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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전여총도는 고려인의 세계지도 ②
<연재> 서현우의 '세계사를 뒤흔든 한 장의 지도' (2)
2013년 05월 29일 (수) 09:19:02 서현우 tongil@tongilnews.com

   
▲ 1508년 피렌체 출신으로 베네치아에서 활동(1505~1508)한 프란체스코 로젤리(Francesco Rosselli, 1445~1513)에 의해 제작된 세계지도. 보르도느 지도와 같이 한반도가 실제보다 과대하게 나타나고, 최초로 남극대륙이 지도상에 나타난다. [자료사진 - 서현우]

우리의 눈앞에 미지의 대륙이 또렷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 바로 남극 대륙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지도상의 남극대륙이 결코 가상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극대륙의 동안으로 눈을 돌려보라. 반도 형상이 보이는데 바로 남극반도로 매우 사실적인 형상이다. 우리는 앞장에서 남극 대륙이 발견되기 전, 중세 유럽의 지도에 남극 대륙이 홀연히 나타났음을 알았다. 주지하는바, 로젤리의 이 지도가 남극 대륙이 나타나는 최초의 지도라는 사실이다. 달리 말하자면 바로 이 지도가 시대를 초월하여 남극 대륙이 나타나는 수십여 장의 미스터리 지도들의 원조로서, 지도학 역사상의 ‘남극대륙 미스터리’가 이 지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로젤리 지도는 현재까지 확인되는바, ‘최초’라는 타이틀을 2중으로 차지하는 셈이 된다.

2중으로 차지하는 최초라는 타이틀? 그렇다. 로젤리 지도는 혼일강리도와 같은 비율의 대형의 한반도가 최초로 등장하는 유럽의 지도이자, 동시에 최초의 남극 대륙이 나타나는 지도인 것이다. 나의 주목을 끄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우리는 앞서 대형의 한반도가 나타나는 두 번째 지도인 잉골슈타트/노르덴스쾰드 지도에 역시 지도학 역사의 미스터리인 ‘캘리포니아 섬’과 ‘중앙아메리카 해협’이 나타났음을 보았다. 그렇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지도학 역사상의 이러한 미스터리들이 혹시 혼일강리도와 같은 동아시아의 고지도와 관련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 근거는 이어서 다룰 모든 내용들이 대신할 것이다.

   
▲ 1528년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에서 베네데토 보르도느(Benedetto Bordone, 1460~1531)에 의해 제작된 세계지도. 한반도의 크기를 혼일강리도와 거의 같은 비율로 묘사하고 있다. [자료사진 - 서현우]
여기서 다시 보르도느 지도로 돌아가 보자. 그런 후, 지도상의 한반도 동쪽에 보이는 한 섬에 시선을 고정하자. 이 섬은 혼일강리도에 의거할 때 일본이 아니다. 혼일강리도상의 일본은 한반도 정남쪽에 위치함으로, 보르도느 지도상의 같은 위치에 보이는 마치 별 모양 같은 지형의 섬이 일본에 해당된다. 독자들은 앞장에서 접한 혼일강리도를 통해 그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다음 장에서 다룰 볼로그니노 잘티에리의 1556년 지도를 통해서 재차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 동쪽의 이 섬은 대체 무엇일까? 지도 제작자의 착오에 기인한 가상의 섬일까? 의문을 품고 섬의 지형을 주시해 보자. 눈 밝은 독자라면 어디선가 낯이 익은 지형일 것이다. 그렇다. 그 섬은 바로 지구전후도와 혼천시계 지구의에서 본 ‘캘리포니아 섬’이다.

지구전후도와 국보 제230호 혼천시계 지구의의 ‘캘리포니아 섬’은 공히 북아메리카 대륙을 등지고 동아시아 방향으로 허리를 꺽은 상태의 형상을 보여준다. 이는 보르도느의 이 지도와 롸이트/몰리눅스의 1599년 지도를 제외하곤 ‘캘리포니아 섬’이 나타나는 거의 대부분의 유럽 지도들(세로선이 긴 직사각형이거나, 북아메리카 방향으로 굽은)에서는 볼 수 없는 형상이다. 예외가 있다면 1440년 제작으로 알려진 빈랜드 지도인데 현재 지도의 진위여부에 대한 여운도 남아 있는 데다, 지도상의 해당 지형에 대해 남아메리카 대륙이라는 주장도 있어 여기선 단지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논외로 하겠다. 어쨌든 독자들은 앞장에서 소개한 ‘캘리포니아 섬’이 나타나는 여타 지도들을 통해 그것의 형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번거로울 독자들을 위해 아래 지도들을 소개하는바, 중세유럽 지도에서의 일반적인 ‘캘리포니아 섬’의 2가지 유형이다.

