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적 재일동포 항소심 판결에 대한 시민단체 논평

2010-09-30     통일뉴스
1.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과 KIN(지구촌동포연대)는 ‘조선’적 재일동포인 정영환 씨를 대리하여 오사카총영사의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해 왔다. 정영환 씨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하는 한일공동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초청을 받아 참석하기 위하여 2009. 4. 30.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에게 여행증명서 발급 신청을 하였으나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는 명목상 신원증명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행증명서의 발급을 거부하였다.

2. 이에 서울행정법원은 2009. 12. 31.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가 정영환 씨에 대하여 한 여행증명서발급거부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하였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과 여권법 등은 재일조선인의 대한민국에의 출입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2010. 9. 28. 피고 오사카총영사의 항소를 인용하고 1심 판결을 취소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유인즉, 재일조선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무국적자’이기 때문에 오사카총영사는 여행증명서의 발급에 관하여 북한 주민에 대한 방문 승인 심사 또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사증 발급 심사에 준하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지는데, 정영환 씨는 ‘재외동포NGO대회’에 참석하여 한통련 부의장과 회합하였고, 대학 재학 중 방북한 사실이 있으므로 정영환 씨에 대한 오사카총영사의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 처분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3. 그러나 항소심 판결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항소심 법원은 ‘조선’적 재일동포의 여행증명서 발급 신청권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는 점을 무시하였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0조(외국 거주 동포의 출입 보장)는 ‘조선’적 재일동포 등의 대한민국에의 출입을 보장하기 위하여 여권법에 따른 여행증명서를 소지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이며, 이 경우 여권법에 따른 여행증명서가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사증과 성격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항소심 법원은 ‘조선’적 재일동포의 특수한 지위를 간과하고 이들을 단순 무국적자로 취급하였다. ‘조선’적 재일동포는 1945년 해방 후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 가운데 대한민국이나 북한의 국적을 가지지도, 일본에 귀화하지도 않은 동포들이다. 현재 이들은 무국적자의 지위에 있으나 이들의 지위는 식민지 지배, 분단체제라는 역사적 상황의 산물이고, 1952년 일본 정부가 강제로 재일조선인의 일본 국적 상실을 결정하면서 무국적자의 지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셋째, 항소심 법원은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의 발급에 관하여 북한 주민에 대한 방문 승인 심사에 준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북한 주민에 대한 방문 승인 심사 기준인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인용하지 않았다. 즉,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9조 제7항 및 제9조의2 제3항은 남북한 방문 및 접촉 심사에 관하여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를 그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법원은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의 발급에 관해 외교통상부가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고만 하였을 뿐이다.

넷째, 항소심 법원은 정영환 씨가 2006년 서울에서 진행된 ‘재외동포NGO대회’에 토론자로 참석하였다는 사실만을 근거로, 위 대회에서 한통련 부의장과 회합하였다고 포장 해석하였고, 2006년 정영환 씨가 대한민국에 입국하였을 당시에는 문제 삼지 않았던 1999년도 방북 사실을 근거로 신원증명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006년 당시 열린 ‘재외동포NGO대회는 외교부 감독 산하 재외동포재단 등 관련 기관의 후원을 받고 진행된 것이고, 또한 그 대회에서 주관한 포럼 등에 외교부 및 법무부의 핵심 실무 책임자들도 직접 참석 발제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당시 한통련 부의장을 포함하여 대회 참석자들의 입국도 모두 주일 한국영사관으로부터 공식으로 임시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입국한 것으로 하등의 문제도 되
지 않는 것임에도, 재판부는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정부 측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받아들여 판결에 인용하였다.

4. 우리 정부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선’적 재일동포를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 ‘조선’적 재일동포는 무국적자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재외동포법의 적용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이후로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대한민국의 횡포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주일총영사관은 여행증명서 발급 신청 시에 재일조선인들에게 ‘대한민국 국적으로 바꿀 의사가 있는지’ 써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물론 당해 요구사항은 법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여행증명서의 발급 횟수도 극히 줄어들고 있다. 정영환 씨의 경우도 이전에는 대한민국에 출입하는 데 문제가 없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당한 것이다.

5. 이번 항소심 판결로, 재판부는 정부(외교부) 측에 ‘조선’적 재일동포의 대한민국 출입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한 셈이고, 지난 60여년 간의 ‘조선’적 재일동포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애써 눈을 감은 채 정부 측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편승해 수만 명의 고통받는 이들에게 역으로 칼날을 들이댄 것이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즉각 상고할 것임을 밝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