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송환과 관련한 북한의 입장

2000-09-19     연합뉴스
북한은 9월 2일 비전향장기수 송환에 대해 "인류사에 일찍이 있어본 적이 없는 비전향장기수들의 송환은 우리 인민의 강성대국 건설투쟁을 힘있게 고무하고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을 추동(고무)하며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더욱 북돋워 주게 될 것"이라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논평을 통해 밝혔다.

신문은 비전향장기수에 대해 `조국이 귀중함을 뼈에 사무치게 절감하고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에 몸바친 애국자들이고 영웅들이며 통일의 불새들`이라고 찬양했다.

이번 비전향장기수 송환은 `6.15공동선언`의 제3항 "남과 북은 올해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나가기로 하였다"는 조항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 수년간 비전향장기수의 가족을 내세워 국제기구 등에 호소하는가 하면 `남조선의 비전향장기수 구원대책 조선위원회` 등의 기구를 조직하는 등 비전향장기수 송환을 위해 적극 노력해왔다.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직후인 지난 94년 10월 16일 노동당 간부들에게 조국이 통일되지 못해서 남한에서 고생을 하고 있는 비전향장기수들을 데려오기 위한 투쟁을 계속 벌여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노동당 비공개 문서에서 밝혀졌다.

지난 4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비전향장기수 송환을 위한 북.해외 관련단체 합동회의에서도 북한은 김인서, 김영태, 함세환을 비롯한 북으로 송환되기를 희망하는 모든 비전향장기수들의 송환이 늦어도 8월 15일까지는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전향장기수 송환에 대한 북한의 이러한 입장은 6월 27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남한과의 견해차이에 따라 의견 조율을 하는 과정에서 9월초 송환으로 합의가 되었다.

북한은 남한이 통보한 비전향장기수 63명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전화통지문을 발표하면서 이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것은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이 8월 24일 방송한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장재언 위원장은 북으로 오기를 희망하는 정순덕, 정순택을 비롯한 모든 비전향장기수들과 그 가족들이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송환돼야 한다"는 내용에서와 같이 전향서 문제로 논란이 있는 정순덕.정순택씨를 포함하여 북으로 송환하기를 희망하는 모든 장기수와 그 가족들의 송환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국제적십자사와 각국 적십자사, 인권단체에 북송을 희망하는 정순덕.정순택 등 비전향장기수와 북한으로 오기를 희망하는 가족들의 송환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비전향장기수 63명이 북으로 송환된 직후인 9월 9일 북한은 정권수립 52주년을 맞아 이들 전원을 정부주최 연회에 초청하고 대동강 유람을 시키는 등 극진하게 대접했다.

연회에서 홍성남 내각총리는 "나라의 통일을 위한 성스러운 투쟁의 길에 한생을 바쳐 싸운 애국자이며 혁명가들인 비전향장기수들이 공화국의 품으로 돌아온 것을 다시금 열렬히 환영한다"며 이를 계기로 북한은 조국통일의 위업추진에 대전성기가 마련됐고 국제적 지위와 권위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비전향장기수들이 북송되기 하루 전인 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비전향장기수 63명 전원에게 `조국통일상`을 수여하는 정령 발표를 통해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조국통일구상을 높이 받들고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을 위한 성스러운 위업수행에 청춘도 행복도 다 바쳤으며 혁명적 신념을 지니고 수십년간의 옥중고초를 과감히 이겨내며 혁명적 지조와 의리를 지켜 끝까지 싸운 불굴의 통일애국투사 비전향장기수들에게 조국통일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은 비전향장기수들을 위한 의료조치를 비롯해 적십자회를 통해 비전향장기수들이 가족과 만나는 문제, 살림집을 마련하는 문제 등 북한에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뉴스 지규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