   
▲ 1507년 독일의 수도사 마르틴 발트제뮐러(Martin Waldseemuller, 1470~1520)의 지도. 최초의 아메리카 태평양 연안과 최초의 아메리카 지명인 ‘America'가 나타나는 12장의 목판지도로서 2001년 미국 의회도서관이 1세기의 노력 끝에 독일로부터 1천만 달러에 구입했다. 이 지도의 동북쪽 끝에 작은 크기와 뾰족한 모양의 한반도와 함께 그 아래 일본이 나타나고, 그 너머 태평양 상에 큰 섬이 보이는데 유럽지도에서의 ’캘리포니아 섬‘의 시원이 된다. 이는 이 지도가 보여주는바,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은 아메리카 대륙 태평양 연안의 형상과 더불어 지도학상의 미스터리 중의 하나이다. [자료사진 - 서현우]

   
▲ 신세계발견연구소 소장 군나르 톰슨 박사가 자신의 사이트에 소개한 것으로 베르나드 실바누스(Bernard Sylvanus, 베네치아)의 1511년 지도의 동아시아 부분의 ‘캘리포니아 섬’을 캘리포니아 반도에 대비시켜 보여주고 있다. 일본을 의미하는 ‘ZAMPAGV섬’이라 명기되어 일본과 혼동한 중세유럽 지리학의 시대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실바누스 지도(왼쪽),- 미시간 대학교 윌리엄 클레멘츠 도서관 소장. [자료사진 - 서현우]

위 지도들 또한 보르도느 지도와 로젤리 지도가 제작된 시기인 16세기 전반기 르네상스 시대의 지도들로서, 이 지도들을 통해 우리는 보르도느 지도상의 태평양에 보이는 섬이 역사상의 미스터리 ‘캘리포니아 섬’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앞서 언급한바, 보르도느 지도상의 ‘캘리포니아 섬’의 형상은 여타 유럽 지도상의 그것과 다른 반면에, 우리의 고지도인 지구전후도와 혼천시계 지구의의 그것과 유사한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보르도느 지도와 동아시아와의 친연성이 또 하나 확인되는 셈이다.

어쨌든 우리는 보르도느 지도와 발트제뮐러 지도, 또 실바누스의 위 지도들에서 ‘캘리포니아 섬’의 위치가 모두 지도의 동쪽 끝부분, 즉 태평양 상에 놓여 있음을 보았다. 이는 이들 지도제작자들이 지도 제작에 있어 각자 모본으로 삼은 모종의 동아시아 기원 지도들에서 비롯된 것인데, 독자들은 이에 대해 뒤에서 확신하게 될 것이다.

