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실 이리 금치산자로 10년 세월을 지낼 줄은 전혀 예상못했다. 2010년 전격 발표된 5.24조치로 내 사업은 완전히 끝나버렸다. 여기에 더해 내 경우는 2011년 일본 쓰나미 재해로 50대는 그야말로 잿빛 인생 그 자체였다. '황금의 50대'라는 수식어는 발에 채는 길거리의 자갈만도 못했다. 2011년 일본 쓰나미가 천재지변이었다면, 5.24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른 '남북경협의 제초제'였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1995년 시화물산을 창업해 금강약돌과 북측 수석을 처음으로 반입해 판매했다. 이후 활조개 반입으로 업
“그 시절, 나는 내가 하루살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하루만 산다. 내가 논문의 한 부분을 끝낸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내 하루를 다 살았다. 그리고 잠을 자며 세상과 작별한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새로운 24시간. 다시, 한 가지를 한다. 오직 한 가지로 충분하다.’ 이런 식의 사고는 내게 위안을 주었다.”(96쪽)전후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하루 하루를 한 생처럼 살다 간 다석(多夕) 유영모(柳永模, 1890 ~ 1981)의 구도자적 삶을 떠올릴 지 모르지만, 박사‘논문’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숙제를 ‘
판도라의 상자일까, 흥부의 박일까? 어쨌든 이제 오랜 세월 묵혀둔 봉인을 떼고 내용물을 확인해야 할 피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뜨거운 감자 『환단고기(桓檀古記)』 이야기다.“내가 무엇 한가지 쓸 만한 것을 찾아볼 수가 없는 세월을 살다가 어둔 밤길에 작은 반디불을 맞난(만난) 것처럼 한 가닥 희망의 빛을 본 것이 있으니 곧 『환단고기』라는 책이다. 이것을 관학에서는 위서(僞書)라 해서 거들떠 보지도 않디만(않지만), 나는 그 책에서 어느 달은(다른) 력사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뚜렷한 주체사관을 발견하고 ‘여기에 우리
사진가 이시우 고길천 작가가 『붉은 구럼비』 화집을 보내왔다. 8월 26일까지 제주시 중앙로 예술공간 이아에서 전시회가 열린다. 『붉은 구럼비』는 강정해군기지 반대투쟁의 전 과정을 기록한 역사화이다.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의 역사화란 점에서 강요배 작가의 『동백꽂지다』와 같으면서 다르다.내가 보기에 고길천 작가는 거대체계에 맞추어 하나씩을 완성해가는 작가가 아니라, 하나씩을 완성하다보니 어느새 거대해지는 작가다. 그는 양식에 대한 집착이 없다. 조각, 사진, 그래피티, 설치, 회화등 닥치는 대로다.양식과 표현의 다양성과 반대로 그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거친 우리 사회는 수치스런 근대사에 대해 도외시하게 마련이다. 국사 교과서를 통해 개화파와 위정척사파가 쓰러져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내부분열과 부패‧무능으로 나라를 빼앗겼다는 정도로 건너뛰게 마련이다. 못난 선조들 탓에 나라를 잃었다는 패배주의적 시각이 지배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김이경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상임이사가 최근 펴낸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 근대사』(초록비 책공방)는 이같은 우리 근대사에 대한 무력감을 걷어내고 그야말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끄는 안
이달 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추천한 '짱깨주의의 탄생'이란 책이 여전히 화제다.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낯설고 긴 이름을 내걸고 '한미동맹'과 '한미일안보협력'을 강하게 드라이브하던 때 문 전 대통령이 책 추천을 통해 '균형된 시각'을 강조한 것이 '친미'냐 '친중'이냐는 논쟁아닌 논쟁을 촉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중국음식점 주인을 낮춰 부르는 비속어로 금기시되던 '짱깨'(掌柜)라는 표현을 책 제목에 달았으니 그것부터 시선을 붙든 요인이 된 것 같다.'짱깨주의'란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반포 방향으로 한강을 따라가다 동작역이 보이는 아래쪽으로 현충원이 자리잡고 있다.처음엔 한국전쟁 전사자를 위한 '국군묘지'로 조성되었으나 1965년 '국립묘지령'이 시행되면서 경찰관 및 향토예비군까지 대상이 넓어졌다.대통령령으로 시행된 국립묘지령에 따르면, 이 현저한 예비역, 퇴역, 면역 군인중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지정한 자'나 국장을 치른자 등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됐다.2005년 국회 입법으로 제정 공포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묘지의 명칭은 '국립서울현충원
