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포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161)
| 정관호(86)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창 포
단오 날에
그 온 몸을 삶은 물에 머리를 감고
그 뿌리로 만든 비녀를 꽂았다는
여인네 풀
머리 숱이 검게 많아지고
닥칠 액운까지도 물리쳤다는
민속의 풀
또 이 풀의 싹틈으로
농삿일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던
월령의 풀
그 이름이
무성하게 자라는 부들이란 뜻 그대로
연못이나 도랑 가에
흔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본성이 맑은 물을 좋아하는 때문인지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져
매우 희귀한 풀이 되었다
이제는 그 몸에서 나는 향기도
잎 사이로 비죽이 내미는 노란 꽃이삭도
아주 먼 것이 되었구나
앞으로 자라는 아이들에게
수릿날 풍습을 이야기할 때
무엇을 가리켜 창포라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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