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회담 제주개최 합의까지
2000-09-18 연합뉴스
남북 국방장관간 서신이 처음 오고간 것은 지난 13, 14일이다.
북한 김일철(金鎰喆.차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장은 13일 오후 1시 판문점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첫 서신을 보내왔다. 군정위를 기피해온 북한의 태도로 미뤄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였다.
김 인민무력부장은 서신에서 `홍콩이나 베이징(北京)도 좋으니 귀측에서 알아서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조성태(趙成台) 국방부장관은 14일 오후 2시 친서 형식의 서신을 군정위를 통해 보내고 `홍콩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국방부가 이처럼 남북한이 아닌 제3국에서 회담을 개최키로 한데는 양측 입장을 고려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측은 17일 오전 회신을 통해 `제주도에서 열자`고 예상 밖의 수정제안을 보내 왔다. 북측의 이같은 제의는 시간적인 촉박함도 있지만 사상 첫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국방장관 회담 장소 문제는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2차 장관급회담에서 박재규(朴在圭) 통일부장관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간에 처음 논의됐었다.
당시 평양을 고집한 김 위원장에 대해 박장관은 적대관계에 있던 국가나 체제가 첫 군사당국자 회담을 할 때는 중립지대 또는 제3국에서 해온 국제관례에 따라 판문점을 회담장소로 역제의했다.
결국 두 사람은 국방장관 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회담장소,날짜,의제 등에 대해 의견접근을 하지 못하고 가까운 시일안에 다른 채널을 통해 협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 장관은 칠보산 첫물 송이를 전달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박재경(朴在慶) 북한군 총정치국 부총국장(대장)을 지난 11일 신라호텔에서 만나 `2차 장관급회담의 합의사항을 조속히 이행하자는 뜻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는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회담 장소, 일정 등에 대한 협의가 급물살을 탔다.
결과적으로 회담 장소를 제주도로 합의한 것은 군정위를 매개체로 남북한 스스로가 일궈낸 중요한 성과로 평가 받고 있다. (연합2000/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