남북관계는 단절된 채 시간은 흐르고 북한은 지난해부터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에 따라 매해 평양에 살림집 1만 세대를 건설하고 있다. 우리 건설사들의 능력으로 치면 주택 1만 세대 건설 쯤이야 큰 문제도 아니겠지만 제재와 봉쇄로 겹겹이 둘러싸인 북한이 과연 어떻게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이제 남북이 오가던 시대도 기억에서 가물거릴 즈음에 반가운 책을 만나게 됐다. 북녘 건축물들 건설에 직접 관여했던 변상욱 개공공업지구지원재단 사무국장이 『북한의 건축 사람을 잇다』(경향신문)을 ‘다시 보는 남북 교류‧협력’ 부제를 달아
“일본 사람들은 우리를 바퀴벌레라고 불렀지. 땅 속에 다시 처박아야 된다면서.”최근 인기리에 ‘애플TV’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속 대사 한 대목이다. 일본땅에서 일제 암흑기를 견디며 살아가는 조선인들의 처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일본군성노예(‘위안부’)나 강제징용자들의 한맺힌 일대기들이 더러 소개되기도 했지만 식민본국 일본땅에서 일제시기를 살아낸 ‘재일조선인’들의 삶은 드라마 가 그러하듯 이제야 우리 곁으로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1945년 해방 당시 2,500만 조선인 중에 재일조선인이 200만에 달했던 사
“사람들의 관심이 이렇게 큰데, 자칫 회담 성사에 실패하면 비난의 화살이 모조리 우리 전민련에게 쏟아질 겁니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질게요. 정부의 요구를 수용합시다.”1990년 7월 26일 판문점, ‘8.15범민족대회’ 실무회담을 위해 전금철 북측준비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 5명과 기자단 10명이 판문점으로 내려오겠다고 했지만 남측 정부의 까다로운 의전 요구 등으로 무산 위기에 놓였을 때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이창복 상임의장은 이렇게 결단을 내렸다.결과적으로 판문점에서 최초의 남북 민간 실무회담과 그해 남북해외가 서울에 모여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지난 10년 사이 북한은 얼마나 변했을까?북한에 있어 지난 10년의 시기는 ‘김정은 시대’를 말한다. 2010년 초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 지도에 동행하면서 후계자 준비 작업에 들어갔던 김정은은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인 2012년부터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에 진입했다.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김정은 시대 10년의 변화를 살펴보며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 북한의 이해를 돕는 책이 출간되었다.『김정은 시대 북한의 선택』,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의 3인의 연구진
“시민사회는 이제 원칙을 바꿔야 한다. 한미동맹의 원천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내쳐서 한미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그런 행동을 해야 한다.”(107쪽)그간 [통일뉴스]를 비롯한 많은 언론매체에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대해 많은 글을 발표해 온 고승우 6.15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이 자신의 주장을 『한미동맹과 한미상호방위조약』(지식공작소)이라는 한 권의 책에 담았다.저자는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근원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버티고 있다며, “한국이 21세기 최악의 불평등 조약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해 침묵하고 미국이 냉전시대의 기득권에 집착할 경우 한반
남북관계가 꼼짝 않고 닫혀 있는 답답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나마 간간이 개성이나 금강산, 평양과 묘향산 등을 오갈 수 있었던 시절이 까마득한 옛일만 같고 다시 그런 때가 올 수나 있을지 아득함만 밀려오는 날들이다.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을 오갈 수 있던 호시절, 와 기자로 누구보다 부지런히 북녘을 취재한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이 『북한 국보유적 기행』이라는 반가운 책을 역사인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첫 장면부터가 그렇다. “2007년 5월 11일 평양 모란봉과 그 주변의 역
