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100)
| 정관호(84)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이팝나무
오뉴월 허기진 고비에
푸진 이밥 그릇으로 보이는 나무
차라리 눈꽃 같다 해야 맞으련만
모내기에 꺾인 허리를 펴면
저토록 많은 쌀이 걷히어지이다
소망으로 쳐다보는 정갈한 나무갓
굶주리다 쫓겨나 목매죽은
앳된 며느리 원한으로 피는가
기다림에 여위다 말라죽은
백발 노모의 넋으로 피는가
우러르고 싶은 나무
소원을 읊고 싶은 나무
오래 모셔두고 싶은 나무
그래서 흰옷들이 어울리는 속
남녘 황토마루 이곳저곳에는
오래 자란 이팝나무 신목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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