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괴불주머니
<연재>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95)
2010-05-25 정관호
| 정관호(84)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산괴불주머니
이른 봄 얼음이 채 녹기 전에
하얗게 분칠한 이파리가
언 땅 속에서 자라 올라와
이윽고 노란 꽃이삭
꽃송이를 한쪽으로 틀며
층층으로 피어 방망이 같은데
여기도 기, 저기도 기
무리로 자라 꽃융단을 깐다
고개를 돌리면 이웃에
개나리와 진달래 함께 피어
바야흐로 봄 잔치를 펼치니
이제 온갖 풀꽃들이 만발하겠지
일가붙이가 많아
가을에 피는 눈괴불주머니
자주꽃을 다는 자주괴불주머니
해안에서 자라는 갯괴불주머니
비슷한 꽃차례로 피고 진다
꽃은 현호색을 빼어닮았건만
그 몸에 독을 지녀
함부로 입에 대지는 못하는 풀.
| 도움말 산괴불주머니는 산기슭 해바른 데를 좋아하는 2년초다. 줄기는 아래서 갈라지면서 그루를 이루는데, 이파리는 뽀얗게 분칠한 듯한 깃골겹잎이다. 봄 일찍 움이 트고 4~5월에 노란 이삭꽃을 피운다. 그 꽃차례는 현호색 비슷한데, 낱낱의 꽃에는 꿀주머니(距)가 있다. 열매는 구부러진 꼬투리로 익고 마디마다 씨가 들어 있다. 가을에 피는 눈괴불주머니, 남도 섬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염주괴불주머니 등 여러 형제종들이 있다. | |