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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해협력시대를 반영한 역사적 판단 - 권오헌
이시우 평화사진작가 무죄판결, 국가보안법을 없애는 새로운 발판으로
2008년 02월 06일 (수) 07:51:56 권오헌 tongil@tongilnews.com
권오헌(민가협양심수후원회 회장)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7부(재판장 한양석부장판사)는 지난 1월 31일 이시우 평화사진작가에 대한 국가보안법 등 위반사건 선고공판에서 (국가)기밀의 탐지.수집.누설, 반국가단체 찬양 고무 및 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반포, 반국가단체 구성원과의 통신.회합 혐의 등 공소사실 모두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국가보안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형이나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최고형에 해당되는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징역10년, 자격정지 10년이 구형된 사건에서 완전 무죄가 선고된 것은 이 법과 관련된 재판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판결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 전형이면서 공안당국의 국가보안법 적용의 오.남용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화해협력시대를 옳게 내다본 역사적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 결론에서 ‘군사시설보호법위반 및 군용항기법 위반의 점은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되고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으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했다. 이러한 판단은 죄형법정주의와 유추해석금지원칙,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 입증된 경우에 한정해야 하는 원칙은 물론 헌법전문과 제 4조규정의 평화적 통일지향 헌법정신과 6.15공동선언 시대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재판부는 공소된 모든 혐의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국가보안법 제1조 제2항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바로 ‘이 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고 하였으며 ‘유추해석이나 확대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정신에 비추어서도 국가보안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그 구성요건이 엄격히 제한 해석하여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1990년, 국가보안법 7조 1항.5항에 대한 헌법소원에서의 ‘한정합헌’결정에 반대소수의견을 냈던 변정수 재판관의 논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다수의견은 국가보안법 7조 1항.5항의 불명확성 광범위성과 표현의 자유의 과도한 침해 및 평화통일 이념과의 모순성 등 위헌성을 지적하면서도 그 법률조항들은 ‘대한민국의 안전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거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한정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변정수재판관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냐 아니냐 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행위냐 아니냐 역시 객관적으로 뚜렷한 기준 내지 한계를 정할 수 없는 애매모호하고 불명확한 것이어서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주관적 해석에 맡길 수밖에 없는 구성요건이므로 이것 또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라며 ‘한정합헌’이 아닌 ‘위헌성’ 의견을 냈었다.

변정수재판관은 또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 등의 규정이나 ‘찬양.고무.동조 또는 기타의 방법’ 등도 불명확하고 애매모호함을 지적하였으며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침해, 양심과 사상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침해 등을 들어 명백한 위헌조항이라 했다.

특히 ‘헌법전문과 제4조 규정의 평화통일을 지향하려면 남과 북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화해 협력하며 잘한 것은 칭찬하고 옳은 것을 동조해야 하는데, 그것은 북한이 불법집단 내지 반국가단체로써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했고 ‘북한을 정부를 참칭하고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하는 범죄단체임을 전제로 하는 국가보안법의 여러 규정은 평화통일조항과 상충된다’며 7조 1항.5항뿐만 아니라 이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 자체의 위헌성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오늘 국가보안법폐지 주장의 주요논거로 되고 있는데 이시우 작가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바로 변정수 재판관의 소수의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이제 이시우 작가에 대한 국가보안법 등 위반사건 공소사실과 판결요지를 짚어보며 그 의미를 새겨보고자 한다.

