 패자를 아우르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박 당선인이 국민통합에 나서 선거 기간에 발생한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우리는 한국사회의 전망으로서 박 당선인이 남측에서의 국민통합만이 아니라 남북 사이에서 민족화해로까지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박 당선인에게 민족화해에 나서기를 바라는 것에는 그 근거가 있다. 박 당선인이 정치적으로 성장하기까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에 힘입은 바가 크다. 아울러 박 당선인 자신이 대선에 나온 이유로 ‘아버지의 꿈’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우리는 박 당선인이 부친의 공과(功過) 중에서 공(功), 특히 남북관계에서의 공을 잘 이해하고 이어받기를 바란다. 박정희의 유산 중 남북관계에서 긍정적인 게 있다. 1972년 남북이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이 그렇다. 이 성명은 당시 남측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측의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서로 상부의 뜻을 받들어’ 합의했다. 따라서 7.4성명은 당시 남과 북의 ‘상부’로 최고 지도자인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수상이 합의한 것으로 된다. 7.4성명에는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조국통일3대원칙이 천명되어 있다.

이 7.4성명이 근간이 되어 2000년 6.15공동선언이 탄생한다. 2002년 5월 박 당선인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당시 박 당선인은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이었으니 정치적 낭인과 같은 시절이었다. 그러니까 박 당선인은 6.15공동선언의 혜택으로 방북한 셈이다. 방북한 박 당선인은 김 국방위원장에게 부친을 언급하며 “6.15공동선언도 7.4공동성명에서 뜻이 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조국통일3대원칙이 오늘의 가슴 벅찬 6.15통일시대를 낳았다”고 화답한 바 있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부친의 뜻을 이어받는다면, 남북관계에서 7.4성명이 될 것이고 이는 곧 6.15공동선언을 존중 이행하는 것이 된다. 6.15선언의 실천강령이라 일컬어지는 10.4선언에 대한 존중 이행도 당연하다.

게다가 박 당선인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기조에서 자신의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박 당선인은 “대북정책도 진화해야 한다. 유화 아니면 강경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 당선인은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의 든든한 토대로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명명했다.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이다. 대화 채널은 막혔으며, 최소한의 신뢰마저 무너졌다.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는 판이다. 이럴 때 신뢰구축부터 나서야 한다. 다행히도 박 당선인은 국민들에게 약속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비쳐지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가 남북관계에서도 절실하다. 박 당선인은 10년 전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7.4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의 공통점을 밝혔다. 이제 그가 원하는 대통령 자리에 앉았다. 부친의 뜻을 잇고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약속대로 6.15공동선언 지지를 밝혀라. 남북간 신뢰구축은 6.15선언 지지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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