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향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144)
| 정관호(86)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백서향
남도에 사는 친구를 찾아갔다가
그 고을 뒷산에서
백서향이 핀 것을 보았소
꽃도 꽃이려니와
그윽한 그 향에 취하여
돌아오기가 망설여졌소
집에까지도 그 향기가 묻어왔는지
아니면 천 리 상거인데
예까지 그 내음이 번지는지
잠을 못 이루고 설치었소
그 꽃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상사병이 났더랬소
아니 보고는
일상의 일이 손에 안 잡히겠기에
다시 찾아 떠났더랬소
친구는 아니 만나고
산부터 먼저 올랐더랬소
그새
누군가가 뿌리째 캐 가고
여향만 진동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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