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초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99)
정관호(84)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앵 초
그 떨기의 생김새나
꽃의 됨됨이로 보아서는
훤히 트인 곳에 나아가도 되련만
호젓한 숲 그늘
그것도 약간은 추진 곳을
즐겨 제 터전으로 삼는 들꽃
긴 자루에 쭈글쭈글한 이파리
가장자리는 이빨처럼 파이어
잔털이 보송보송
한 번만 보면 단박에 기억되는 특징
거기서 꽃대가 솟아
우산 꽃차례로 활짝 펴지면
온 숲속이 환히 밝는다
심장 모양의 붉자주 꽃이파리
자연스레 떠오르는 얼굴이 있어
함께 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혹 산에 가거든
바람이 잘 통하는 골짜기나 비탈
물기 축축한 언저리를 찾아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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