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취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132)
2011-02-08 정관호
| 정관호(85)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바위취
숲 가장자리 낙엽 속이나
돌팡구 틈서리에서
끄떡없이 겨울을 나는 모지리
흙을 찍어보면 얼음인데
용케도 동상을 모르고
이파리 흰 무늬까지 또렷하다
그 잎이 호랑이 귀 같다고
범의귀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고
지금은 정원에서 기르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에 꽃대가 솟아서
이삭꽃이 줄줄이 달리는
그 기이한 생김새는 잘들 모른다
도드라지는 빨간 무늬
팔자수염으로 늘어진 아래 두 가닥
이 꽃 기질에는 걸맞지도 않게
아주 익살맞은 생김새
강하면서 두름성이 있고
야무지면서도 부드러운 잎 둘레
뒤집으면 예쁜 자주색이다
메마르고 스산한 겨울 화단
장식돌 틈바구니에 심어놓으면
한겨울 좋은 눈친구가 되렷다.
| 도움말 바위취는 축축한 그늘이나 바위틈을 좋아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콩팥 모양의 이파리가 범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범의귀’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땅을 기는 줄기를 따라 퍼지며 5~6월에 흰 꽃을 피운다. 위쪽 세 가닥 꽃잎에 빨간 무늬가 있고, 아래쪽 두 가닥 꽃잎은 팔자수염 모양을 하고 있다. 한겨울 눈 속에서도 푸르름을 유지하는 악착이다. 참바위취ㆍ바위떡풀 등 일가붙이가 많은데, 대개 높은 산 바위틈에서 자란다. 그래서 ‘바위취’인가 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