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머리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103)
2010-07-20 정관호
| 정관호(84)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용머리
양지바른 풀밭에 살면서
용의 형상을 닮고 싶었던가
승천하는 용의 비늘이
땅에 떨어져 꽃이 되었는가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자주색 꽃이삭이 선명하구나
꽃부리가 조금 거칠지만
오히려 그것이 사나이다워
나지막한 키의 풀꽃이면서
용틀임을 하며 솟구쳐 핀다
무리를 지어 자라므로
한창 때는 꽃밭을 이루고
가까이서 잘 살펴보면
아랫입술에 점점이 무늬가 있다
일부러 화단에서 가꾸어
지루한 계절에 벗삼고 싶구나.
| 도움말 용머리는 산기슭이나 풀밭 해바른 데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多年草)이다. 무리를 지어 살기를 좋아하며 줄기는 아래에서 여러 가닥으로 뭉쳐 난다. 잎은 가늘고 마주나며 가장자리가 뒤로 말린다. 여름 내내 줄기 끝에 이삭 모양의 자주색 꽃을 피운다. 꽃부리는 입술 모양인데 윗입술은 오목하게 들어가고 아랫입술은 세 가닥으로 갈린다. 얼핏 벌깨덩굴을 연상케 하는데 과(科)는 같으나 속(屬)이 다르다. 요즘은 화단에 식재된 것을 더러 볼 수 있다. 드물게는 하얀 꽃을 피우는 종도 눈에 뜨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