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5)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흰말채나무. [사진 - 정관호]
흰말채나무
검게 익는 여느 말채와는 달리 열매가 희게 여문다고 그 이름을 가진 북방계 나무
그토록 나긋하던 떨기가 가을 들면서 잎과 가지가 아울러 붉게 물들어 총총한 울타리를 엮는다
낙엽진 설원에서 시린 바람을 경계함인가 아니면 제 몸을 달구어서 얼어붙는 사지를 녹이려 함인가
잿빛으로 잠드는 숲에서 선연한 색깔로 부채질 하며 홀로 뜨거운 돌개바람을 일으킨다
가녀린 듯 깡다구로 버티며 안으로 야무지게 응집하는 그래서 남쪽에서도 잘 사는 습성
조용히 그러나 들리는 말로 또렷또렷 엮는 메시지 우리 함께 따뜻이 살아남읍시다
그들 사이에서 때로 노란 줄기 배다른 형제가 섞이어 자라니 씨가 다른 듯 노랑말채나무.
▲ 흰말채나무, 단풍든 모양새. [사진 - 정관호]
▲ 흰말채나무, 붉게 변한 가지. [사진 - 정관호]
▲ 노랑말채나무. [사진 - 정관호]
▲ 말채나무. [사진 - 정관호]
도움말
흰말채나무는 본디 북방계 나무인데, 요즘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 가지는 밑에서 많이 갈라져서 덤불을 이루며 3미터쯤 높이로 자란다. 수피에는 껍질눈(皮目)이 뚜렷하고 여름에는 푸르다가 가을에는 붉게 변한다. 5~6월에 모인우산모양의 흰 꽃이 피고, 그대로 가을에 흰 씨열매(核果)로 익는다. 가지가 노란 형제종은 따로 노랑말채나무라 하고, 두 나무 다 ‘말채나무’를 바탕으로 하여 분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