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중국에서 권력연장 또는 권력교체가 이뤄짐으로써 한반도 정세에 어떠한 파장이 미칠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나라가 G2(주요 2개국)를 형성할 만큼 강대국인데다 동북아시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동북아의 강자였고 미국도 최근 ‘태평양 국가’라고 강조하면서 아시아로 전략적 이동을 공식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맞부닥뜨리는 지점이 아시아, 동북아이고 그중에서도 한반도가 될 공산이 크다. 이런 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은 남북 모두에게 비상한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마침 올해는 한반도 주변국들이 대개 권력교체기였다. 러시아는 지난 3월 푸틴이 대통령에 당선됐고, 일본은 9월 노다가 총리에 재선됐으나 12월 16일 총선을 앞두고 있어 집권 민주당의 재집권이 난망에 빠졌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말 김정일의 대를 이어 김정은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등장했다. 6자회담 국가 중에서 올해 12월 일본과 함께 한국이 마지막 권력교체기에 있는 것이다.

민주당 오바마 현 대통령의 재선으로 한미간 동맹관계는 유지되겠지만 대북정책이 지난 1기 때의 재판(再版)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2.29합의가 물 건너 간 후 사실상 북미관계는 답보상태였다. 게다가 이후 미국에서 북한문제가 중요 의제로 설정되지 않았음도 감지되었다. 오바마-롬니 대선 유세 때 북한문제가 이슈화되지 않은 점이 그 한 예다. 그러나 오바마 2기는 1기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점이 지배적이다. 외교정책에서 1기 때보다는 자유로울 것이라는 점, 그리고 오바마도 외교 업적을 쌓기 위해서는 중동지역보다는 한반도지역이 유리할 것이라는 점 등이 제기되어 왔다. 그래서일까? 최근 역사적인 미얀마 방문에 나선 오바마가 지난 19일 북한을 향해 “핵무기를 내려놓고 평화와 전진의 길을 선택하라”고 말했다. 일방적인 입장이라 북한이 당장 호응하지는 않겠지만, 일견 오바마 대북정책의 변화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2008년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던 오바마가 북한을 향해 “북의 지도자와 만나겠다”는 ‘터프하고도 직접적인 외교’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4년 전의 약속을 지키고자 한다면 북미관계에 변화가 올 수 있다.

지난 8일 중국 공산당 18차 대회 이후 시진핑이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공식 출범하자 김정은이 바로 축전을 보냈다. 북.중관계의 한 단면을 나타낸 것이다. 양국은 항일투쟁과 한국전쟁을 함께 치르고 같은 이념을 공유하고 있는 혈맹관계다. 이미 양국은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한 상태에서도 황금평·위화도, 라선 특구 공동 개발을 진행했다. 이는 중국의 새 지도부도 이전 지도부가 폈던 한반도 정책을 계승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게 한다. 시진핑은 취임사에서 민생 개선을 국정 정책의 맨 앞에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과 평화가 최우선이다. 아울러, 시진핑 지도부는 한국에 대한 첫 일성으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있는 한.중이 상호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망했다. 이는 중국이 한국과도 화평한 관계를 바라는 것으로 유추된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중국 5세대 지도부에 북한과 우호적인 북한통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시진핑이 2008년 3월 국가부주석에 오른 뒤 첫 방문 국가가 북한이었으며, 리커창과 함께 줄곧 북한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게다가, 장더장은 김일성종합대학에 유학했으며 지린(吉林)성 당서기를 지냈다. 향후 북.중관계의 단단함을 예상케 한다.

‘태평양 국가’를 선언한 미국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점차 중동에 대한 개입을 축소하고 대외 전략의 중심점을 아시아로 옮기고 있는 점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아시아지역에서 중국은 그동안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는 일본과, 남중국해에서는 필리핀․베트남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데, 그 배후에 미국이 간접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문제는 아시아에서의 이러한 미.중 대결 구도가 한반도에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에서 쟁패를 다툴 경우 예상되는 한반도에 대한 개입력을 축소시켜야 한다.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남과 북이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세 변화의 주도권은 남과 북이 민족공조를 이룰 때만 가능하다. 지금 민족공조의 시금석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존중과 이행에서 가능하다. 북측은 김정일-김정은이 대를 이어 두 개 선언 이행 의지를 밝혀왔다. 남측은 이명박 정부 들어 두 개 선언의 이행 의지는커녕 존중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차이가 남북관계 최악의 5년을 낳았다. 그렇다면 12월 남측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 의지를 표명하느냐가 새 리더십의 징표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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