이번엔 다시 로젤리 지도로 돌아가 보자. 그리곤 한반도를 지나는 경선을 따라 눈길을 아래로 향하자. 앞서 언급했듯이 한반도 아래에 섬이 보이고, 또 그 섬 아래에 대륙의 일부로 보이는 미상의 지형이 나타난다. 여기서 한반도 아래의 섬은 혼일강리도와 비교할 때 상대적 위치상 일본에 해당됨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섬을 일본이라 섣부르게 단정할 수 없는데, 그 이유가 섬의 형상이 혼일강리도상의 그것(일본) 과 매우 다른데다, 무엇보다도 섬의 아래쪽에 대륙의 일부로 보이는 미상의 지형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선 로젤리 지도상의 한반도 아래쪽 섬의 형상에 주의하자. 이 섬은 동일한 상대적 위치상의 보르도느 지도 및 혼일강리도의 그것과는 형상이 매우 다른 반면, 상대적 위치는 다르지만 앞서 접한 발트제뮐러 지도상의 ‘캘리포니아 섬’과 형상이 유사하다. 즉 이 섬이 가상의 ‘캘리포니아 섬’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인데, 섬의 이러한 형상은 중세유럽의 지도상에 나타나는 일반적 ‘캘리포니아 섬’ 형상의 두 유형 중 하나에 근접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발트제뮐러 지도이다. 로젤리 지도에 불과 1년 앞선 1507년이란 제작연대에다, 무엇보다도 ‘캘리포니아 섬’과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의 전모가 함께 나타나는(천하전여총도를 제외한) 지도이기 때문이다. 이 지도는 2000년대에 접어든 후 매우 각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먼저 ‘아메리카’(AMERICA)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최초의 지도라는 점 때문이고, 그 다음은 지도 제작 당시엔 알 수 없었던 아메리카 대륙의 전모를 담고 있어, 현재 역사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항해 이후 아메리카 대륙의 존재가 유럽에 널리 알려졌지만, 발트제뮐러 지도와 로젤리 지도가 출현한 1507~1508년엔 아메리카 대륙의 태평양 연안은 유럽사회에 있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바스코 누네즈 데 발보아가 오늘날의 파나마 서안에서 유럽인으로서 최초로 태평양을 눈으로 확인한 해는 1513년이고,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훗날 자신의 이름으로 명명될 해협을 통과하여 대서양으로부터 태평양에 진입한 해는 1520년이었다. 그러므로 발트제뮐러 지도상의 태평양 일대에 대한 지리적 정보는 단연코 유럽의 산물이 아니다. 이는 발트제뮐러 지도상의 ‘캘리포니아 섬’에도 공히 적용된다. 이는 뒤에서 확인하겠지만 당시 유럽의 지도들이 보여주는 일본과 가상의 ‘캘리포니아 섬’에 대한 위치와 형상의 혼동이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를 로젤리 지도에 대비하면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로젤리 지도상의 한반도 아래의 섬은 혼일강리도상의 위치로 볼 때 일본일 수도 있고, 형상으로 볼 때 ‘캘리포니아 섬’일 수도 있지만 그 아래 대륙의 일부로 보이는 미상의 지형은 바로 아메리카 대륙이라는 것을 말이다. 로젤리는 당시까지 유럽이 알 수 없었던 지리상의 영역을 동아시아 기원의 모종의 모본지도들에 근거하여 지도를 제작했다. 모본지도들은 각기 부분도들이었기에 한반도와 아메리카 대륙 사이에 일본 또는 ‘캘리포니아 섬’이 위치함은 인식했지만, 상대적 방향을 오인하여 아메리카 대륙을 발트제뮐러 지도와 달리 한반도 남쪽 영역에 나타냈던 것이다.

그러므로 로젤리 지도는 현재까지 알려진 지도 중에서(천하전여총도를 제외하곤) 발트제뮐러 지도에 이어 두 번째로 아메리카 대륙의 태평양 연안(일부이긴 하나)을 보여주는 지도가 되는 셈이다.

자, 이쯤에서 독자들과 함께 지금까지의 내용을 잠시 정리해 보자. 마치 역사의 이단인양, 시대를 초월하여 홀연히 등장한 르네상스 시대의 두 지도, 로젤리 지도와 보르도느 지도! (잉골슈타트/노르덴스쾰드 지도는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공히 한반도의 상대적 크기가 우리의 고지도 혼일강리도상의 그것과 쌍둥이처럼 일치한다. 더군다나 보르도느 지도가 보여주는 제주도와 호미곶은 유럽 지도학 역사의 시간을 무색케 한다.

이에 대해 가능한 설명은 단 하나, 즉 두 지도가 탄생한 16세기 초 이전의 어느 시기에 동아시아 기원(어쩌면 한반도 기원)의 모종의 지도들이 동아시아를 떠나 머나먼 유럽의 베네치아로 건너갔다는 것이다. 이 외에 두 지도의 존재에 대해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그 어떤 방법이나 실마리는 전무하다.

더하여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바로 이 지도들 중에서 시대를 초월하여 현재까지 공히 지도학 역사의 최대 미스터리들로 남아 있는 중세 지도상의 남극대륙(1820년에 발견)과 ‘캘리포니아 섬’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것도 남극대륙의 경우 최초로서 말이다. 뿐만 아니라 로젤리 지도엔 대륙의 일부이긴 하지만 발트제뮐러 지도에 이어 지도학 역사상 두 번째로 시대를 초월한 아메리카대륙의 태평양 연안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발트제뮐러 지도와 로젤리 지도는 불과 1년 시차를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세상에 나왔다. 이는 사실상 남극대륙과 ‘캘리포니아 섬’, 그리고 아메리카대륙의 태평양 연안이 지도학 역사상 상호 연동되어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들 미스터리 모두가 두 지도(보르도느 지도와 로젤리 지도)와 같이 동아시아 기원의 모종의 지도들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열어준다.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자, 이제부터 천하전여총도를 통해 그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자. 우선 천하전여총도와 두 지도(보르도느 지도와 로젤리 지도)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부터 알아볼 것이다. 아래는 각각 천하전여총도와 보르도느 지도의 동북아시아 부분을 확대한 것이다.

