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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법이라는 신화성’부터 허물어야”
민노당.사회단체, 북인권법 대응방안 토론회 열어
2004년 11월 11일 (목) 10:16:00 이광길 기자 tongil@tongilnews.com
▶10일 오후 2시, 민주노동당사에서는 북인권법의 위험성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열띤 토론
이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북한인권법’은 인권문제 때문이 아니라 핵문제, 더 크게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서 파생된 것이다. 법안에 사용된 ‘인권’이라는 허구에 경도되지 말고, 인권법이라는 신화성부터 허물어버려야 한다.”

10일 오후 2시 민주노동당 대회의실, ‘북한인권법의 위험성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민주노동당 자주통일위원회(위원장 이정미 최고위원)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강정구 교수는 이같이 지적하고, “비상시국대책기구 등을 통해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은 강원대 강치원 교수의 사회로 민주노동당 최규엽 최고위원의 중국 길림성 일대 ‘탈북자’ 조사결과 보고,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기조발제, 토론자 4명의 지정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탈북브로커 단속해야”

▶중국내 '탈북자' 실지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최규엽 최고위원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최규엽 최고위원은 “지난 8년간 탈북자 문제를 추적한 언론인과 중국공안당국의 도움을 받아 실지 조사했다”며, “현재 탈북자 문제의 핵심은 기획탈북"이라고 규정했다.

그 중에서도 ‘탈북브로커’가 문제인데, “주로 탈북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이용해 정착금을 미끼로 탈북사업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착한 지 6개월이면 일률적으로 여권을 발급하는 제도를 고쳐서 범죄경력이 있는 탈북자에 대해서는 여권 발급을 제한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최근 중국정부의 탈북 브로커 단속에 한국정부가 항의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그렇게 대응할 것이 아니다”며, “브로커 단속에는 중국정부와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생명권을 중심으로 생존권과 시민권을 균형있게”

강정구 교수는 ‘미국의 북한인권법과 한반도 위기’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강 교수는 “인권은 너무나 당연하고 보편적인 거라 생각하기에 진보진영에서 뒤로 물러서는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간의 수세에서 벗어나 인권개념 자체, 북한인권법의 정당성 등 본질적인 문제에 천착”하여 “보다 공세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강정구 교수는 집단적 생명권을
중심에 둔 인권관의 변화를 주문했
다.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강 교수는 “시민권을 중심에 두는 국제인권장전은 서구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전지구적 보편성을 갖지 못한다”며, “만약 서구제국주의 지식인이 아니라 제3세계 지식인들이 권리장전을 만들었다면 전쟁으로 인해 3세계 민중들이 집단학살을 당하는 문제, 생명권 침해에 초점을 맞추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인권장전에는 “생명권은 두 군데, 생존권은 9개만 언급하나 시민권은 22개나 들어있다”며, “중점은 시민권이고 이것은 미국식 인권개념”이라고 결론지었다.

강교수는 “서구나 미국은 시민권을 중심에 놓고 보나, 구사회주의권은 생존권을 중시했으며, 제3세계는 생명권을 중시한다”며, 현존 인권개념을 “생명권을 중심으로 생존권과 시민권을 균형적으로 해석하는 방향으로 바꿀 것“을 촉구했다.

“3세계 민중의 생명과 생존을 짓밟은 제1 주범은 미국”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3세계 민중의 생명권을 짓밟은 제1의 주범이자, 이라크 및 북한 어린이 집단 아사에 주된 책임이 있는 생존권 침해 주범인 미국이 인권을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점에서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권을 빙자한 가장 악랄한 북한 체제.정권 붕괴법”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북한인권법에 대한 대응기조는 △미국의 한반도 전쟁 책동를 저지하여 남북한 민중의 생명권 침해를 막는 것 △미국의 대북 경제봉쇄를 해제하여 북한인민의 생존권 악화를 막는 데로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대북인권 결의안 막아야”

▶이정미최고위원[사진-김규종기자]
이정미 최고위원은 “역지사지의 태도로 생각하면 이 법의 문제를 확연히 알 수 있다”며, “만약 중국이 패권주의화 되어 남한에 친중정권을 수립하려고 남한 사회의 비정규직 등 인권 문제를 걸고서 남한의 내정을 간섭하면 수긍할 수 있는가”고 되물었다.

이 최고위원은 “북한인권법의 본질은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에 순응하지 않는 북한 길들이기이자 패권경쟁국인 중국 흔들기”라 분석하고, “핵문제 등과는 달리 북인권법 프로그램은 이미 작동하고 있어 이후 상수로 고려하고 대처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남한시민사회간 네트워크 구성”을 제안했다.

단기적으로는 “탈북브로커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기획탈북을 근절”하고,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대북인권 결의안을 저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인권 거론, 미국 의도에 휘말릴 수 있어”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위원장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인권문제에 개입하여 바람직한 해결방향을 고민하자는 일부 견해”에 대해 “순수한 동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의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인정한 위에서의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 인권을 무기로 한 미국의 대북공세에 대한 투쟁”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은 “북에 대한 테러지원국을 해제하고, 경제봉쇄 해제하도록 하는 것”이며, “한반도 냉전구조 해소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한국시민사회간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것이다.