먼저 기밀의 탐지와 수집(국가보안법5조1항)과 관련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이 자진하여 북한 등 반국가단체를 지원할 목적으로 국내에 산재한 다수의 한국군과 주한미군기지 군사훈련현장 민통선 지역 등을 답사하며 군사시설물을 촬영하거나 군사사항을 메모하고 모사도를 작성하는 등 국가기밀 또는 군사상 기밀을 탐지 수집했다’는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촬영한 사진이나 작성한 메모, 모사도는 대부분 기지외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지 않는 장소에서 촬영 작성한 것이어서 기밀로서의 비공지성(非公知性)을 인정할 수 없고 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기밀로서의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집한 정보 중 일부는 국가기밀 또는 군사상 기밀에 해당할 수 있으나 국가보안법 5조 1항은 북한 등 반국가단체를 지원할 목적으로 기밀을 탐지 수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인은 대인지뢰매설실태조사 핵.화학무기 감시 등 평화운동을 위하여 이들 정보를 수집한 것일 뿐이고 북한을 지원할 목적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두 번째, 기밀의 누설(국가보안법5조1항)과 관련 ‘자진하여 북한 등 반국가단체를 지원할 목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그의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그가 집필한 글에 삽입하는 방법으로 국가기밀 또는 군사상 기밀을 누설했다’는 공소내용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집하여 공개한 정보들은 대부분 미국 민간군사전문 인터넷사이트인 글로벌시큐리티에서 내려받았거나 일간신문 인터넷 등에서 공개된 것과 유의미한 차이점이 없으므로 기밀로서의 비공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및 이적표현물 제작 반포(국가보안법제 7조1.5항)와 관련 ‘피고인이 미군기지.서해교전.유엔사.정전협정.한국전쟁의 역사.주한민군의 핵.화학무기 등의 주제에 관하여 다수의 문건을 집필하고 강연을 한 것이 북한 등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선전.동조한 것이고 이 문건들은 이적표현물이었다’는 공소내용에 대해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문건이나 강연 주장이 북한의 그것과 상당부분 유사하고 반외세 반미적인 입장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주된 주제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의 화해 협력 평화적 통일에 있고 북한을 찬양하거나 그들의 주장에 맹목적으로 추동하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반미적 입장은 우리사회 일각에서 주장되는 것으로 그것만으로는 이적성을 인정할 수 없고 주한미군의 핵 화학무기에 대한 의혹제기.유엔사해체 주장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 있음으로 피고인의 문건이나 강연에서의 주장은 북한을 찬양고무 선전 동조하는 것이 아니고 집필한 문건도 이적표현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네 번째, 이적표현물 소지 반포(국가보안법7조5항)와 관련 ‘피고인이 재미통일학연구소 소장 한호석의 기고문을 인터넷에 게시하여 이적표현물을 소지 반포하고 북한원전과 국내에서 출판된 이적표현물을 집에서 보관하여 이적표현물을 소지했다’는 공소내용에 대해 재판부는 ‘북한원전 중 조선시대 고전문학을 번역한 출판물(임제. 권필 작품집.임진의병장 작품집)은 문학작품에 불과하고 국내출판물 중 쿠바혁명사. 한국공산주의운동사는 학술서적에 해당하여 모두 이적표현물이 아니며 한호석기고문과 피고인이 보관한 나머지 출판물들은 이적표현물에 해당되지만 국가보안법 7조 5항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이적목적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최근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교류활성화에 힘입어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북한의 출판물 등에 관한 국민적 수요도 늘어나면서 정부기관이나 공공도서관에서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는 북한출판물을 자유로이 열람 대출 등사 할 수 있는 점과 사진가인 피고인은 인터넷 신문 통일뉴스의 전문기자로도 활동하면서 남북관계 통일 유엔사 주한미군 등에 관한 다수의 기고문을 집필하여 왔고 그와 같은 집필활동에 자신이 보관하던 북한 원전 등을 참고한 점에 비추어 이적목적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반국가단체구성원과의 통신.회합(국가보안법제8조1항)관련 ‘피고인이 일본에서 사진전을 개최하고 강연을 한다거나 주일미군기지의 실태조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반국가단체인 조총련 구성원 등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만나서 인사를 나누는 등 통신 회합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상 회합. 통신죄에 해당하려면 의례적 사교적인 차원에서 전혀 다른 의도의 모임이나 연락이 아니라 목적수행을 위한 일련의 활동과정에서의 모임 연락으로 인정되어야 하는데 피고인의 사진전이나 강연, 주한미군기지 실태조사 등의 활동은 합법적인 것이므로 이를 위하여 조총련의 구성원들을 만나거나 이메일을 교환하였다하여도 의례적 사교적인 차원을 넘어서 목적수행을 위한 활동과정에서 한 것이라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이시우평화사진작가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의 판단기준은 이제까지의 대부분의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보였던 냉전성격을 과감히 허무는 논리였다. 이러한 논리는 6.15공동선언 시대 국가보안법 폐지와 평화통일운동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할 것이다.