   
▲ 1418년의 지리정보가 담긴 천하전여총도의 동북아시아 확대 부분. 한반도와 산동반도의 상대적 위치와 크기가 실제와 큰 차이를 보인다. 한반도와 산동반도 해당지역에 각각 ‘高麗’와 ‘山東’이란 문구가 보인다. [자료사진 - 서현우]

   
▲ 1528년의 지리정보가 담긴 보르도느 지도의 동북아시아 확대부분. 제주도가 보이며, 호미곶이 과장되어 나타난다. 또 한반도와 산동반도의 상대적 위치가 천하전여총도와 일치한다. [자료사진 - 서현우]

독자들은 위 천하전여총도와 보르도느 지도의 동북아시아 부분에서 한반도와 주변지역을 비교해 보자. 이 비교를 통해 이제 우리는 천하전여총도가 실제 1418년의 지리 지식을 담은 진품 지도임을 입증하는 첫 단계에 들어서는 셈이다.

독자들은 두 지도의 비교를 통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바, 바로 한반도와 중국 산동반도의 상대적 위치이다. 천하전여총도의 해당지역에 각각 高麗와 山東이란 문구를 통해 그곳이 한반도와 산동반도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의 산동반도는 위 두 지도들에서의 위치와 달리, 북위 36~38도 선상의 반도로서, 우리나라 인천광역시 방향으로 돌출되어 있다. 한마디로 한반도의 허리에 해당하는 위선에 놓여 있어야할 산동반도를 두 지도는 공히 한반도 남단을 벗어난 위선에 위치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상대적 위치만 유사할 뿐 실제 위치는 상호 차이가 커 거저 우연의 일치로 볼 수 있겠지만 결코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래의 지도와 다음 장을 통해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1602년 예수회 신부 마테오리치가 중국에서 제작한 지도의 동북아시아 부분. 한자 지명의 지도이다. [자료사진 - 서현우]

위 지도는 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신부 마테오리치가 중국에서 작성한 지도로서 동북아시아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산동 반도는 제 위치에 놓여 있는 반면 중국 절강성 항주만 남단이 매우 과장된 형상으로 돌출되어 있다. 이러한 묘사는 당 시대 유럽 지도들의 해당 부분(한반도의 존재조차 희미하던 시기)과 크게 다른데 이는 마테오리치가 이 지역의 묘사엔 유럽이 아니라 당시 중국의 지도를 참조했다는 실증적 증거가 된다. 천하전여총도와의 차이라면 마테오리치는 산동 반도를 별도로 제 위치에 묘사했는데 비해 천하전여총도(정확히 모본지도인 천하제번식공도)의 제작자는 산동반도와 항주만 남단의 그 부분을 혼동했던 것이다. 어쨌든 여기서 보르도느 지도상의 한반도와 산동반도(서술의 편의상 산동반도로 지칭하여)의 상대적 위치에 대한 동아시아 기원의 근거(진위검증의 대상인 천하전여총도를 배제하고)를 확인하는 셈이다.

한편으로 천하전여총도와 보르도느 지도상의 한반도와 산동반도의 크기와 형상은 상호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천하전여총도상의 산동반도는 실제보다 매우 과장된 크기로 동북방향의 한반도를 향해 치솟고 있는 형상인 반면에, 보르도느 지도의 그곳은 적당한 크기이긴 하지만 마치 버섯과 같은 형상으로 동남방향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다.

어쨌든 상호 크기와 형상의 이러한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위치는(실제의 상호 편차를 감안하더라도) 두 지도가 동일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적 위치의 이러한 특징은 로젤리 지도에서도 반복되는데, 독자들은 로젤리 지도를 통해 직접 그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엔 천하전여총도와 보르도느 지도에서 한반도의 형상을 비교해 보자. 독자들은 두 지도의 비교를 통해 동해와 접하는 한반도 동안東岸의 지형이 비교적 유사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히 남쪽과 북쪽의 지형이 돌출되고 그 중간이 오목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비록 실제의 지형과는 매우 다르긴 하지만, 그것은 논의에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두 지도상의 특징의 유사성이다. 한반도 동안의 이러한 지형 또한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독자들은 다음 장에서 명확히 확인할 것이다.