“침묵하는 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참여연대 이대훈 협동사무처장은 강정구 교수의 기조발제에 대해 “북인권 문제를 거론해야 하는지에 대해 답이 없어 결국 침묵론을 지지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침묵하는 것이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본다”며, “적극 뛰어들어서 공세적으로 까발리고 비판하면서 우리가 훨씬 인권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북인권에 침묵하는 게 결코 유리
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대훈 처장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이 처장은 ‘침묵론’의 근거로 △과장, 왜곡 △외인론 △미국의 의도 등을 들고, “이러한 거품을 걷어낸 뒤 존재하는 알맹이에 대해서도 계속 침묵할 것인지” 물었다.

특히 “북한인권문제를 인정하면 큰일 날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고 문제는 접근방법”이라며, “우선 정치화를 막고, 한두 가지 문제를 끄집어내어 인권 문제화하는 흐름에 인권의 총체성으로 대응하며, 분단의 맥락을 고려하여 북한인권이 아닌 상호 연동된 한반도 인권으로 의제를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인권법과 별개로 진행중인 유엔의 움직임에 주목하여 “우선 급한 것은 내년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대북결의안이 다시 나오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균형잡힌 보고서를 내오도록 남한시민사회의 시각을 제공하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우리식의 북한인권 로드맵을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대응기구 만들어 대응원칙 등 논의하자”

김승교 변호사는 개입논란에 대해 “의지와 상관없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적극 대응론에 손을 들어주고, “대응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안에 동의한다”며, “거기서 대응 원칙과 절차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정부 역할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
력한 김승교 변호사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다만, “정부의 대응은 신중해야 한다”며 “정부가 미국의 정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일의 순서 등을 고려”할 때, “평화정착이 어느 수준에 이르러야 정부간 인권대화가 가능할 수 있지 않겠나”는 견해를 피력했다.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법의 제정의도는 ‘조사결과’ 25개 항목을 보면 다 드러난다”며, “객관성과 공정성의 상실은 물론, 불신과 적대감 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는 △남북간에는 비방 간판 등을 철거하고 있는 데, 대북 라디오 비방 선전 강화하고 있는 점 △탈북지원단체에 돈을 지원함으로써, 현재 정착금 받는 ‘사냥꾼’외에 미국 정부로부터 돈받고 탈북사업하는 자들이 늘어날 것이며 △곧 임명될 대북인권특사가 남한, 중국 등을 들락거릴 때 무슨 문제 일으킬지는 켈리의 예를 보면 명약관화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재반론에 나선 강정구 교수는 “북한 인권문제는 인권문제 때문이 아니라 핵문제에서 파생되고, 더 크게는 미국의 대북정책의 일환이라는 것 분명”하므로, “인권이라는 허구에 경도되어서는 안되고 인권법이라는 신화성을 허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북인권법식의 해결은 더 큰 생명권 박탈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북인권 토론 가능”

최규엽 최고위원은 “국가보안법이 없어져야 북한인권에 대한 토론 가능하다”며, “어떤 체제가 진정한 인권을 보장하는지 알려면 실사가 필요한 데 그 걸림돌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라고 주장했다.

통일광장 임방규 선생은 “모두가 북인권법이 북체제를 와해시키려 한다는 점에는 합의했다. 그러면 어떻게 와해하겠는가. 결국 전쟁밖에 없는데,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며 “그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고 물은 뒤, “민족적 입장에 철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선생은 “(미국은) 후세인도 인권침해하고 독재한다고 전제하고 무력으로 때렸다”고 상기한 뒤, “북인권법은 전초전이다. 무엇을 들고 나오든 침략적 야욕을 분쇄하는 데 법학자와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서 대응 이론을 만들어야 한다”며, “연대기구 만들어서 실사조사를 하자는 데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자통 김을수 선생은 “거품을 제거하고 남는 알맹이에는 어떡할 거냐고 했는데, 북에 인권문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 모르지 않는가”고 되물은 뒤 “교류하면서 알고 충고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현 단계는 국가보안법 철폐에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통일광장 임방규, 권낙기 선생 등 참석자들은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오른쪽부터)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참가자들은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뭉개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으나 △북 인권문제를 거론할 것인지 △한국정부의 역할 문제에는 차이를 보였다.

UN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난제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이대훈 처장의 지적에 대해, 정대연 위원장은 “미국의 인권공세에 대한 대응과 북인권문제에 대한 대응을 구분할 필요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의도에 휘말릴 것”이라 반박하고, “(개입하자는 이들은) 명확한 방안을 제출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못하다면 우선 합의한 미국의 정치공세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면서 대안을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논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의 합의가 있으나 북한인권과 관련된 또 하나의 문제인 UN북한인권결의안이 있는 까닭이다. 만약 UN결의안에 대해서도 북 인권법과 똑같이 무시와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지금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두 개의 프로세스가 한 덩어리로 뭉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남한시민사회는 비교적 우호적이던 국제인권기구 등으로부터 고립되어 지금보다 훨씬 수세적인 처지로 몰릴 수 있다.

한국정부가 잘 대응했다면 결의안까지 가지 않았을 것

한국정부가 대응에 나서봐야 미국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다는 김승교 변호사의 지적에 대해 이대훈 처장은 “역할 유무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큰 것과 작은 것을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 처장은 “작년 UN인권위에서 프랑스 등이 매우 공격적인 북한인권결의안을 내올 때 한국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으나, 만약 적극 나서서 결의안보다 위험성이 작은 기술자문프로그램 등을 역제안했다면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며, “정부의 인권외교의 부재”를 비판했다.

이번 토론회는 북한인권법에 대한 정치권, 시민사회의 인식을 모으고 공동의 대응방안을 찾자는 취지에서 민주노동당 자주통일위원회가 기획한 것으로,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민주노동당은 향후 대응기구 구성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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