“이리하여 신문사와 인쇄소가 마침내 부활하였으니 때는 1921년(4254년) 신유(41세) 사월 중순이었다... 이후 1927년까지 6년 동안 계속 운영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인쇄소 이전이 29회였다. 한 번 이전할 적마다 마차 두 량과 인력거 20여 채(활자 운반)가 필요하였다.”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인 1921년, 상해 임시정부의 기관지 을 복간시키고 변절한 이광수를 대신해 사장에 취임한 희산(希山) 김승학(金承學, 1881-1964)의 『망명객행적록』에 따른 흔적 일부이다.저 넓고 높은 푸른 하늘이 감동하고//
임영태 / 출판기획자 겸 역사교양서 저술가 한국 현대사에서 중간파 정치세력을 이야기할 때 ‘비극적’이라는 표현을 자주 하게 된다. 극단적인 좌우 이념대립의 틈바구니에서 중간파는 설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중간파 정치인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여운형과 김규식이 있다. 여운형은 중도좌파를, 김규식은 중도우파를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두 사람은 해방정국에서 좌우합작과 함께 남북협상을 시도하며 분단을 막고 통일정부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중간파의 노력은 실패했고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도 평탄치 못했다.해방정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중 정치인이
‘우편 요금을 냈다는 표시로 우편물에 붙이는 증표’에 불과한(?) 우표를 통해 한 국가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믿을 수 있을까?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형상화한 우표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하는 기념우표를 상기하면 다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매우 제한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그렇지만 우표를 통해 한 국가의 현대사를 천착하려는 책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안재영의 『우표로 보는 북한 현대사』다. 한마디로 북한우표를 통해 북한 현대사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이 책은 청년작가 권순지가 2019년 청년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통일운동 단체에서 공익활동가로 일하면서 ‘대전지역 통일운동을 구술기반으로 기록’한 책이다.고통스런 분단의 역사만큼이나 긴 통일운동 역사에서 대전에서도 치열했던 그 현장을 지켜낸, 숱한 운동가들이 있다.197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독재정권과 반통일 세력들에 의해 모진 탄압과 인권유린을 감내해야 했던 시기, 차가운 감옥에 갇힌 수많은 양심수와 장기수를 후원한 민가협 어머니의 삶에서부터, 목회현장, 교육현장, 노동현장, 통일투쟁의 현장에서, 자주와 민주, 통
"국제태권도연맹(ITF)은 변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변했다고 볼 수 있다. 1980년부터 단절됐다고 본다면 약 40년 가까이 됐으니 금방 하나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40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몇년 사이에 더 굳건한 협력관계가 구축될 것이다."지난 2018년 10월 세계태권도연맹(WT)과 ITF의 평양합의를 앞두고 조정원 WT 총재가 한 말이다.홍성보 북한학(태권도·체육) 박사는 최근 발간한 『서울·평양 태권도 문화융합』 에서 조 총재의 언급에 대해 "그동안 남한 태권도는 스포츠로 발전해 왔으나 북한 태권도는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제1조 제6항,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민족경제’의 첫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3년여 세월이 지나도록 속수무책 시간만 흐르고 있다.그래서 유라시아교통연구소 소장인
통일교육원이 국립통일교육원으로 바뀐 뒤 특별한 책이 한 권 나왔다. 국립통일교육원이 기획하고 권기봉 작가와 김진환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한모니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공동 집필한 『대한민국 평화기행』(창비)이 그것.전국을 인천·경기, 서울, 충청·호남, 부산·대구·영남, 제주, 이렇게 다섯 권역으로 나누어 평화교육의 거점들을 기행할 수 있게 이끄는 서른 꼭지의 글로 엮었다. 한 마디로 전국 방방곡곡을 평화교육의 산 교육터로 안내하는 셈이다.이순신 장군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 우리 역사의 주요한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지만 아무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