이와 같이 두 지도는 한반도 영역에 있어서 2가지 특징의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한반도와 산동 반도의 상대적 위치에서이고, 또 하나는 한반도 동안의 지형에서이다. 두 지도상의 이러한 특징의 유사성은 다음 장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인바, 두 지도의 상호 관련성 및 천하전여총도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증거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천하전여총도와 보르도느 지도의 관계는 다음의 두 가지 경우 중의 하나에 해당될 수밖에 없게 된다. 하나는 두 지도의 제작에 참조되었던 각각의 모본지도들 중에서 동일한 기원, 즉 공동의 조상을 두고 있는 지도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지도가 스스로 알리고 있듯이 천하전여총도가 실제 1418년 제작의 천하제번식공도를 1763년에 모사한 진품 지도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경우는 천하전여총도가 20세기 중국의 누군가가 보르도느 지도의 특징을 모방하여 위작하였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천하전여총도는 결코 위작일 수가 없다. 만약 그것이 20세기 어느 시기 중국의 누군가에 의한 위작이라면 보르도느 지도를 모방하지 않는 한, 한반도 영역에서의 2가지 특징이 동시적으로, 또 우연적으로 나타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와 그 주변을 그리 터무니없는 형상으로 묘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작이라고 가정할 때 위작자의 의도와 목적은 필경 두 가지 경우의 하나일 것이다. 하나는 단순히 중국 역사의 위대성을 드러내기 위함일 것이거나, 또 하나는 그것을 토대로 상품가치를 높여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함일 것이다. 분명 심심풀이의 산물이 아닐 것이기에 말이다. 어느 경우이든 모두 중국 역사의 위대성을 나타내는 것인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세계의 형상(심지어 남극대륙까지)을 다 알고 있었음을 과시하려는 지도에 자신의 근거지 영역을 그리 엉터리로 묘사했단 말인가? 더군다나 지도에서 보듯이 한반도(고려)를 지도의 기준자오선이 관통하는 구도로 삼아서 말이다.

한편으로 위작자가 보르도느 지도를 모방했을 리도 만무하다. 동아시아를 묘사하는데 있어 그럴듯한 중세중국의 여타 지도들을 제쳐두고 중세유럽의 지도를 모방하여 위작의 의심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하필 보르도느 지도를 모방하면서도, 보르도느 지도가 보여주는 주요한 사실적 특징인 제주도를 배제한 채 말이다. 또 고작 미화 500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에 쥐기 위해 실제 18세기에 만들어진 종이와 잉크를 구하려고 그리 어렵게 발품을 팔면서 말이다. 위작의 의도와 목적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임의로 그리는 것이 훨씬 유리했을 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천하전여총도와 보르도느 지도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무엇보다 결정적 요인은 보르도느 지도가 대중에 알려진 시기가 근래에 이르러서라는 것이다. 그것도 인터넷의 보급에 힘입어서 말이다.

그렇다면 천하전여총도와 보르도느 지도가 공히 보여주는 2가지 특징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앞서 언급한바, 위작을 배제한 나머지 단 하나의 경우, 즉 천하전여총도와 보르도느 지도가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기원했다는 것이다. 이는 천하전여총도의 모본지도로서의 천하제번식공도의 제작연대 1418년과 보르도느 지도의 제작 연대인 1528년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주지하는바, 여기서 공동의 조상이란 의미는 천하제번식공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물론 두 지도 사이엔 110년이란 시차가 존재한다. 이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천하제번식공도(천하전여총도의 어미 지도로서)와 보르도느 지도 사이의 공동 조상(해상집단을 포함하여)에 대해서이다. 그것은 보르도느 지도에 반영된 동아시아 기원의 모종의 모본지도가 동아시아를 떠나 베네치아로 건너간 시기가 1418년 이전이라는 나의 판단 때문인데, 이에 대해선 다른 장에서 논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르도느 지도의 존재야말로 천하전여총도의 모본지도로서 1418년에 제작되었다는 천하제번식공도가 실제 했음에 대한 하나의 유력한 증거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하전여총도의 진품 입증에 있어서 이제 막 교두보를 구축한 셈이다.