이제 판결문에서 보인 몇 가지 판단기준과 그 의미를 알아보기로 한다.

첫째, 국가기밀의 범위를 엄격히 해석한 점이다. 공지의 사실까지는 아니라도 인터넷 등에 공개되어 있거나 일반인도 제한없이 접근가능한 정보라면 국가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적에게 알려지게 함으로 적을 이롭게 했다’해서 처벌했던 이전의 판례와는 사뭇 다르다.

둘째, 반국가단체를 지원할 목적을 엄격히 해석한 점이다. 이시우 작가가 수집한 정보 일부가 국가기밀 또는 군사상 기밀에 해당될 수 있으나 이는 대인지뢰매설 실태조사 핵.화학무기 감시 등 평화운동을 위한 정보수집이지 ‘북한’을 지원할 목적이 아니었으면 처벌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군사시설 정보 등 민감한 부분임에도 국민의 알권리와 평화운동을 평가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셋째, 이적 목적이 아닌 이적표현물 소지는 죄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시우 사진작가가 일부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인터넷 신문 통일뉴스 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남북관계.통일.유엔사.주한민군 등에 관한 기고문을 집필하는데 참고한 점일 뿐 이적 목적이 아니었다면 이적표현물소지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남북교류활성화 등 남북관계발전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국가보안법 판결에서는 보기드문 일이다.

넷째, 회합.통신죄의 엄격한 해석이다. 평화사진작가로서 사진전이나 강연 주일미군기지 실태조사 등 평화운동을 하면서 재일총련 동포를 만나거나 이메일을 교환한 것은 의례적 사교적 차원을 넘는 반국가단체 구성원과의 통신.회합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일총련 동포를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 해서 친척으로 만나기만 했어도 수많은 간첩사건을 조작했던 냉전시대라면 생각도 못할 판단이다.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에서 기록할만한 판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58년 7월2일 서울지방법원 형사 합의3부(재판장 유병진)는 진보당 중앙당위원장 조봉암 선생에 대한 간첩죄 등이 포함된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선고공판에서 간첩죄, 간첩방조죄 기타 국가보안법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 했었고(항소심에서 간첩죄 등을 적용 사형선고, 사법살인 당함. 2007년 진실화해위에서 간첩조작사건으로 진실규명 재심권고) 1999년 4월 6일 대전지방법원 형사 합의4부(재판장 한상곤 부장판사)는 6기 한총련 대의원 2명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한총련이 북한과 일치되는 주장을 한 것만으로 반국가활동이라고 인정할 수 없고 6기 한총련이 대한민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보고 있는 북한의 주장과 일치되는 강령을 가진 것만으로 이적단체로 볼 수 없고 달리 이적단체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선고를 했었다.(7조3항)

또 2004년 7월21일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용균부장판사)는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송두율 교수가 ‘반국가단체(이북을 가르킴)의 정치국 후보위원이었으며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다는 혐의, 김일성 주석 장례식 참석을 위해 반국가단체 지역(이북)으로 탈출했다는 혐의 등 최고형에 해당되는 공소 사실에 무죄를 선고했었다(3년 징역 5년 집행유예). 조봉암 선생, 송두율 교수 사건에서 완전무죄는 아니었어도 죄행법정주의와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이 적용된 재판부의 소신있는 판결이었다.

이시우 사진작가에 대한 국가보안법 사건을 비롯해 위의 사례들은 재판부가 법과 양심에 따라 소신있는 재판을 한 것 말고도 이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의 위헌성과 모순점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판례라 할 것이다.

그런데 새해 들어서만도 한총련 15기 류선민 의장이 구속되었고, 2005년 남녘열사 추모제에 참가했다 해서 1년 가까이 조사를 받아오던 당시 관촌중학교 김형근 교사가 전격 구속되었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 공안당국이 국가보안법 칼날을 휘두르며 마녀사냥식 공안탄압으로 새정권에 잘 보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하고 새정권의 보수 냉전논리에 맞서 이같은 무죄판결을 발판으로 하여 반통일, 반인권 악법 폐지투쟁을 더욱 힘있게 벌여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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