보르도느 지도는 비밀의 장막을 걷어내는 역사의 충실한 안내자이자, 경이적인 지도로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 지도는 시대를 초월하여 한반도의 지리적 특징인 제주도와 호미곶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데다, 한반도의 크기를 우리의 혼일강리도의 그것과 같은 상대적 크기로 나타내어 스스로 자신의 고향이 동아시아임을 고백하고 있다. 나아가 유럽 지도학 역사의 미스터리인 ‘캘리포니아 섬’을 보여주면서, 그 형상마저 우리의 지구전후도와 혼천시계 지구의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더하여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이 지도가 천하전여총도의 한반도와 산동반도의 상대적 위치, 그리고 한반도 동안의 지형적 특징을 유사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로젤리 지도는 혼일강리도와 같은 비율로 대형의 한반도를 보여주는 최초의 유럽의 지도이자, 동시에 역사의 미스터리 남극대륙을 보여주는 최초의 지도로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중세 지도학 역사의 최대 미스터리의 하나인 지도상의 남극 대륙은 이와 같이 로젤리 지도를 통해 홀연히 유럽사회에 데뷔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로젤리 지도 또한 보르도느 지도 및 천하전여총도의 경우와 같은 한반도와 산동반도의 상대적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로젤리 지도가 참조한 모본지도들 중에도 동아시아 기원의 지도들이 존재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더하여 로젤리 지도는 중세 지도학 역사에서의 또 다른 미스터리인 아메리카대륙의 태평양 연안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로젤리가 참조한 남극대륙이나 아메리카대륙 태평양 연안이 나타나는 모본지도들도 동아시아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게 상존한다. 역사적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외에 달리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형의 한반도와 남극대륙, 그리고 아메리카대륙의 태평양 연안(어쩌면 ‘캘리포니아 섬’까지)은 모두 상호 연동되어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다른 장을 통해 매우 확고해질 것이다.

여기서 다시 천하전여총도에 주의를 돌려보자면, 천하전여총도는 단순히 보르도느 지도의 두 가지 특징만을 담고 있는 지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극대륙과 ‘캘리포니아 섬’,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의 전모까지, 즉 보르도느 지도와 로젤리 지도, 발트제뮐러 지도의 미스터리를 다 포함하고 있는 지도라는 사실이다. 이는 천하전여총도가 실제 1418년에 제작된 모본지도(천하제번식공도)를 기원으로 한 지도일 가능성을 매우 농후하게 해준다. 만약 이러한 가능성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천하전여총도와 이들 유럽의 지도들은 상호 친연관계로 인정될 것이고, 나아가 이는 중세유럽 지도학 역사의 거의 모든 미스터리가 해소됨을 의미한다.

아마 독자들은 그동안 지도학 역사에서 커다란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중세 지도상의 남극대륙과 ‘캘리포니아 섬’,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 태평양 연안이 실상 동아시아의 고지도(어쩌면 우리의 고지도)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에 놀라움과 더불어 무척 호기심을 느끼리라. 그러나 여기서 감히 주지하는바 아직 놀랄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지는 장들에서 천하전여총도의 진품 입증은 물론이고, 더불어 중세 유럽 지도학 역사에서의 온갖 미스터리와 아직 미스터리로 간주되지 않는 숨은 비밀마저 드러낼 것인바, 실상 이 모두가 동아시아 기원 지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입증할 것이다.

시대와 공간을 건너 뛰어 우리 앞에 나타난 경이적인 두 지도, 보르도느 지도와 로젤리 지도! 독자들은 이들 지도의 산실이 모두 베네치아임을 기억해 두자. 더하여 베네치아인인 보르도느완 달리, 로젤리는 당시 베네치아의 이웃국가인 피렌체 출신이나, 우리가 확인한 그의 1508년 지도는 그가 베네치아에서 활동하던 기간에 제작된 것이라는 것도 함께 기억해 두자. 베네데토 보르도느와 프란체스코 로젤리, 그리고 베네치아! 두 사람이 활동하던 16세기 초반은 르네상스의 절정기에 접어들고 있었고, 당시 베네치아는 이웃국가인 피렌체, 제노바와 함께 르네상스를 주도한 주역의 하나였다. 그러므로 보르도느와 로젤리의 두 지도는 르네상스 지리학의 위대한 유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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